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병영상인과 기업가정신

입력 2021.05.14. 16:39 수정 2021.05.16. 20:01 댓글 0개
박성수 아침시평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박성수 전남대 명예교수

얼마 전이었다. 우리 지역 경영자 조찬 포럼에서 병영상인을 강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바 있다. 일찍이 북에는 '송상(松商), 남에는 병상(兵商)'으로 회자되면서 개성상인과 비견되는 병영상인이 아니었던가. 그런데도 그동안 생각보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아쉬움이 컸었기에 이날은 뜻깊은 소개를 할 수 있었다. 비록 짧은 한 시간이었지만 병영상인의 궁금증을 풀어 주며 그들의 기업가정신을 소개할 수 있어 매우 기뻤다. 이른 아침 참석한 우리 지역의 경영자들이 무려 600년을 넘긴 병영상인의 활동상을 듣고 깜짝 놀라는 모습들도 보았다.

궁금할 터인즉 먼저 오늘의 병영상인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잠깐 살펴보자. 강진 병영의 상업역사는 조선 태종 17년(1417년)에 광산에 있던 전라병영성이 이곳으로 옮겨 오면서 시작이 되었다. 무려 일 만여 명의 군사 주둔에 따른 인구의 대량유입, 각종 군수용품이나 생필품 수요가 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곳에 상권이 형성되기에 이른 것이다. 물론 통일신라시대에 지금의 강진만 권역인 청해진에서 활발히 국제해상교역을 한 장보고대사의 글로벌 활동을 지나쳐 버릴 수는 없다, 또한 고려청자를 만들어 개경까지 싣고 가서 상거래를 한 상인들의 역사 또한 병영상인 형성의 토양이 되었다는 사실도 눈여겨 보아야 한다.

그 후 1895년 동학농민운동으로 병영성이 함락되어 폐영될 때까지 병영상인은 활발하게 맥을 이어 오면서 활동을 해 왔다. 특히 1651년 네델란드 상인 하멜일행이 병영에 7년을 머물면서 나름대로 선진 상업기술도 전파해 주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하여 볼 수 있다. 또한 강진에서 제주까지의 해상항로가 가장 안전한지라 많은 상고선이 드나들면서 병영상인들의 활동도 두드러졌다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CEO로 불리는 제주의 김만덕이 강진지역에 자주 드나들었던 기록들은 우리들의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20세기에 들어와 일제 강점기를 맞으면서 병영상인들은 전국 방방곡곡으로 흩어졌고, 일부는 멀리 만주까지 무대를 넓히기도 하였다. 많은 상인들은 어려워진 여건에서도 5일장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보부상으로 열심히 나다녔다고 한다. 한편 해방 후에는 병영상인들이 속초, 인천, 서울, 군산, 부산 등지에 진출, 성공적인 상업활동을 전개해 왔다고 한다. 그 후 현대화의 물결속에서 도시가 발달하면서 병영상인들은 오일장에서 벗어나 목포 중앙시장, 광주 충장로는 물론, 멀리는 서울 남대문, 동대문시장까지 진출, 현재도 성업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개성상인들 못지않게 많은 병영상인들 후예들 가운데 유명한 몇 사람을 열거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국내에서 반도체 산업을 일으키고 칼러 TV를 처음으로 만들어 낸 아남그룹의 김향수 회장, 바다가 미래라는 신념으로 해양에서 오늘의 사업을 개척한 동원그룹의 김재철 회장, 세브란스 병원의 오늘이 있도록 일찍이 거금을 쾌척한 동은 김충식 회장, 지금의 오뚜기 그룹 함형준 회장과 공동으로 창업한 대선제분의 박세정 회장 등이 바로 이 반열에 든다.

이처럼 열심히 활동해 왔던 병영상인들의 활동내용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은 기업가정신을 찾아낼 수 있다. 첫째, 밑바닥부터 시작, 새로운 사업에 과감히 뛰어들어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도전정신을 들 수 있다. 둘째, 서로를 존중하며 같이 나누고 더불어 생활하며 함께 성장하는 상생인본주의정신을 갖고 있다. 셋째, 개성상인보다 더 근검절약하는 생활관을 갖고 주변관리를 잘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기업경영에 임하고 있다. 넷째, 신용을 목숨보다 중시하고, 한 번 맺은 인연을 끝까지 가지고 가는 자세로 신용도 자본으로 생각한다.

이상에서 살펴 본 기업가정신은 산업계는 물론 학계의 사람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영하기가 더 없이 어려운 때가 아닌가. 이럴 때 일수록 병영상인의 기업가정신을 우리가 배우고 함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병영상인의 기업가정신을 자랑스럽게 널리 알려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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