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이른 아침에 가슴이 아프다면? 변이형 협심증 의심

입력 2021.07.05. 11:41 수정 2021.07.08. 20:01 댓글 0개
홍영준 건강칼럼 전남대병원 교수

내과 전공의 1년차로 순환기내과에서 근무하며 응급실 근무를 하는 도중에 30대의 젊은 여자 환자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슴이 아프다고 호소하다가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켜서 응급실에 왔다. 나와 응급실 의료진은 이 환자에게 20분간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환자를 소생시켰다.

이른 아침에 응급실에서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일이다. 도대체 이 젊은 여자 환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무슨 선천성 심장병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젊은 여자에게는 드물지만 급성 심근경색증이 발생한 것일까? 결론은 변이형 (이형, 변형) 협심증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었다.

지금이야 쉽게 진단할 수 있는 병이지만 당시 내과 전공의 1년차로 갓 근무를 시작한 나에게는 이 환자의 진단을 내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환자는 약물 치료를 하면서 지금까지 내·외래에 다니고 있다. 평소 아무 증상이 없었는데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켜서 급사할 수 있는 병, 하지만 반대로 심장마비까지 왔는데 시술이나 수술을 하지 않고 약물 치료만으로 아무 증상 없이 지낼 수 있는 병이 바로 변이형 협심증이다.

심장은 크게 3개의 관상동맥으로부터 필요한 혈액,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전형적인 협심증이란 관상동맥이 죽상경화에 의해 좁아져서 가슴에 아픈 증상이 나타나는 병을 말한다. 그런데 관상동맥이 좁아지지 않아도 가슴이 아플 수 있는 협심증이 있다. 바로 변이형 협심증이다.

그렇다면 변이형 협심증은 어떻게 발생하는 것일까? 동맥의 가장 안쪽에 자리 잡고 있는 세포를 내피세포라고 한다. 내피세포에서는 혈관을 확장시키는 물질인 산화질소가 나오는데 내피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 산화질소가 나오지 않아 혈관이 수축하게 된다.

변이형 협심증은 이러한 혈관내피세포가 기능 이상을 일으키거나 과민 반응해 혈관이 급격하게 수축하면서 관상동맥에 경련이 일어나서 발생하게 된다. 관상동맥이 수축하면서 경련이 일어나게 되면 마치 죽상경화에 의해 관상동맥이 좁아지는 것과 비슷하게 가슴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평상시 환자가 증상이 없을 때는 정상이던 관상동맥이 관상동맥이 수축해 경련이 일어나면서 환자가 가슴 통증을 호소하게 된다.

보통 환자들은 '앞가슴이 아프거나 뻐근하게 조여온다'거나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이 있다'고 표현한다. 통증은 가슴 왼쪽 또는 중앙부에서 주로 나타나며, 턱이나 어깨, 왼쪽 팔을 따라 통증이 퍼지거나 전달되기도 한다.

변이형 협심증은 다음과 같은 특징적인 증상을 보인다. 가슴 통증이 새벽 또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술 마신 다음 날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일반 협심증 환자들보다 비교적 젊은 사람에게 많다. 낮에는 일을 하거나 운동을 해도 가슴 통증이 잘 생기지 않는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많이 발생한다.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 증상의 악화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보통 가슴 통증은 5~10분 이내에 호전되지만 심장마비를 일으키기도 한다. 혈관 확장제인 니트로글리세린 설하정(또는 스프레이)에 의해 가슴 통증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보통 스텐트 시술 없이 약물로 치료한다.

변이형 협심증은 통증이 없는 시기에 심장 검사를 받으면 모두 정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진단을 위한 검사가 매우 중요하다. 대개 에르고노빈이나 아세틸콜린과 같은 약물을 사용해 관상동맥의 경련을 유발시킨 후 심장초음파나 관상동맥 조영술을 통해 경련을 증명하게 된다.

변이형 협심증은 전형적인 협심증에 비해 예후가 좋은 편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안심할 수는 없다. 관상동맥 경련이 20분 이상 지속되는 경우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진행되기도 하고, 경련 후 부정맥이 일어나 심하면 심장마비를 일으켜서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따라서 밤에 자는 도중, 새벽, 이른 아침에 가슴 통증이 자주 발생한다면 반드시 순환기내과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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