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세한도와 빈천지교 불가망

입력 2021.07.30. 11:07 수정 2021.08.01. 19:31 댓글 0개
김정호 아침시평 변호사
김정호 변호사

추사(秋史)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는 선비가 그린 문인화의 대표작으로 대한민국 국보 180호다. 세한도는 한겨울 추위 속에 초라한 집 한 채와 소나무와 잣나무 몇 그루가 쓸쓸하게 그려져 있을 뿐이어서 세한도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은 왜 국보로 지정되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한다.

평범해 보이는 그림이 국보로 지정되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작품 자체에 담겨 있는 정신의 위대함이 한 이유일지 않을까. 추사의 세한도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고, 추사는 세한도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추사 김정희는 제주도에 유배된 지 5년 째 되는 해에 '세한도'를 그렸다. 추사는 한겨울 엄동설한에 세한도를 그려 제자 이상적에게 선물하였다. 대개 고관대작이 정치적 실권을 잃고 유배를 가게 되면 조만간 다시 복귀할 수도 있는 상황이니 주변의 사람들이 초반에는 어느 정도 신경을 쓴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유배가 계속되면 이른바 끈 떨어진 연과 같은 신세로 전략하여 아무도 찾지 않게 된다. 세상의 각박한 인심을 접하게 되는 것이 오랜 유배생활의 인지상정인지도 모른다. 추사의 유배생활이 길어지자 사람들은 역시 추사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제자 이상적만은 변함없이 스승 김정희의 안부를 불으며 챙겼다. 유배가기 전이나 유배간 뒤에나 그리고 5년이란 시간이 흘렀어도 언제나 변함없이 자신을 대하고 있는 제자 이상적의 행동을 보면서 김정희는 문득 '논어(論語) 자한(子罕)편'의 한 구절을 떠올렸을 것이다.'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라는 구절이다. '추운 겨울이 되어서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의미다.

겨울이 되어야 소나무나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다는 사실이 느껴지듯이 김정희 자신도 어려운 지경이 되고 나서야 진정한 우정의 의미를 알게 되었던 것이다. '사기 백이열전(伯夷列傳)'에서 사마천도 '논어 자한'편의 이 구절을 인용하기도 했다. 세상이 혼탁할수록 청렴한 선비와 진정성 있는 마음이 눈에 띈다는 뜻을 사마천도 강조한 셈이다. 부귀를 중하게 여기는 속인의 처사와 부귀를 가볍게 여기는 청렴한 선비의 처사는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떠올리면서 우리 주변의 인간관계를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좋을 때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나쁠 때는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세태를 부인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네 삶과 인간관계의 현실이자 세속성인지도 모른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이를 문전성시, 문전작라(門前成市, 門前雀羅)라고 표현했다.

우리가 기쁘고 즐거울 때 만난 인연에만 둘러싸여 자칫 어렵고 힘든 시절을 함께 버티고 위로해준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잊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 볼 일이다. 중국 후한시대 송홍의 고사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빈천지교 불가망(貧賤之交 不可忘)

# 이건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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