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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불법추심 고발 기사에 내 얼굴이···배상 얼마?

입력 2021.11.27. 16:00 댓글 0개

기사내용 요약

불법추심 보도에 상담사 사진 첨부

사진 삭제 요청 거부 당하자 소송

1심 "초상권 침해돼, 300만원 배상"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언론사가 '통신사가 불법추심을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위탁업체 고객 상담사의 얼굴과 이름이 포함된 사진을 기사에 사용했다면, 이 직원은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1심 법원은 언론사가 직원 A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B언론사는 지난해 7월 '연체 통화료 채권 등의 추심업무를 위탁받은 업체가 연체료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이용 정지일을 실제보다 앞당겨 고객들에게 고지한 정황이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이 기사에는 추심업무를 위탁받은 업체 소속 A씨 얼굴과 이름이 나온 사진이 첨부됐다. A씨는 업체 소속 고객상담사로 근무했다. A씨가 등장하는 사진은 관련 업체 홍보를 위한 목적으로 배포된 사진이었다.

A씨는 이 보도를 확인한 후 B언론사에 '기사에서 사진을 삭제해달라'는 취지 이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이 매체는 지난해 8월 A씨 요청을 거절했다.

이후 A씨는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에 조정을 신청했다. 언중위는 기사에서 A씨 초상 및 성명이 노출되지 않도록 수정하고 손해배상금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수정됐다.

B언론사는 사진에서 A씨 얼굴과 이름 부분을 모자이크했지만, 손해배상금은 지급할 수 없다고 이의신청을 했다. 이에 A씨는 초상권과 성명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배상하라며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는 이번 소송을 냈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김종민)는 A씨가 B언론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 17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변론 과정에서 B언론사는 "사진은 홍보용 보도자료로 배포돼 언론사가 이 사진을 기사에 게재해도 A씨는 이를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의혹 폭로라는 공익적 목적을 가져 위법성이 없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언론사가 제3자의 불법행위를 폭로하는 취지의 기사를 뒷받침하는 증거 사진 형식으로 이 사진(A씨가 등장하는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면 초상권과 성명권을 부당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A씨)는 홍보를 전제로 사진 촬영·배포에 응했을 뿐이다. 피고(B언론사) 주장과 같이 (기사에 첨부되는 것을) 용인할 의무를 부여한다고 가정하면 원고의 원래 의사를 벗어나게 돼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낳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의 목적은 대기업의 잘못된 추심 관행을 꼬집고,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으로 중대성은 인정될 여지가 있지만,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진에 얼굴과 성명이 노출된 원고가 어떤 의혹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예단에 빠지기 쉬워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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