뉴시스

13년째 좌절,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왜

입력 2021.11.27. 12:00 댓글 0개

기사내용 요약

의료계, '환자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 이유 들어 반대 계속

정부 설문조사 결과…"국민들 전자시스템 통한 청구 선호"

의료계, 설문조사 결과 나온 후 정부협의체에 불참 이어와

비급여 항목 자료에 대한 노출 가장 염려하는 것으로 분석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대한의사협회는 21일 서울 용산전자랜드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보험업법 개정안 폐기 촉구 보건의약 5개 단체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고 밝혔다.(사진=대한의사협회 제공)2021.05.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올해도 의료계 반발로 통과되지 못했다. 보험사들은 의료계의 이기주의에 소비자들의 불편이 지속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27일 국회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나흘 전인 23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보험업법 개정안)이 상정됐지만 논의되지 못했다. 이로써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필요성이 제기된 2009년 이후 국회에서 14년째 논의를 이어가게 됐다. 특히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 들어선 만큼 이 법은 내년 대선 이후에나 다시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금 청구를 위한 종이서류를 전자서류로 대체하는 것이 골자다.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기 위해 관련 자료를 의료 기관에 요청하면, 의료 기관은 이 자료를 전산망을 통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나 제3의 기관을 거쳐 보험사로 전송하게 된다.

3900만 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이지만, 소비자들은 실손보험금 청구를 위해 병원에서 종이서류를 따로 발급한 후 팩스, 이메일, 우편 등의 방법을 통해 보험사에 청구해야 한다. 물리적·시간적 비용이 필요 이상으로 발생하는 만큼 소비자들이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여전히 잦다.

지난 4월 소비자와함께를 포함한 6개 소비자단체들이 실손보험 가입자 대상으로 실시한 '실손의료보험 청구 관련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2년 이내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었음에도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전체 응답의 절반 수준인 47.2%에 달했다. 특히 그 중 30만원 이하의 소액청구 건이 95.2%를 차지했다.

의료계는 '의료기록 등 환자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가장 큰 이유로 이를 반대해 왔다. 하지만 정부협의체 설문조사를 통해 국민들이 개인정보 유출 우려보다 불편함 해소의 바람이 더 크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한 후, 의료계는 협의체에 불참하는 등 외려 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 이들 주장의 진실성은 의심을 받고 있다.

의료계가 이를 반대하는 실제 이유는 심평원 등이 비급여 항목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비급여 위주의 과잉 진료' 현황이 드러날 것을 염려한 데 따른 반응으로 분석된다. 지역 내 1·2차 병의원은 환자의 감소로 병·의원간 경쟁이 심화되고, 병원 경영에도 압박을 받는 등의 악순환이 지속됐다. 이에 일부 병의원들 사이에서 과잉 진료를 통한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다.

보험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보험산업과 모럴 해저드 사례와 대응방안에' 따르면 의원급(병원급 포함)의 보험금 지급 총액과 비급여 비중이 상급(종합)병원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특히 최근 3년간 전체 실손보험의 보험금 증가률은 53%포인트에 그친 데 반해, 의원급의 보험금 증가율은 116%포인트에 달했다.

실제로 상급병원은 이 법안에 덜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브란스, 서울대병원 등 일부 대형병원은 보험사와 연계해 전산청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로 인해 손보업계 기준 2018년 1400여 건에 불과했던 전산청구는 현재 9100여 건으로 6.5배 증가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에 불과하다. 하나은행은 간편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실손보험 빠른청구'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부산대학교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진료데이터가 연동돼 별도의 증빙 서류 없이 청구가 가능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이미 환자의 병원비를 심평원을 통해 청구하면 보험사가 지급하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실손청구전산화 법안 역시 3900만 가입자의 편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이건어때요?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