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때로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해주자

입력 2021.11.29. 13:51 댓글 0개
이진국 경제인의창 ㈜에덴뷰 대표·경영학박사

기원전 605년 중국 초나라 장왕이 투월초의 난을 평정하고 공을 세운 신하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연회를 베풀었다. 장왕은 자신이 총애하는 애첩에게 신하들 술잔에 술을 따라주도록 했다. 자리를 돌며 술을 따르던 중 갑자기 돌풍이 불어 모든 등불이 일순간 꺼졌다. 어수선한 틈에 한 신하가 장왕의 애첩을 희롱하자 애첩은 갓끈을 잡아 끊으며 비명을 질렀다. 불을 켜면 갓끈이 끊어진 자를 바로 찾을 수 있다며 엄하게 벌해달라고 앙칼진 목소리로 장왕에게 다그쳤다. 장왕은 신하가 괘씸했지만, 후궁들을 들게 한 자신의 잘못도 있으니 불문에 부치겠다면서 불을 켜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모든 신하에게 갓끈을 잡아떼라 명령을 내렸다. 모두가 갓끈을 끊은 덕에 연회는 불이 밝혀진 후에도 무사히 마무리됐다.

군주와 국가의 존립을 동일시하던 그 시대의 분위기로는 왕의 애첩을 희롱한다는 것은 존엄을 해치는 불경죄로 능지처참을 받을 수 있는 중죄였다.

그로부터 3년 후 초나라는 진나라와 치열한 전쟁을 치르게 된다. 초나라 장왕이 진나라에 완전히 포위당한 채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절체절명의 순간에 한 장군이 적들의 빗발치는 화살을 맞으며 장왕을 위기에서 구한다. 또한, 매 전투마다 목숨을 걸고 분투하며 진나라를 격퇴하는데 큰 공을 세우게 된다. 그 장수가 바로 3년 전 취중에 장왕의 애첩에게 갓끈을 뜯긴 장웅이라는 장군이다.

위 이야기는 부하의 실수를 용서한 덕분에 부하는 그 은혜에 감동하여 더 큰 충성으로 헌신한다는 중국의 춘추시대에 실제로 일어난 일로 설원 복은편, 동국열국지 등에 실려있는 일화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기업에서 직원들이 공적인 업무를 사적인 이해에 동원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몇 해 전 상품의 실물 재고가 장부와 맞지 않아 조사해보니 한 직원이 관리의 허점을 이용하여 부족한 재고만큼 착복한 흔적이 발견됐다. 이번 기회에 일벌백계해 다른 직원들에게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나 회사에 충격과 큰 피해를 준 것은 사실이지만 공론화할 경우 직원에게 자칫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에 더 나은 방법을 찾기로 했다. 그 직원에게는 결자해지 차원에서 스스로 회복할 기회를 주고 회사는 그동안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하였다. 이후 그 직원이 보고하기를 "거래처에 공급했지만, 장부상 누락되었다."라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족한 재고만큼 회사에 입금됐다. 그런 일이 있은 후 그 직원은 해가 갈수록 성과를 내줬으며 한참 지난 후 자신의 허물을 덮어 주고 기회를 주었기에 더 열심히 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대부분 사람은 도박판에서 불리한 패를 숨기듯 자신의 허물을 감추기 마련이며 상대방이 모르는 척해주길 바라게 된다.

유난히 당사자에게 있어서는 아픈 상처와 같은 말을 가십거리로 꺼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자기 우월감일 수 있고 이해 당사자로서 이득을 취하기 위함일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의 허물을 들추는 것은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 때문에 결국 실익이 없다. 살다 보면 상대방의 실수나 허물을 보게 되는데 때로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해주자. 이는 만회할 기회를 주는 것이며 훗날 그만한 가치가 있다.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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