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칼럼>고려인 마을 사람들을 위한 법률 구조를 해보니

입력 2019.04.30. 17:49 수정 2019.04.30. 17:49 댓글 0개
김경은 법조칼럼 변호사(법률사무소 인의)

광주 광산구 월곡·산정·우산동 일대에는 4천여명의 고려인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고려인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다가 이제는 대표적인 고려인 마을로 발전했다. 이곳에는 대안학교인 ‘새날 학교’와 협동조합도 고려인 한국 생활을 돕고 있어서 입소문을 타고 고려인들이 모여들고 있다.

그렇다면 광주 고려인 마을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주권을 상실한 일제강점기에 조국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이다. 시대적 상황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고국을 떠나 갖은 고초를 겪었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고국에 정착 했지만 고려인 후손들이 광주에서 정착하기는 쉽지 않다. 어려운 상황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광주고려인마을에 매주 월요일 오후 7시에 무료법률 상담이 진행되는데 산재, 체불임금 등으로 우리말이 서툰 고려인 동포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변호사로서 그들의 사정을 들어보면 하나 같이 가슴 아픈 사연이다. 우리 말이 익숙치 않아 억울한 불이익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고려인 근로자들은 수년간 일 하면서도 연차수당에 대한 고지를 받지 못했으며 산재를 당하고도 산업재해 보상 신청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퇴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근로자들도 수십 명이 넘는다. 대부분 한국말이 익숙하지 않아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악덕 업주들은 고려인들을 돕기 보다는 되레 열악한 처지를 악용하고 있다.

상당수 고려인들은 연차수당이 있다는 것조차 모를뿐 아니라 알려주지 않은 사례도 많다. 상담실을 찾은 한 고려인은 병원에서 작업하던 중 오른쪽 손가락을 다쳐서 즉시 수술을 했지만 현재까지 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심한 통증을 겪고 있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산업재해보상 절차에 대해서 알려주지 않아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었다. 이런 사례들은 지난 2017년 8월부터 17개월간 무료 법률 지원사업을 벌인 결과 총 600여건이 넘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에 항일운동을 지원했던 고려인 후손들이다. 대한민국의 독립을 염원하며 국경을 건넜던 선대와 달리 이들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찾아 왔다. 이들을 따뜻하게 대하지는 못할망정 법의 사각지대로 모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특별한 대접이 아니라 보통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들의 딱한 처지를 돌보고자 시민권익 변호인단이 임금체불 등에 대해 소송과 구제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도 법률구조를 받지 못하는 고려인이 훨씬 많다.

지금이라도 시청과 구청, 고용노동부는 현장 조사를 벌여 임금 체불이나 연차 수당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지는 않은지 따져 보아야 한다. 가능하면 어려운 처지의 고려인들을 돕기 위한 관련 법과 지원 조례도 제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광주 고려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롤 도와야 한다.

일제 강점기 어려운 때 우리는 그들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 이제 우리가 그들을 도와야 할 차례다. 고려인들은 우리 민족이고 우리와 같은 고초를 겪었던 동포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광주 정신이 무언가. 광주 정신은 고려인 동포들에게 따뜻하게 손을 내미는 인간애부터 실천해야 한다. 광주시민들의 고려인 동포에 대한 따뜻한 인간애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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