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정청래 의원에 관한 생각

입력 2021.07.26. 10:40 수정 2021.07.27. 08:03 댓글 0개
강준만의 易地思之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그에게 시종일관 중요한 일관성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강성 지지자들의

속을 후련하게 만들어주는 일인 것 같다.

정 의원은 민주당이 다음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강성 지지자들의 속을

후련하게 만들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가 고정 패널로 출연한 어느 방송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시청해온

내가 보건대 그는 거시적인 정치 감각과

전략적 판단이 뛰어난 정치 전문가다.

그런데 왜 그러시는 걸까?

"어디서나 누구 앞에서나 할 말 다하는 인간, 옳다고 생각하면 앞뒤 생각 않고 나서서 소리치는 인간, 당이 필요로 할 때, 아무도 안 나설 때, 앞서 나가 두드려 맞고 그래서 늘 손해 보고 온갖 총알은 다 맞는 인간. (중략) 이용만 당하고 상처는 혼자 입는 그런 어이없는 인간, 정청래는 그런 바보 같은 인간이었다."

지난 2016년에 출간된 '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에 실린, "정청래를 부탁합니다"라는 글에서 손혜원 민주당 의원이 한 말이다. 그는 민주당에 들어가기 전 주변 사람으로부터 "정청래 같은 사람하고는 어울리지 말라"는 경고를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세간의 그런 인식은 오해였다며 위와 같이 애정어린 칭찬을 한 것이다.

나 역시 상당 부분 공감한다. 그런데 지금 내 관심은 "국회의원은 무엇으로 사는가?"이다. 의원들이 앞 다투어 열심히 공부하고 발로 뛰면서 민생에 도움이 될 좋은 정책과 법을 만드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얼마나 좋은가. 누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리거나 욕하지도 않을 텐데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반면 의원들이 앞다투어 소속정당의 안전보장을 위해 궂은 일을 도맡아하는 자세로 반대 정당과 정치인을 향해 독설을 날리는 걸 주요 업무로 삼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는 정치판의 이전투구(泥田鬪狗)를 풍요롭게 하는 데에만 기여할 뿐이다. 아니 이는 굳이 가정을 할 필요도 없이 지금 우리가 직면해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정 의원은 이런 풍토의 선두 그룹에 속해 있다. 물론 정 의원은 정책과 입법 활동에도 열심이겠지만, 세상에 보여진 이미지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나는 정 의원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정청래가 바뀌면 국회 문화가 바뀐다"는 희망을 품고 '이전투구 정치'를 넘어서자는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이 제안을 위해 정 의원의 독설 활동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음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지난 15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자 정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독립운동하다 독립운동 노선이 안 맞는다며 곧장 친일파에 가담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 의원은 "배신형 인간은 되지말자" "못먹어도 양심불량은 되지말자"는 말도 했다. 아무리 미워도 그렇지 최 전 원장의 국민의힘 입당을 친일 행위에 비유해도 괜찮은 걸까?

열흘 전인 7월 5일 정 의원은, 민주당 국민 면접에서 면접관으로 나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한 김해영 전 최고위원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그는 "김해영 면접관님, 예의를 갖춰 달라"며 이렇게 말했다. "같은 당원으로서 불쾌하기 짝이 없다. 계속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당장 그만 두시라. 압박 질문을 하라는 게 막무가내로 조롱하거나 면박을 주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면박 말고 면접을 하란 말이다. 님보다 인격적으로 못한 분들이 아니다. 어디서 알량한 완장질인가? 보자보자 하니 참 심하시다."

다 좋았는데, 정 의원은 '알량한 완장질'이란 표현을 씀으로써 독설가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배신하지 않았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서 반갑긴 한데, 웃음이 나왔다. 어이가 없어서 말이다. 정 의원은 국민면접에 대해 무언가 오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건 국민의힘의 '이준석 돌풍'에 대응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보려는 흥행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 아닌가. 내부비판의 씨가 마른 민주당의 쇄신을 위해서라도 싸가지 없는 면접을 해달라는 것이었다는 말이다. 정 의원이 그런 방식에 반대할 수는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 지도부나 경선기획단장에게 이의를 제기하면 될 일이지, 이미 결정된 기획 의도에 충실하고자 했던 사람에게 모욕적인 비난을 하는 게 온당한가?

예의를 강조했지만, 정 의원은 민주당에서 누구보다 더 예의 없는 비판을 많이 해오신 분이 아닌가. 나중에 경선 후보들이 스스로 치열하게 다투면서 흥행 분위기가 살아났다는데, 이게 후보들이 서로 예의를 잘 지켜서 일어난 일은 아니잖은가. 그런데 웬 뜬금없는 예의 타령이란 말인가. 제발 자기 자신을 돌아보면 좋겠다. 다른 건 다 제쳐 놓더라도, 6년 전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최고위원회의에서 그 자리에 있던 주승용 최고위원을 향해 "사퇴한다고 공갈을 치고 물러나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막말을 해서 큰 논란을 빚은 적도 있지 않은가. 이런 막말 어록을 챙기자면 책 한권 분량 정도가 나올텐데, 갑자기 예의가 중요하다고 그러시니 당혹스럽지 않은가.

정 의원에게 그런 일관성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에게 시종일관 중요한 일관성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강성 지지자들의 속을 후련하게 만들어주는 일인 것 같다. 정 의원은 민주당이 다음 대선에서 패배하더라도 강성 지지자들의 속을 후련하게 만들어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가 고정 패널로 출연한 어느 방송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시청해온 내가 보건대 그는 거시적인 정치 감각과 전략적 판단이 뛰어난 정치 전문가다. 그런데 왜 그러시는 걸까?

정 의원은 '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에서 "국회의원을 움직이는 최고 단위 정치 행위는 팬클럽이다"고 했다. 실제로 정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했을 때 정 의원의 팬클럽이 전화, 문자 폭탄, 탈당계 팩스 등의 공세를 퍼부어 거의 일주일 내내 중앙당과 17개 시도당의 업무가 마비되었다고 한다. 그런 일도 있었던만큼 정 의원이 팬클럽을 중시하는 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본말의 전도는 곤란하지 않은가.

강성 지지자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는 공적인 것인 동시에 정치인 개인의 든든한 배경이 된다는 점에서 사적 이익의 성격도 갖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전체 이익이라는 공적 대의와 정치인 개인으로서의 사적 이익 사이에 충돌이 일어난 걸까? 그래서 정 의원은 자신만만하게 '친일파에 가담' '알량한 완장질'이라는 식의 주장을 할 수 있었던 걸까?

이런저런 짐작만 할 수 있을 뿐 그의 깊은 속내를 어찌 알 수 있겠는가. 다만 '알량한 완장질'은 부메랑이 되어 정 의원의 행태에 더 잘 어울리는 말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정 의원이 민생을 우선시하는 정치개혁의 선봉장으로 활약하는 걸 보고 싶은 마음으로 드리는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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