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탈냉전 시대의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하며

입력 2021.07.02. 19:58 수정 2021.07.04. 19:56 댓글 0개
공진성 아침시평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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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를 가리키는 여러가지 표현 가운데 하나는 '이데올로기의 시대'이다. 20세기에 자유주의, 보수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같은 이념들이 등장하여 서로 경쟁했다는 말이다. 그 이념들이 등장한 것은 물론 좀 더 오래되었지만, 그것들이 전 세계로 퍼져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분명히 20세기의 일이니, 20세기를 '이데올로기의 시대'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세기의 80년대와 90년대에 이 '이데올로기'라는 단어가 참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서로 자신이 반대하는 세력이 가진 생각을 '이데올로기'라고 부르며 비판했다. 한쪽에서 상대방이 마치 주술에 걸려 있는 것처럼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다고 비판하면, 다른 한쪽에서 그런 식의 주장이야말로 반체제적 '이데올로기'라고 비판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다행히 그 싸움이 교실 바깥에서 벌어졌지만, 대학에서는 교실 안에서도 드물지 않게 그 싸움이 벌어졌다.

1990년대를 지나면서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약해지고, 긍정적 의미에서건 부정적 의미에서건 간에, 이데올로기에 대한 관심마저 약해진 것은 냉전의 종식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공동의 적을 상대로 힘을 합쳐 싸웠던 미국과 소련은 그 공동의 적이 사라지자 본격적으로 대립하기 시작했고, 그 대립은 '뜨거운 전쟁' 없이 40년 넘게 지속되다가 경쟁의 한 축이 무너진 후에야 비로소 끝났다. 이 '차가운 전쟁'이 시작되는 때에 우연치 않게 분단되어 '뜨거운 전쟁'까지 치른 한반도의 남쪽과 북쪽에서는 다른 어느 곳에서보다 더 강하게 이데올로기가 작동했다. 1980년 이후 대한민국에서 이데올로기적 대립이 심해진 것은 그때에야 비로소 지배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 어느 유력 대선 후보의 출마 선언이 있었다. 그의 선언문에는 당혹스럽게도 20세기 냉전 이데올로기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나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2022년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사람의 말에서 냉전적 사고가 드러난 이유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겪은 '피해' 탓에 마음이 삐뚤어진 것일까? 지지를 호소하려는 보수적 유권자 집단의 마음에 영합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것이 진짜 자신의 생각일까?

비교의 대상으로 냉전 시대의 정치인 김대중이 떠오른다. 그는 개인적으로 피해를 입고도 결코 복수심을 품거나 증오심에 빠지지 않았으며, 자신을 혐오하는 사람들을 비난하지도 않았다. 지지를 호소하려고 하는 유권자 집단의 정서에 영합하지 않고 언제나 '반걸음' 앞서 가려고 했다.

이 '반걸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먼저 감속을 의미한다. 대중을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해질 수 있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절제하는 것이 '반걸음' 앞서 가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자신이 이끌려고 하는 대중의 상태를 고려하고 존중하는 것을, 그러면서도 대중의 마음에 단순히 영합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럴 수 있으려면 시간적으로 현재만 아니라 미래도 내다봐야 하고, 공간적으로 눈앞만 아니라 세계도 바라봐야 한다. 정치인 김대중은 그것을 역사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올로기는 이념과 사상을 단순화한다. 세상을 보는 시각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훨씬 더 대중적일 수 있고, 그래서 또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그래서 또한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지도자가 그런 단순한 시각을 가지고 대중을 이끌려고 하거나 대중의 그런 단순한 시각에 영합하려고 할 때, 정치공동체의 운명은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냉전 시대에는 세계가 실제로 어느 정도 그렇게 갈라져 있었기 때문에 이분법적이고 단순한 이데올로기적 시각을 가지고도 별 문제가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전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1970년대 유신 시절에 정치적 언어를 습득한 사람들, 1980년대 이데올로기 대립 속에서 정치적 언어를 습득한 사람들, 1990년대 이후 유희적으로 정치적 언어를 습득한 사람들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쟁하는 가운데 시간과 공간을 넓게 보면서도 대중을 반걸음 앞서 이끄는 진정한 리더가 숨어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냉전은 진작 끝났고, 21세기의 세 번째 십 년은 벌써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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