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 국민은 변화를 넘어 개혁을 원한다

입력 2021.06.14. 09:54 수정 2021.06.15. 07:52 댓글 0개
김홍신의 新인간시장 소설가

국민의힘은 감사원에 부동산 전수조사를 의뢰하겠다고 우겼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이 민주당의원에게 관대하고 국민의힘 의원에게 엄중했다는 게 밝혀진다면 집권당의 손실은 엄청날 것을 모르겠는가

오랜 시간 코로나사태와 사건사고에 국민들은 피곤하고 근심, 걱정이 누적되었다

더 이상 짜증나게 하는, 술수 없는 정치를 원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현대사에서 가장 미움 받은 정치권이 국민 눈높이에 다가서려고 안간힘을 쓰기 시작한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예상하고도 '이제부터 국민의 시간'을 강조했다. 민주당의 상징이 되어버린 '내로남불'을 벗어던지고 '조국 사태'를 비롯한 과거의 잘못을 반성했다. 더구나 부모찬스로 자괴감에 빠졌던 청년들에게 "우리 스스로 기득권에 안주해 자녀교육과 입시문제에서 공정가치를 훼손해 청년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자인했다.

지지층의 저항을 뚫고 나가는 뚝심과 정치력을 발휘한 것은 대선 9개월을 앞둔 민주당으로선 큰 이득이 되었을 것이다. 4·7재보궐 선거에서 패배의 원인이었던 조국사태와 '내로남불'의 멍에를 어느 정도 벗겨준 결단이었기 때문이다.

한참 전에 이해찬 전 대표가 사과했지만 송 대표의 목소리는 보다 진정성을 보였다. 야권의 반응은 냉랭했지만 송 대표의 용기는 민주당의 대권주자들을 도와줬을 뿐 아니라 민주당에 보약을 먹인 것과 다름없다. 대선 유력주자들도 당 지도부의 입장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에 희망의 징검다리를 놓은 셈이다.

여기에 디딤돌 한 개를 더 놓은 것은 국회의원 12명에 대한 정치적 결단이다. 국민권익위원의회 전수조사 발표에서 민주당 소속의원 12명의 부동산 불법소유, 거래 의혹을 제기하자 하루 만에 탈당조치와 출당 권유를 했다. 정당 사상 현역의원을 이런 식으로 징계한 것은 전례가 없다. 물론 이렇게 결단을 할 수밖에 없는 여러 정황이 있다.

4·7재보선 참패 원인 중 하나가 부동산 문제였을 뿐 아니라 갤럽 여론조사 결과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야당후보가 당선되는 게 좋다는 응답이 50%나 됐다. 세대별로 20대가 51%, 60대 이상이 57%, 중도층에서도 정권교체 희망이 56%나 되었다. 여론조사가 아니더라도 정부실책과 각종 사건사고로 점차 정권교체 여론이 높아지고 있을 때 민주당은 과감하게, 덧날 수 있는 환부를 도려낸 셈이다. 송 대표는 출당, 탈당을 강조하며 '국민눈높이에 맞춰서 기득권을 내려놓은 채 조사받고 의혹을 풀자'고 했다. 또 '국민적 불신이 너무나 크고, 내로남불, 부동산문제에 대해 국민은 예민하다.'고 인정하는 결기를 보였다. 이런 결기가 당장은 아프겠지만 국민에겐 희망을 던진 것이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또 다른 디딤돌을 놓았다. 대선출마선언을 한 박 의원은 "조국 전 법무장관 문제 뿐 아니라 지금껏 민주당이 국민께 드린 실망의 무게에 비하면 사과가 부족했다."고 실토했다. 박 의원은 또 '청와대와 정부 고위직 중 부동산 문제로 국민을 실망시킨 사람이 여럿인데 침묵하고 감싼 게 민주당'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그의 반성은 민주당의 미래에 돌다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또 "지금 같은 뻔하고 낡은 구도로 간다면 대선은 필패이고 뻔한 인물, 뻔한 구도, 뻔한 논쟁이 이어지는 민주당과 돌풍을 일으킨 이준석 국민의힘 후보와 비교하면 어디가 재미있겠나?"라고 했다. 박 의원이 민주당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지사, 이낙연 전 대표에 이어 3위에 오른 것은 젊어서가 아니라 그의 언행을 지켜본 사람들이 그를 개혁의 디딤돌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은 세대교체와 미래비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음을 정치인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박 의원이 거론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돌풍의 이면을 살펴보면 국민이 세대교체와 미래비전 뿐 아니라 기성 정치판의 허점을 매섭게 비판하는, 다듬어지지 않았더라도 활력 넘치는 정치를 요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대표는 낙선과 공천 탈락에도 굴하지 않고 보수진영의 낡은 틀을 흔들며 무기력함을 돌파하고 세대교체를 열망하는 젊은이들의 세력화를 모색한 결과 헌정사를 새로 썼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보수진영의 무능한 기성정치인들에게 미래를 맡기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은 그에게 시대정신을 펼칠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는 것 같다. 어쩌면 기성정치인에 대한 채찍일 수도 있다.

그는 보수진영의 텃밭이라는 대구경북합동연설회에서 "저를 영입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감사한다. 하지만 탄핵은 정당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을 배척하지 못해 국정농단에 이르는 사태가 발생한 것을 비판한다."고 목청을 세웠다. 더구나 "이런 이준석의 생각을 대구경북이 풀어줄 수 있다면 다시는 배신과 복수라는 무서운 단어가 통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탄핵정국에서 촛불을 들었던 수많은 국민을 아우르는 뱃심을 보였다.

그는 46세의 나이로 미국 대통령이 되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의 슬로건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변화'를 불러냈다. 오바마가 외친 통합의 시발점은 '관대함'이라며 보수의 변화를 촉구했다. 다른 후보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한 것과 비교해보면 깨우친 보수의 진보적 행보일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의 오바마가 되고싶고 개혁보수가 되려했다면 지난 5·18광주민주화운동 41주년에 광주로 달려가 무릎을 꿇어야했다. 또 개혁보수를 주장하면서 제주도 당원간담회에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정당했지만 이전 대통령들보다 엄격한 기준에 의해 가혹한 처벌을 받았다.'고 했다.

보수쪽 표를 의식한 탓이겠지만 한 발 더 나가지 말았어야 했다. '과거 정권에서도 대통령에 기생해 호가호위한 분들이 있었다.'며 전직 대통령들 얘기를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새로운 시대정신을 열어가려면 좀 더 담대한 화두를 던졌어야 했다. 바른 정치를 하고 오바마 대통령을 닮고 싶다면 반드시 '관대함'과 '믿을 수 있는 변화'의 화두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국민권익위원장이 민주당의원 출신이라는 핑계로 감사원에 부동산 전수조사를 의뢰하겠다고 우겼다. 현행법상 감사원이 국회의원을 조사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신뢰 손상이 결코 작지 않다.

상상해 보라. 전현희 권익위원장이 민주당의원에게 관대하고 국민의힘 의원에게 엄중했다는 게 밝혀진다면 집권당의 손실은 엄청날 것을 모르겠는가. 진작에 신속하고 정중하게 권익위원회에 전수조사를 요구했어야 한다. 오랜 시간 코로나사태와 사건사고에 국민들은 피곤하고 근심, 걱정이 누적되었다. 더 이상 짜증나게 하는, 술수 없는 정치를 원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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