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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영면 김홍빈' 장애 딛고 세운기록···세계 7대륙·8000m 14좌 완등

입력 2021.08.08. 08:51 댓글 0개
"열손가락 잃고 한 때 좌절·방황…다시 산으로"
2009년 빈슨매시프 등정 7대륙 최고봉 완등
2021년 7월 브로드피크 정상에 서며 14좌 등정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8000m급 14좌 마지막 봉우리 브로드피크(8047m급) 등정에 성공한 뒤 하산하던 중 실종된 장애 산악인 김홍빈 대장의 장례절차가 4일부터 8일까지 산악인장으로 치러졌다. 광주 서구 염주종합체육관에 김 대장을 기리는 대형 현수막이 설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열손가락 없는 장애인 산악인 김홍빈(57) 대장이 8000m급 14좌 봉우리 완등 기록을 세우고 8일 돌아올 수 없는 등반을 떠났다.

김홍빈 대장은 1964년에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다. 벌교중학교·매산고등학교를 거쳐 1983년 송원대학교 진학 뒤 산악부에 들어가면서 산과 인연을 맺었다.

해외 원정에 뽑힐 정도로 유망주로 인정받은 김 대장은 고산 등반의 꿈을 품고 술, 담배를 멀리하며 체력을 길렀다.

결국 김 대장의 노력은 1989년 에베레스트, 1990년 낭가파르바트 원정 대원으로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김 대장의 꿈은 1991년 북미 최고봉 매킨리(6194m급)를 단독 등반하다가 조난을 당하면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사고 16시간 만에 구조돼 10일만에 의식을 회복했지만 7차례의 수술 끝에 10개의 손가락을 모두 절단했다.

[광주=뉴시스] 산악인 김홍빈 대장.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등반에서 가장 중요한 손을 사용할 수 없게된 김 대장은 방황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김 대장은 6년만에 다시 산으로 돌아왔고 무등산 등 국내의 산을 오르며 꿈을 다시 키웠다.

열손가락 대신 하체 근력을 키우기 위해 스키와 사이클 훈련을 하면서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1999년 장애인스키 국가대표로 발탁됐으며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 동계패럴림픽에 참가했다. 2013년 전국 장애인 동계대회에서 3관왕, 지난해에도 2관왕에 올랐다. 장애인사이클 대회에 꾸준히 참가해 순위권 성적을 거뒀다.

"손가락 없이 고산등반에 필요한 장비를 사용할 수 있겠느냐"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김 대장 맞춤형 특수장비를 제작해준 동료 산악인들의 도움을 받아 1997년 유럽 엘브루즈(5642m)를 시작으로 2009년 남극 빈슨매시프(4897m)등정에 성공하면서 장애인 최초 세계 7대륙 최고봉 완등 기록을 세웠다.

[광주=뉴시스] 장애 산악인 김홍빈 대장이 고산등반을 할 때 사용한 특수장비.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자신감을 얻은 김 대장은 8000m급 14좌 봉우리 완등을 목표로 세우고 2006년에 가셔브룸2(8035m)과 시샤팡마(8027m), 2007년 에베레스트(8850m), 2008년 마칼루(8463m), 2009년 다울라기리(8167m), 2011년 초오유(8201m), 2012년 케이2(8611m), 2013년 캉첸중가(8586m), 2014년 마나슬루(8163m)를 등정했다.

잠시 숨을 고른 김 대장은 2017년 로체(8516m)와 낭가파르밧(8125m)을 잇따라 등정했으며 2018년 안나푸르나1봉(8091m), 2019년 가셔브룸1(8068m)을 완등하면서 8000m급 14좌 중 13좌 봉우리 정상에 섰다.

산을 오르면서도 동료들의 도움을 돌려줘야한다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던 김 대장은 '김홍빈과 희망만들기' 단체를 설립해 꿈을 포기한 장애인과 청소년을 산으로 초대해 열손가락 없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며 용기와 희망을 심어줬다.

이어 코로나19 여파로 한차례 미룬 마지막 8000m급 봉우리 브로드피크 완등을 위해 1년여만인 지난 6월1일 6명의 원정대를 구성하고 파키스탄으로 떠났다.

[광주=뉴시스] 지난 18일 오후 4시58분께(현지시간) 브로드피크(8047m급) 완등에 성공한 장애 산악인 김홍빈 대장. 김 대장은 브로드피크를 끝으로 8000m급 14좌 봉우리를 모두 올랐으며 하산을 하던 중 실종됐다. 광주시산악연맹은 다음달 4일부터 8일까지 염주종합체육관에서 김 대장의 장례식이 거행된다고 28일 밝혔다. (사진=광주시산악연맹 제공). 2021.07.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현지에서 고소적응을 마친 김 대장은 지난달 14일부터 본격적인 등반에 나섰으며 16일께 브로드피크 7200m 지점에 도착했다.

정상 도착시간을 17일 오전으로 잡았지만 기상 등의 영향으로 잠시 미룬 김 대장은 오후 11시30분께 캠프4에서 출발해 18일 오후 4시58분께 완등 소식을 전함과 동시에 장애인 최초 8000m급 봉우리 14좌 등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김 대장은 "14좌 완등이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작은 희망이 됐으면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하산에 나섰지만 조난을 당해 가족과 무등산 자락의 '김홍빈과 희망만들기'로 돌아오지 못했다.

김 대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여전히 "불편함을 용기로 극복하고, 불가능을 새로운 가능성을 바꾸는 노력이야말로 꿈의 정상에 설 수 있는 힘이다"는 글이 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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