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예술' 광주를 꿈꿉니다

입력 2023.04.26. 11:10 이예지 기자
[지방청년희망보고서?] 문창환 미디어아티스트
건축물·장소 특징 살린 스토리텔링 예술
‘광주’ 주제로 한 전시·작품 활동 등 활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일상화·대중화 노력”
문창환 미디어아티스트

[지방청년희망보고서?] 문창환 미디어아티스트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찾아 예술 작품을 경험하는 시대는 지났다. 캔버스도, 거창한 전시장도 필요 없다. 도시의 모든 공간이 하얀 캔버스이자 하나의 전시장이다.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건물 외벽이나 길거리에 다채로운 빛의 변화를 비춰 마법 같은 경험을 부여하고, 거리의 전광판에 다양한 예술 작품을 송출해 길을 거닐며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기회를 선물하는 문창환 미디어아티스트(31)를 만났다.

거리 곳곳에서 미디어아트를 펼치며 광주의 예술을 현재진행형으로 만들고 있는 그는 광주를 '꿈에 날개를 달아주는 도시'라고 말한다. 광주비엔날레와 같은 큰 행사를 떠나서 유명한 여러 대안공간이 마련돼 있고 문화적인 시민의식이 높아 예술에 대한 시민들의 호응도 높다는 것이다.

일상 속에서 예술을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광주를 만들고자 하는 문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21년 ACC 미디어 파사드 '감각정원-밤이 내리면 빛은 오르고'에 참여한 문창환 미디어아티스트의 작품 '더 완벽한 세계'의 모습. 문창환 작가 제공.

◆건축가 꿈꾸던 청년, 미디어아트 속으로

광주에서 태어나 자란 문 작가는 오랫동안 '소박한 이유' 하나로 건축가를 꿈꿨었다. 내가 손수 지은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것.

비록 대학 전공은 건축이 아닌 조소를 선택했는데, 다양한 재료로 입체적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그에게는 건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전공을 살려 건축과 결부된 요소들에 미적 특수성을 가미해 나만의 건축을 하겠다는 생각도 했더랬다.

그러다 대학을 졸업할 즈음에 그의 삶에 큰 변곡점이 찾아왔다. 광주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미디어아트 레지던시에 입주하게 된 것. 그간 설치미술 작업을 하면서 영상을 통해 공간을 조성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던 터라 자연스레 미디어아트 장르에도 관심을 두고 있었다.

문 작가는 "대학 졸업 후 설치미술을 기반으로 영상 등 미디어아트와 결합한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를 하고 싶었다"며 "입주작가로서 2년간 꿈꾸던 활동하며 느꼈던 행복함을 잊을 수 없어 미디어아티스트의 길을 걷기로 다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건축가가 되고자 했던 꿈과 조소를 전공하며 쌓은 경험은 문 작가의 미디어아트 작품에 무수한 영감과 가능성을 주었다. 무엇보다 미디어아트는 건축은 물론, 주거, 도시환경, 도시재생·재개발 등 공간적 맥락 속에서 숨쉬기에 그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했다.

문 작가는 "미디어아트는 공간이 어느 곳인지, 어떤 곳인지에 따라서 달라진다. 건물의 장소적 특징을 살려 스토리텔링을 하려고 노력한다"며 "어떻게 보면 건축과 떼어낼 수 있는 분야인 미래 주거환경이나 도시 재개발 등을 미디어 매체를 활용해 작품으로 선보이면서 비대면 토론장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문창환 미디어아티스트가 2020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기획한 광주 상무관 미디어파사드 프로젝트.

◆관객과 함께 '광주'를 말하다

문 작가는 작품을 구상할 때 단순하게 보여지는 것만을 중요시하는 것이 아닌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해 함께 호흡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 미디어아트 특성상 관객은 작품을 체험하고 때로는 변형시키며 작품과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참여했던 2021년 ACC 미디어 파사드 '감각정원-밤이 내리면 빛은 오르고'도 이의 일환이다.

'더 완벽한 세계'라는 타이틀을 가진 이 작품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외벽과 아래 소방도로 약 100m에 3D 이미지를 투사해 관람객이 가상 공간을 산책하도록 유도한다. 바닥에 투사된 영상 위를 걷는 관객들은 작가의 메타버스 속 아바타가 돼 작가가 투영하는 나만의 아름다움 자연, 지금 보다 완벽한 세계를 보게 된다.

특히 문 작가는 광주 지역만의 이야기에 대해 혼자서 풀어가는 것이 아닌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비대면 토론의 장을 만든다.

그는 2020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더 커다란 폭력'이라는 제목의 광주 상무관 미디어파사드 프로젝트를 기획해 5·18을 바라보고 기억하는 젊은 세대의 새로운 관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문 작가는 "5·18을 직접적으로 겪지 않은 90년대생이 바라보는 5·18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항상 위로와 슬픔의 기억만이 아닌 다른 색다른 행사로 오월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이 작품은 90년대생의 시민들이 참여해 만든 것으로, 현재·과거·다시 지금이라는 시간의 역순과 순환에 있어서 현재 젊은 세대가 바라보는 5·18에 대해 이야기했다. 상무관은 1980년대 당시 희생자들의 주검을 임시로 안치했던 공간으로 의미가 뜻깊고 많은 관객에게 생각할 수 있게끔 만드는 공연이 됐다"고 설명했다.

2021년 ACC 미디어 파사드 '감각정원-밤이 내리면 빛은 오르고'에 참여한 문창환 미디어아티스트의 작품 '더 완벽한 세계'의 모습. 문창환 작가 제공.

◆'도심=캔버스' 예술의 일상화 '목표'

광주 도심에 새로운 미디어아트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문 작가에게도 한 가지 목표가 있다. 광주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더욱이 미술관까지 걸음하기 어려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예술을 접하게끔 하고 싶다는 생각도 담겼다.

문 작가는 "미디어아트 관점에서 보면 모든 도심은 하얀 캔버스다. 지역의 상징인 금남로 일대 도로에 빛을 투사해 일반 시민 누구나 길을 걷다 예술 작품을 마주할 수 있게 하고 싶다"며 "차차 이러한 작업을 늘려가 도심 속 어느 곳을 가더라도 예술을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문화도시 광주가 되길 소망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역에서 성장해 더 큰 무대로 나아간다고 할지라도 결국엔 광주로 돌아오게 되고 돌아와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큰 무대에서 경험했던 소중한 자산을 가지고 지역의 상황에 맞게 풀어낸다면 광주 지역 예술의 대중화와 일상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주로 오려는 작가들 많아

문 작가는 미디어아티스트에게 광주는 희망의 땅으로 불린다고 전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데다, 역사적 경험과 다양한 문화자산이 있다. 무엇보다 2014년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선정되면서 미디어아트 인재양성 프로그램과 더불어 콘텐츠 제작 지원사업 등도 확대됐다.

지역 미디어아트 작가의 작품 창작과 역량 강화를 돕고 지역 내외 문화예술인 및 단체와 교류도 지원하는 '미디어아트 레지던스 사업'도 추진해 미디어아트 창의도시의 브랜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광주에 오려는 미디어아티스트들이 많다는 게 문 작가의 전언이다. "예술을 하려면 큰 물(수도권)에서 놀아야 한다"는 말도 미디어아트 분야에서는 예외라고 했다.

그는 "타지역 미디어아티스트들은 광주의 미디어아트에 대한 다방면적인 지원에 대해 부러워하고 있고 실제로 광주로 유입하려고 하는 청년 작가들도 꽤 있다"며 "이와 같은 지원을 통해서 지역 작가들이 성장해 더 큰 무대에 나가 광주의 미디어아트를 알리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대형 미술관 뿐만 아니라 도심 곳곳에 여러 대안공간이 있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고, 문화적인 시민의식이 높은 만큼 일상 속에서 만나는 문화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도 장점이다.

문 작가는 "지역에 인프라가 잘 조성돼 있는 만큼 중요한 건 작가 본인이 발품을 팔아 해당 지원사업을 찾는 것이다"며 "한 곳에서 인정을 받게 되면 다른 곳에서도 빛을 볼 수 있는 만큼 지역 인프라를 활용해 자신의 경력을 쌓는다면 큰 무대로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예지기자 foresigh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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