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국민이 원하는 건 상식적 공정

입력 2021.07.12. 09:16 수정 2021.07.13. 08:02 댓글 0개
김홍신의 新인간시장 소설가

대선까지 8개월 남았는데 여야를 막론하고 출마선언을 한 정치인과 출마 저울질을 하는 인물이 꽤나 많다

다행인지 유행인지 모르지만 출마 선언자들은 하나같이 '공정'을 화두로 삼았다.

'공정'을 화두로 삼은 것은 부동산 정책 실패와 인사실패, 양극화의 심화와 청년실업에 대한 저항, 진보와 보수의 엄청난 갈등으로 '공정의 실패'가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57년 만에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인정받았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대한민국의 지위를 선진국 그룹으로 인정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1964년에 유엔무역개발회의가 설립된 이래 개발도상국을 선진국으로 지위를 상승시킨 첫 사례이기에 자축해야할 일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된 것은 국민들의 고난과 열정, 시련과 도전, 불평등과 인내, 부조리와 상식, 불공정과 정의, 좌절과 성장이 얽혀 이루어낸 쾌거인데도 국민들은 환호하기 어렵다. 정치인들이 아직도 우리 국민들을 열등국민 취급하고 권력이 그들만의 잔치놀음을 하는 탓이기도 하다.

한국 장년층이 살아온 얘기를 들어보면 거개가 다 우여곡절 많은 사연의 주인공이다. 곱게 기르던 머리칼을 잘라 가발을 만들어 수출하고, 식솔을 줄이려고 어린 딸을 식모로 보내고, 더러는 해외입양이란 미명으로 수출했고, 이역만리 독일에서 시신을 만지는 간호사로 막장의 광부로 온 몸을 불사르지 않았던가.

목숨 걸고 월남전쟁터에 가려고 돈과 백을 썼고, 열사의 중동에서 혹독한 노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연탄가스에 쓰러져 봤고 자식들에게는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빚을 내어 학교를 보냈다. 노는 사람은 나쁜 종자 취급을 받을 만큼 열심히 살았다. 평균수명은 많이 늘어났지만 한국인은 일만 하다 죽기 전에 10여 년씩 병자로 살게 되었다. 이런 서러움과 회한으로 우리나라가 드디어 선진국이 되었다는 걸 어찌 부정할 수 있겠는가.

그런 한국인들의 피와 땀으로 우리나라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68차 무역개발회의 폐막회의에서 선진국으로 지위변경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식민지의 사슬에서 겨우 벗어났지만 동족상잔의 치명상을 입은 우리나라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룩한 기적의 나라로 공식화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에서 국내 총생산(GDP) 세계 196개국 중 10위권으로 올라섰고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G7국가인 이탈리아를 추월했다. 그럼에도 가슴이 아린 것은 선진국이 되었는데도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OECD 37개국 중 거의 꼴찌 수준인 35위라고 한다.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낮은 까닭을 전문가들조차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다고 한다.

수많은 견해가 있지만 몇 가지만 추려보면 짧은 시간 안에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었던 상호경쟁심을 들 수 있다. 둘째는 경쟁심에서 저절로 도출되는 비교법이다. 남이 가진 명예, 권력, 재물은 물론이요, 인물, 학력, 집안(이른바 흙수저와 금수저) 따위를 비교해서 주눅이 들거나 질투, 시샘하는 것이다. 셋째는 행복에 대한 기대치가 의외로 높다는 것이다.

짧은 세월에 온 몸과 마음으로 고생하여 살만해졌지만 삶의 속도전에서 밀려났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느낀다. 넷째는 정치변혁기가 잦은 탓인지 불공정한 세상에 스스로 소외되었거나 무시당했다는 걸 체감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사회가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국민이 다수라는 사실을 정치인들은 모른다.

정치 불신의 가장 큰 화두는 불공정이라는 게 중론이다. 대선까지 8개월 남았는데 여야를 막론하고 출마선언을 한 정치인과 출마 저울질을 하는 인물이 꽤나 많다. 다행인지 유행인지 모르지만 출마 선언자들은 하나같이 '공정'을 화두로 삼았다. '공정'을 화두로 삼은 것은 부동산 정책 실패와 인사실패, 양극화의 심화와 청년실업에 대한 저항, 진보와 보수의 엄청난 갈등으로 '공정의 실패'가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을 가리켜 '선택적 공정', 즉 '내로남불'이란 멍에를 씌우게 됐다.

국민이 원하는 건 상식적 공정이다. 문 정권의 고위공직자로 초반에 상당히 호평을 받았던 인사들이 공정을 앞세우며 야당의 문턱으로 다가섰다. 어차피 여당은 경선 중이어서 뛰어넘어 들어갈 문턱이 사라졌으니 선택은 뻔하다. 더구나 현 정권과 맞섰기에 대선후보 반열에 올랐으니 야당과 손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젊음이라는 무기와 신선한 아이디어로 야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6세의 취업준비생과 27세의 로스쿨 학생을 토론 배틀로 대변인에 선정했다. 토론 배틀은 우리 정치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을 따돌렸다고 했다. 청년들의 갈증을 토론 배틀로 해소해줄 때 지원자가 564명이었고 70%가 2030세대였다. 결승전 참여 문자수가 12만 명을 넘었고 방송시청률은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보다 두 배쯤 높았다고 한다.

이는 곧 기성정치에 대한 환멸이거나 저항의식의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이대로 간다면 다음 대선에서 청년들의 투표율이 매우 높을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대책에 대한 절망감, 미래에 대한 불안감, 기성정치에 대한 반발 등을 유념할 때가 됐다. 이 대표는 '젊고 새로운 방식으로 대선승리를 하겠다.'며 정치에 예능접목을 멈추지 않을 태세이다.

민주당도 신선한 이정표 하나를 세울 뻔했다. 대선 경선 면접관으로 '조국 흑서'의 저자인 김경율 회계사를 선정했다. 그러나 당내 거센 반발로 무산되었다. 한 번 상상해 보자. 김 회계사가 면접관이 되어 후보자들을 매섭고 치밀하게 면접했다면 민주당의 담대함과 반대편을 끌어안는 포용력을 높이 샀을 것이다. 송영길 대표가 그간의 행적으로 미루어 대선승리로 가는 디딤돌을 놓으려고 한 것 같은데 아쉽게 무산되었다.

송 대표는 윤석열 전 총장의 출마선언에 "대통령은 미래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평생 검사만 한 분이 바로 대통령이 되는 것은 동서고금에서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얼마나 미웠으면 국민들께서 대선주자로 지지하겠느냐. 우리가 반성해야 한다."고 주저 없이 바른 말을 했다. '우리가 얼마나 미웠으면, 우리가 반성해야 한다.'는 두 마디는 과거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다짐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송 대표의 거듭된 바른 말은 훗날 지도자의 덕목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가 다시 창궐하여 4차대유행에 대한 근심이 만연해 있다. 코로나 걱정만으로도 삶이 버거운 국민들이 정치 걱정까지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그것도 변이바이러스를 닮은 변이 정치를 언제까지 걱정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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