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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난 것 인식 못해"...뺑소니 혐의 운전자 2심도 무죄

입력 2021.07.29. 18:05 댓글 0개
재판부 "뇌전증 없다고 단정 못해...도주 고의에 관한 증명도 부족"

[수원=뉴시스]변근아 기자 = 뺑소니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가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뇌전증으로 인한 의식 소실로 사고를 인식하지 못 했을 뿐 도주한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것이다.

수원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경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도주치상) 및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미조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A씨는 2019년 4월 10일 오전 경기 안산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 앞서 달리던 B씨의 차량 뒷부분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충격을 받은 B씨의 차량은 중심을 잃고 중앙선을 넘나들다 진행하던 방향 도로의 2차로 옆 추락 방지 시설물과 부딪친 뒤 멈췄다.

이 사고로 B씨는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으며, 피해 차량은 850여만 원 상당의 수리비가 들 정도로 파손됐다.

그러나 당시 날씨가 맑고 시야가 밝은 상태였으며, 누구나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큰 소리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A씨는 사고 직후 그대로 차량을 운전해 회사로 출근했다.

3시간여 뒤 경찰의 연락을 받은 A씨는 처음엔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다 스스로 차량을 확인한 뒤 "사고 난 것을 모르고 출근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당시 A씨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같은 달 병원을 방문해 뇌 MRI 등 검사를 받고 "4~5개월 전부터 1분 이내로 4, 5회의 의식 소실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A씨는 병원검사에서 정상 소견이 나왔지만, 병원 측은 A씨에게 뇌전증의 가능성이 있고 임상적으로 뇌전증이 추정된다고 약물을 처방했고, 그로부터 반년간 진료를 받아온 A씨는 같은 해 9월 최종 뇌전증 진단을 받았다.

이를 근거로 A씨 및 그의 변호인은 재판에서 "피고인이 앓고 있는 뇌전증 증세 중 하나인 의식 소실로 교통사고를 인식하지 못한 것 뿐이고 도주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고, 1심은 이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이 사고 당시 뇌전증 증상으로 의식 소실 상태에 빠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실오인 등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2심 판단 역시 원심과 동일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교통사고를 일으킬 당시에 이를 인지했다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법원 감정 촉탁 결과 병원 검사에서 시행한 뇌파 검사는 20~30분의 짧은 시간에 이뤄진 것에 불과하고 해당 검사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뇌전증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목격자 진술 등 사고 직후 피고인 차량의 반응을 알 수 있는 증거는 제출되지 않았고, 피고인이 급히 현장을 이탈하려 한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며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와 정황들을 살펴보면 피고인의 도주 고의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는 원심의 판단은 옳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gaga99@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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