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학동 붕괴 참사' 7명 병합 첫 재판서 "책임 없다"

입력 2021.10.18. 13:16 수정 2021.10.18. 15:58 댓글 0개
피고인들 “혐의·책임 소재 등 법리적 다툼 여지 있어”
시민 대책위 “병합 재판부의 엄정한 판결 필요” 촉구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철거 건축물 붕괴 사고와 관련, 7명의 피고인이 첫 병합 재판을 받은 가운데 이들 모두 붕괴 책임을 부인하고 나섰다.

이들은 붕괴를 예견하고 재발 방지책을 세울 수 있는 위치에 없었다는 취지로 발언, 추후 법리상 다툼의 여지를 남겼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정지선 부장판사)는 18일 오전 201호 법정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학동4구역 시공업체와 하도급·재하도급 업체 관계자와 감리 등 공범 7명에 대한 재판 4개를 병합한 이후 첫 심리를 진행했다.

이날 재판을 받는 이들은 시공업체인 현대산업개발(현산) 현장소장 서모(57)씨·공무부장 노모(57)씨·안전부장 김모(56)씨, 하도급 업체 ㈜한솔 현장소장 강모(28)씨, 재하도급 업체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김모(49)씨, 재하도급 업체 ㈜백솔 대표 겸 굴착기 기사 조모(47)씨, 감리자 차모(59·여)씨 등 7명이다.

이와 함께 현대산업개발과 한솔, 백솔 등 업체 3곳도 함께 재판에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 6월9일 철거 공정 전반에 대한 안전 관리·감독 소홀로 학동4구역에서 철거 중인 지하 1층·지상 5층 건물의 붕괴를 일으켜 시내버스 탑승자 9명을 숨지게 하고, 8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피고인 측은 해체계획서대로 철거하지 않고 과도하게 살수한 점은 인정하지만 건물 붕괴와의 인과 관계, 책임 소지 등에 대해서는 혐의 일부 부인했다.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서씨와 공무부장 노씨, 안전부장 김씨는 "건축물 관리법에 현대산업개발과 같은 도급인에게 주의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원이앤씨 현장소장 김씨도 "석면 해체 관련 현장 대리인으로 지정됐을 뿐, 전체 건물 해체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는 없었다"는 취지로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한솔 현장소장 강씨는 "건물 해체 방법을 지키지 않은 사실을 인정한다. 하지만 해당 부분이 건물 붕괴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직접 붕괴 원인에 해당하는 해체 공법에서 지지대인 잭 서포트를 설치한 전국적인 사례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하며 혐의 일부를 부인했다.

강씨는 붕괴 전 비산 먼지를 줄이기 위해 실시한 과다 살수에 대한 과실을 인정했지만, 현대산업개발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다며 정상 참작을 요청하기도 했다.

㈜백솔 대표 겸 굴착기 기사 조씨는 "직접 굴삭기로 작업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건물 붕괴를 예견할 수 없었다. 재하도급 업체로 하도급과 시공업체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감리를 맡은 차씨는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자신과 상반된 주장을 하는 이들에 대한 주의 의무 범위를 다투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피고인들이 사실 관계와 혐의를 법리적으로 다투겠다고 밝히면서 피해자 측이 부당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피해자 법률 대리인은 "가해 업체와 관련자들이 참사 초창기 입장과 달리 피해 회복을 도외시 한 채 사고 원인과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과실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 회복에도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재판에 앞서 학동참사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법원 앞에서 '시공업체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엄정한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대책위는 "참사 피해자들은 후진국형 인재인 이번 참사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우리 사회에 무고한 시민이 희생되는 황망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개선 방안이 마련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슬픔과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며 "피해자들은 병합심리와 엄정한 재판 과정에서 사건의 실체가 분명히 드러나 봐주기 수사 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의 재수사가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다음 재판은 11월1일 오전 10시30분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당일 감리 차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시작으로 12월 1일까지 증인 신문도 이어진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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