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지역인재를 키워내야 한다

입력 2021.06.17. 22:18 수정 2021.06.20. 18:56 댓글 0개
박성수 아침시평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마침내 그렇게 바라던 한전공대, 이름하여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가 착공하게 되었다. 세계에서 둘도 없는 에너지 분야 특화대학이 바로 우리 고장에 첫 삽을 뜨게 된 것이다. 지난 4년여 동안 우여곡절 끝에 내년 3월 개교하게 되는 켄텍 (KENTECH)은 광주·전남의 경쟁력을 키우는 견인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출발부터 큰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에너지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한전이 만든 우수 인재 양성의 요람이라 할 수 있기에 지역민의 기대는 더없이 크다.

그런데 말이다. 얼마 전 신입생 입시요강이 발표되자마자 광주·전남 시도민들은 적지 않은 실망감을 갖게 되었다. 다름 아닌 지역인재를 배려하는 전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동안 도지사와 교육감을 중심으로 지역사회가 요구했던 지역인재 전형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가뜩이나 인재전쟁에서 밀리고 있는 광주·전남은 천신만고 끝에 설립된 한전공대에서 지역 인재를 우대하는 방안이 전혀 없다고 하니 답답해하고 있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켄텍은 전남도와 나주시에서 적지 않은 지원을 받고 있지 않는가. 지난 2020년 전남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28.1% 최하위로 전국 평균 50.4%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지방자치단체인데도 오로지 지역인재육성을 위해 출연하고 있기에 안타깝기 조차하다. 이 대학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한전공대 지원특별법 국회 통과 과정에서 야당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내년까지는 지역인재 부분을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다만 내후년 입시부터는 어떻게 하든지 지역인재전형을 반영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단다. 대신 지역의 일선 학교를 일일이 찾아가서 우수한 학생들의 지원에 어려움이 없도록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얼마 전 중견 언론인 한 분이 쓴 30년 전의 명칼럼을 우연히 읽어 보는 기회가 있었다. 그분은 그 당시 말하기를 " 진정 무등을 명산으로 사랑하거든 명인을 키우라"는 뜻깊은 고언을 들려주었다. 사람 가난에 허덕이는 우리 고장의 실상을 무등산에 빗대어 썼는데, 참으로 공감이 가는 대목이라 그대로 인용해 보았다. 그렇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바가 있을까. 인재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인물난을 겪기는 매한가지 아닌가 싶다. 아니 오히려 지금이 더 어렵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지난 70, 80년대 지역대학들의 위상을 이야기하면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당시는 인재들이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수도권의 유명한 사립대학을 진학할 엄두를 내지 못했기에 자기 고장의 대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바람에 유능한 학생들은 가족들과 안정된 생활을 하며 공부에 전념하였기에 지금보다 더 많은 우수 인재가 배출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지역인재를 키우고 있는 광주와 전남의 대학 현실은 어떤가. 해를 거듭할수록 신입생을 채우지 못한 대학들이 늘고 있고 학령인구가 줄면서 사태가 심각하니 걱정스럽다. 1975년 평준화 이후 고교 신입생은 46년 만에 최저이며, 3년 뒤에는 대입 미충원 인원이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교육부는 전망하고 있다. 그러니 비수도권의 지방대는 학생 수 감소에 바로 직격탄을 맞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가다 보면 특히 우리 미래의 남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생각할수록 참으로 암담해진다.

문득 2018년 전라도 천년의 해를 맞아 새로운 천년을 위해 야심에 찬 플랜을 내놓고 다짐하던 그때를 회상해 본다. 광주와 전남, 전북의 지방자치단체들은 그동안 왜곡되었던 전라도에 대한 인식을 바로 잡아 정체성을 확립하면서 전라도 천년의 역사를 다시 쓰기로 하였다. 그래서 우리의 후손들이 전라도인의 자긍심을 갖도록 해주고 이 땅에 태어나기를 참으로 잘했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어주자고 약속하였다. 올해로 천년 사업은 끝나게 되지만 제대로 된 성과는 거두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특히 광주, 전남, 전북을 아우르는 전라도의 인재 키우는 사업은 별 진전이 없이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광주·전남의 빛가람혁신도시와 전북의 전주완주혁신도시에 있는 공공기관의 인재 채용이나 광주·전북에 있는 의과대학들의 학생선발이 문제이다. 이들 기관이나 대학들이 지역 간 문호를 개방하지 못하고 자신들 고장의 인재들만 챙기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세 시도를 합해 보았자 고작 500만의 인구밖에 되지 않는데 그저 내 식구들만 챙기기에 급급하다 보니 규모의 경제에 부합되는 사람관리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인재격차는 바로 지역격차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상대적으로 얼마나 훌륭한 인재를 보유하고 있느냐 여하에 따라 그 지역의 경쟁력이 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들의 인재확보는 무엇보다도 절실한 과제이다. 그러기에 우리의 밝은 앞날을 위해 한사코 어려운 여건에서도 지역인재를 키워내기 위한 수단가 방법을 총동원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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