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나그네의 호접지몽

입력 2021.10.04. 13:21 수정 2021.10.04. 22:52 댓글 0개
류승원 경제인의창 광주·전남콘크리트조합 이사장

지난 수요일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마쳤다. 아침 일찍 같이 접종한 아내는 오후가 되자 앓기 시작했다. 진통 해열제를 먹어도 호전이 없다. 필자는 약간 오싹거리기만 하더니 새벽부터 아프기 시작해 심한 몸살 기운으로 다음날까지 꼼짝없이 구들장을 져야만 했다. 수년간 감기 한번 걸린 적 없던 사람이 한번 아프기 시작하니 묘한 꿈만 꾸면서 현실과 오락가락하는 경험을 했다. 꿈에서도 지금이 2020년인지 2021년인지 헷갈리고 지금도 긴가민가 싶은 걸 보면 괜스레 1년 반이 잃어버린 시간처럼 느껴진다. 이런 비몽사몽의 경험이 톨스토이의 참회록에 나오는 '나그네의 우화'나 '장자의 꿈'으로 투영되며 잡스러운 사고들로 마음이 혼란스럽다.

한 나그네가 광야에서 사자를 피해 우물에 들어갔다. 바닥을 보니 큰 뱀이 입을 쩍 벌리고 있어 내려가지도 못하고 있는데 간신히 붙잡고 있는 관목을 '흰쥐와 검은 쥐(낮과 밤)'가 쏠고 있다. 그사이 주위를 둘러보니 나뭇가지 끝에 꿀이 몇 방울 흐르고 있고 이를 혀로 핥으니 참으로 달콤하다. 이것이 우리가 잘 아는 '나그네 인생'이다.

중국 전국시대 송나라의 대표적 도교 철학자로 노자 사상을 계승 발전시킨 장자의 본명은 '장주'다. 그래서 장자 내편 중 두 번째 장인 '제물론'에 나오는 고사성어인 호접지몽을 호접몽, 장주몽, 혹은 칠원몽(장자가 칠원의 관리로 있었기에)이라고도 한다. 호접몽은 장주가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는 꿈을 꾼 후 자신이 나비의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자신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의 혼동을 물화(物化)라는 핵심어로 정의한 장자 철학의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이다. 여기서 물화는 만물의 변화 정도로 알면 될 것이다.

도가사상이 유교와 달리 현실 기피적 성향이 강하다 보니 기존에는 노장사상의 관점에서 나비와 장자가 하나라는 물아일체의 개념 정도로 이해되기도 하고 여전히 많은 이들이 흔히 인생의 덧없음에 대한 고사 정도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요즘 학자들은 물화의 의미를 확대하며 좀 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장자의 제물론 전문을 살폈을 때 분명 다른 의미로 받아들임이 타당할 것 같다는 게 사견이다. 도가사상에서 도(道)는 끊임없이 역동하는 것으로 인간의 지(知)로는 정의할 수 없음을 기본으로 하기에 만물을 상대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바탕으로 나비와 장주의 구분을 좀 더 확장해서 살피면 선악도 시비도 결국 나를 중심으로 바라보는 이원론적 관계로 귀속됨을 알 수 있다.

좀 더 어렵게 결론하자면 만물의 주체와 대상 속에 인식의 굴레에 사로잡혀 종속의 관계가 정의되는 것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대상과 주체는 바뀔 수 있는 것이다. 호접몽의 고사는 겉으로 보기에 종속된 존재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들도 사실은 종속의 굴레에 얽매여 있다는 것에 대한 비유다. 요즘 세태에 비추어 봤을 때 이를 단순히 수천 년 전의 고리한 사상만으로 치부하기에는 한 번쯤 돌아봐야 할 단면이 보인다.

잠시 동서양의 우화 안에서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번뇌와 고통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것도 지금을 극복하는 지혜일 수 있다고 생각해 봤다. 인생이 전부 그러하니 모든 것을 자연스러운 변화로 인식하고 세상의 순리를 따르고 받아들이다 보면 언젠가 좀 더 조용해지고 편안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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