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건강한 교육생태계를 위해

입력 2021.07.05. 10:20 수정 2021.07.06. 19:13 댓글 0개
김홍식의 교단칼럼 전 광주서부교육장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참으로 안타까울 때가 많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그 어떤 학생 못지않게 착하고 성실할 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노력을 하는데도 성적이 그다지 신통치 않은 경우이다. 특히 이런 제자들이 학교를 떠나 사회에서도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모습을 보면 더욱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그 사람의 머리가 따라주지 않아서 그렇다고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고 말 일인가? 물론 학교교육에서 거둔 성과가 그대로 사회까지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학교에서의 우등생이 사회에서 꼭 그렇게 되지만은 않으니까.

문제는 좋은 대학, 인기 학과를 가서 소득이 높은 일자리를 차지하고자 하는 욕망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 사회의 불공정한 재화 분배 구조가 빚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이는 솔직히 우리 사회에서 그 누구도 쉽게 벗어나거나 끊어내기 어려운 강력한 집단최면 상태에 빠져 있다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지나치게 능력을 강조하고 있고 교육 역시 이를 철저하게 뒷받침하려는 데서 오는 필연적인 귀결이자 불편한 진실이다. 사회와 학교의 책임 소재를 놓고 벌이는 소모적인 논쟁 또한 너무 진부하다. 토론의 주제로서는 훌륭한지 모르나 그 내용과 결론은 토론 공간에서만 갇혀 맴도는 공허한 동어반복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온갖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목표를 이루겠다는 발칙한 발상이 숱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남보다 조금이라도 일찍 상급 학년, 상급학교 과정을 배우도록 아이들을 내몰며 개인적 출혈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 이따금 시험지 유출이나 성적 조작 등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 드러나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충격적인 드라마 '스카이 캐슬'도 단순한 허구가 아니다. 이렇게 온갖 무리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고야 말겠다는 생각과 노력이 평범한 사람들의 상상을 훨씬 초월한다. 그 과정 자체만으로도 사회적 약자들의 기를 꺾어 놓고도 남음이 있다.

흔히 세상 인심도 약자들을 무시하고 경멸하는 풍조가 있다. 모두 본인의 노력이 부족하거나 무능한 탓으로 돌리기 때문이다.사회의 구조적 모순은 어디로 가고 패배한 개인의 책임만이 크게 부각된다. 당사자로서는 패배자의 자책감과 주위의 따가운 시선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이러니 사활을 건 경쟁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지면 끝장이라는 절박한 생각뿐이다. 옆에 있는 모든 사람은 경쟁자다. 이런 풍토에서 더불어 조화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건강한 민주시민의식이 어떻게 싹트고 성장할 수 있겠는가. 그저 듣기 좋은 공허한 구호일 뿐이다.

교육의 목적이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좋은 회사에 취직해서 자신의 생계를 꾸리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지배하는 사회는 살벌한 무한경쟁만이 끝없이 펼쳐질 뿐이다. 고개 숙인 수많은 이웃을 옆에 두고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 모두가 선망하는 직장을 얻었다고 한들 과연 그 삶에 자기만족과 행복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웃과 더불어 사는 법'을 중시하며 가르치는 교육을 거울삼아 진지하게 우리를 비춰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학교에서 지는 교육도 이기는 교육 못지않게 똑같이 필요하다. 누구든지 상황에 따라서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강자가 될 수도 있고 약자가 될 수도 있다. 이긴 사람이 진 사람을 배려하고, 강자가 약자를 존중하는 훈련이 어려서부터 이루어질 때 우리 사회는 하나의 건강한 생태계가 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을 기르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하나의 교육기관이다. "독일교육이 '이 사회에서 내가 맡은 부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주고, 학생이 학문적으로든 직업적으로든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일을 찾아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도록 유도하는데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점은 참 부러운 대목이다.

'학교의 얼굴'은 곧 '사회의 얼굴'이다.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불합리한 힘과 구조가 견고하게 구축되어 작동하는 상황 속에서 학교라고 해서 결코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그렇다고 입시전쟁만을 비판하고 부정하면서 그것을 지탱하게 하는 자양분을 반성 없이 제공하는 사회적 인식과 승자독식의 지독한 카르텔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누가 뭐라 해도 진정한 인간의 탄생은 교육의 정상화에서 이루어진다. 이게 우리 사회의 확실한 신념과 제도로 자리 잡을 때 학교 교육의 생태계도 조화롭고 건강하게 구축될 것이다. 이제는 혁신을 넘어 교육의 대전환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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