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친환경농법으로 키워낸 지리산 흑돼지 인기

입력 2021.08.08. 13:37 수정 2021.08.08. 18:15 댓글 0개
②돌실한약먹인흑돼지영농조합법인 김남태·동찬씨 부자
육질 연하고 쫄깃쫄깃 씹으면 고소한 맛 일품
30년 전 2마리 출발…현재는 1천여마리 부농
생산부터 유통 원스톱시스템의 축산농장 소망

지리산 자락 전남 곡성군 석곡면 구봉리에서 흑돼지를 키우는 김남태(61· 돌실한약먹인흑돼지영농조합법인 대표)씨와 김동찬(28)씨 부자(父子)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불황이 없다. 누룩·매실·미나리·쑥·달맞이꽃 엑기스 등 유기농산물과 무농약농산물을 먹고 톱밥 친환경농법으로 자라난 흑돼지의 식감이 여느 돼지고기와는 판이하게 달라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육질이 연하고 쫄깃할 뿐 아니라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하다는 평판을 얻게 되면서 날개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김 대표가 생산한 친환경 흑돼지는 도축을 거쳐 부인 김명진(54)씨가 운영하는 흑돼지바우정육점에서 직판과 전화주문 등으로 일주일 평균 15마리 이상 판매되고, 축협과 온라인판매로 물량이 항상 부족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래서 김 대표는 판로개척에 나서거나 따로 광고할 필요가 없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입소문을 타고 전국 각지에서 주문량이 쏟아져 쉴 틈조차 없어서다.

유명세를 자랑하듯 부인 김씨의 가게 한쪽 구석에는 김 대표의 농장에서 생산된 친환경 흑돼지에 대한 각종 인증서가 빼곡하게 걸려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지정한 인증기관 토지영농조합법인의 인증서를 비롯해 전남도 친환경녹색축산농장으로의 인증 지정서,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HACCP)의 작업장·업소·농장 인증서, 농림축산식품부의 '깨끗한 축산농장 지정서'들이다. 이들 인증서를 보면 안전하고 신선한 돼지고기를 양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않은지 짐작이 가능하다.

행여 김 대표의 농장을 방문한다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산비탈 위에 있는 돈사와 꽤 떨어져 있는 입구에서부터 비닐장화를 신지 않으면 아예 돈사에 얼씬거릴 수 없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나 돼지콜레라와 같은 바이러스에 대비한 흑돼지사랑의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우리 돼지들은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랍니다. 저와 제 아들이 돈사에 몇 번 찾아가느냐에 따라 성장 속도가 달라집니다. 사랑을 쏟을수록 사랑에 대한 보답을 하는 셈이니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보통 돼지를 미련한 동물로 여기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부주의로 톱밥에 섞여 있는 나사못을 골라내 한쪽으로 놓아둘 정도로 상당히 영리한 동물입니다. 돼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김 대표의 이런 돼지사랑을 보고 자란 탓인지 큰아들 동찬씨는 한국농수산대학 축산학부에서 양돈전공을 했을 만큼 돼지사랑이 남다르다. 동찬씨는 김 대표 밑에서 혹독한 훈련과정을 거친 뒤 벤치마킹을 위해 미국 중부 네브래스카주(State of Nebraska)로 건너가 1년간의 선진 양돈체험을 마치고, 지난 2013년 11월부터 농장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동찬씨는 자연환기방식으로 설계돼있는 돈사 6개동의 흑돼지 1천여마리를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오전 11시~오후 3시30분 휴식) 돌보고 있다. 모든 돈사는 스마트폰 제어방식으로 가동되고, 자가 배터리를 갖춰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돈사 1개동은 9개 돈방으로 나뉘어져 있고, 1개 돈방(33㎡)에는 대체로 15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바닥의 톱밥은 1개월에 한 번씩 교체하는데 주로 해외에서 수입되며 1년에 7천만~8천만원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취재진의 느닷없는 방문에 새끼돼지들은 경계의 눈초리를 보이며 돈방 끝부분까지 멀리 달아났고, 섭씨 34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도 코를 찌르는 지독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인근 마을에서 민원이 발생할 수 없는 환경이었던 것이다.

현재는 흑돼지 1천여마리에 연간매출 6억원 가량을 넘나드는 농장으로 자리잡았건만 지리산 자락 산중턱에 돈사를 건립한 지난 2010년 10월 이후 처음 3~4년간만 해도 무척이나 힘든 나날을 보내야했다. 제아무리 농촌마을 가꾸기사업의 일환으로 곡성군에서 각종 보조금을 받아 알뜰살뜰 처리했다 하더라도 생물인 흑돼지를 키우는데 펑펑 들어가는 사료값은 정말 등골이 휘어질 정도였다. 당시 4~5억원 가량의 연간 사료값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돼지들에게 먹일 사료를 만들어낸다며 밤을 낮 삼아 죽어라고 이곳저곳을 뛰어다녀도 한계점에 도달할 땐 정말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개인 돈도 빌리고 대출도 내서 어렵고 힘들게 살아온 지난한 세월이었다.

흑돼지들이 주인의 간절한 마음을 꿰뚫었을까. 별탈없이 잘 자라줬고, 고기맛도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명성을 얻게 되면서 김 대표의 얼굴에도 차츰 웃음꽃이 피어났다.

돌실한약먹인흑돼지영농조합법인 매니저 김동찬씨

김 대표가 지리산 흑돼지 농장을 일구게 된 것은 그의 고향인데다 70년대부터 석곡면이 돼지 석쇠구이로 워낙 유명한 곳이어서 판로를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최선을 다해 친환경 농법으로 건강한 흑돼지를 출하하고 신선한 품질의 돼지고기만 판매한다면 광주~순천을 오가는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30여년전, 처음 흑돼지 두 마리로 시작한 허름했던 농장이 천신만고 끝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규모있는 농장으로 탈바꿈하면서 김 대표 또한 어엿한 흑돼지 농장주로 변신했다. 그가 입버릇처럼 '자수성가하겠다'고 부르짖던 꿈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축산농가의 지역 대표주자로 안착한 것이다.

둘째 아들 동호(20)씨도 지난해 한국농수산대학에 입학하면서 김 대표는 이제 명실상부한 거농의 꿈을 또 꾸고 있다. 맏이는 생산부터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한데 묶어 경영을 담당하게 하고, 막내는 대규모 농장에서 생산에만 전념토록 하는 원스톱시스템의 축산농장을 일궈내겠다는 소망을 펼치고 있다.

돌실한약먹인흑돼지영농조합법인 매니저 김동찬씨

돌실한약먹인흑돼지영농조합법인 매니저 김동찬씨

"지리산 흑돼지고기 식감향상·판매가 제고에 최선"

"지리산 흑돼지는 해발 400~500m의 청정지역에서 사육돼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하기로 유명합니다. 더구나 지리산 흑돼지고기는 제주 흑돼지고기에 비해 맛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600g을 기준으로 단가는 제주 흑돼지고기가 약 1.65배나 비싼 편입니다. 앞으로는 지리산 흑돼지고기의 식감 향상과 판매가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돌실한약먹인흑돼지영농조합법인 매니저 김동찬씨

김동찬씨는 "우선 저희 영농조합은 일반사료와 지리산 주변에 있는 무농약 약초 엑기스를 활용한 배합을 연구하고 있다"며 "약초별 효능과 효과는 물론 약초배합에 따른 변화 등을 관찰하는 한편으로 무항생제와 친환경농법을 통한 식감 연구에 전념할 계획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이어 "지리산 흑돼지고기에 대한 자료가 현재는 전무하다는 단점을 보완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의 SNS와 각종 홍보물을 이용해 지리산 흑돼지고기를 널리 알릴 생각이다"며 "소비자들이 지리산 흑돼지고기를 선호하기 시작한다면 분명히 제주 흑돼지고기와 똑같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사육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겨울, 사육관리에 문제가 발생해 임신 중인 10여마리가 유산하는 바람에 수 천만원의 손해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그 때 얻은 소중한 경험 중 하나가 자연환기방식으로 키워야 한다는 교훈이었습니다."

돌실한약먹인흑돼지영농조합법인 매니저 김동찬씨

김씨는 "제 전공지식과 실무경험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무적인 경험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 그래서 저희 농장에서는 방역에 관한 한, 급변하는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백신은 80㎏에서, 돼지콜레라의 경우는 60㎏에서 백신을 맞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한 순간에 꿈과 희망이 모두 사라질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코로나19시대가 오래 지속되다 보니 인력수급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며 "당국이 농가의 어려움을 감안,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조달문제를 빨리 해결해주시면 좋겠다. 이대로 가다간 축산농가 전반에 문제를 일으켜 공급과 수요에 차질이 빚어질 지도 모른다"고 정부나 지자체의 조속한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김봉일기자 amazingreporter@mdilbo.com·곡성=김성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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