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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이제는 가족 위한 연휴…차례 대신 여행
입력 : 2019년 09월 10일(화) 17:31


차례상 줄이거나 지내지 않기도
'자손의 의무' 벌도초 맡긴지 오래
준비 간소화 '명절증후군' 사라져
가족의 정 더 쌓여 '긍정적 반응'
추석 연휴를 앞둔 10일 곡성군 석곡 전통시장에서 시민들이 차례상에 올릴 제수용품을 구입하고 있다. 임정옥기자 joi5605@srb.co.kr
◆추석, 가족 휴가의 계절

추석 연휴가 춥지도 덥지도 않은 여행가기 딱 좋은 계절에 들어있는 덕분에 휴가를 떠나는 가정들이 늘고 있다.

고향을 찾는 ‘민족 대이동’으로 기차와 승용차로 몸살을 앓던 추석의 상황은 이제 예전 같지 않다.

흩어졌던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 연휴를 통해 쉽게 떠나지 못했던 ‘가족 여행’을 준비하는 가정들이 늘고 있다. 가깝게는 교외 나들이에서부터 평소 가지 못했던 국내 여행지나 해외 여행을 떠나는 가족들이 많다.

실제, 회사원 김모(40)씨는 지난 해부터 추석에는 가까운 소도시로 여행을 떠난다. 차례는 지내지 않고 있다. 지난 해에는 김씨 부모님 댁에 모여 출발했지만 올해는 각자 살던 곳에서 곧바로 여행지로 모인다.

김씨는 “지난 해 설에 가족이 모여 이야기하다 ‘일년에 두 차례나 차례를 지낼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모아졌다”며 “형제들이 1년에 몇 번 보기 어려운데, 명절 준비로 힘들기보다 가족 여행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주위에서는 이미 5~6년 전부터 추석을 보내지 않고 여행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명절 증후군’도 사라지고 가족들 간의 정도 더 쌓여 구성원들의 반응도 좋다. 내년에는 가까운 해외로 떠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차례 음식, 필요한 만큼만

여전히 차례를 지내는 가정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가정들도 차례상을 간소하게 준비하고 있다. ‘격식보다는 실속’을 더 중요시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정주부 이모(68·여)씨는 ‘다양한 음식을 푸짐하고 넉넉하게’ 준비했던 차례상을 수년 전부터 매년 줄이고 있다. 5가지를 준비하던 전은 3 종류로, 나물도 5 종류에서 3 종류로, 과일 가지수도 줄이고, 탕, 한과, 약과도 몇 가지를 뺐다.

이씨는 “수십 년 동안 준비하던 습관 때문인지 지금도 부족한 것 같은데 ‘더 줄이자’는 말이 어색하다”며 “전이나 나물도 직접 하지 말고 사자는 은근한 압박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씨는 “차례 음식을 정성들여 준비하는 의미도 있고, 그 시간동안 가족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 좋은데, 젊은 사람들은 이런 준비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정모(37·여)씨는 “차례상을 준비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조상을 섬기는 마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차례 준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쉴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명절 증후군도 없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차례도 꼭 추석 당일 새벽을 고집하지 않고 가족들 스케줄에 맞춰 음식 준비 후 바로 차례를 앞당겨 지내고 있는데, 오히려 편하다”고 덧붙였다.



◆벌초는 대행업체에

추석을 앞두고 한 가정의 남성들 몫이었던 벌초도 이제는 대행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부모님 산소 벌초만은 아들과 손자들이 직접 해야한다’고 고집하던 조모(83)씨도 이제는 이번 추석을 3주 앞둔 지난 달 중순께 지역의 벌초대행업체에 맡겼다. 거뜬히 했던 벌초가 10여 년 전부터는 혼자서는 엄두도 나지 않는데다 큰 도시에서 직장생활하는 3명의 아들들도 바빠 시간 맞추기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자신이 고집을 부려 자식들과 벌초하다 아찔한 사고 위험을 겪은 후에는 편하고 쉬운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조씨는 “사실 조부모님과 부모님 산소를 직접 벌초하지 않으면 큰 불효를 저지르는 것 같다”며 “고집을 부려 자식들과 벌초하다 예초기 때문에 큰 사고가 날뻔 한 후로는 더 이상 고집부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 지역에서 벌초를 대행하고 있는 선모(52)씨는 “보통 추석 한달 전부터 예약 전화가 몰린다. 지난 주말에는 하루에 20여 군데 정도 했다”며 “올해는 지난 해에 비해 예약이 30군데 정도 더 늘었다”고 밝혔다.



◆추석 특수 사라져가는 전통시장

차례를 지내지 않거나 간소하게 지내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시장 상인들의 한숨도 늘어나고 있다. 일부 상인들 사이에선 ‘추석 특수가 사라져간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8일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대부분이 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광주 대부분의 전통 시장은 기대 밖으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광주 양동시장에서 수산물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이제 추석 특수는 기대하지 않는다”며 “손님들이 가격만 물어보고 비싸다며 돌아가곤 한다”고 한숨쉬었다. 이 상인은 “특히 올해는 추석도 빨리 찾아온데다 장마와 태풍도 겹쳐 더 힘들다”며 “최근에는 ‘일본산 수산물 아니냐’는 질문도 자주 듣는다. 도매 단계에서부터 일본산은 들이지 않는다고 열심히 설명해도 믿지 않는 눈치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장의 한 과일 가게 상인은 “올 추석은 빠른데다 태풍으로 과일이 비싼 탓인지 손님이 많지 않다”며 “사과나 배 등은 박스 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는 4~5개만 사가는 사람들이 더 눈에 띈다”고 밝혔다.

지난 해 청와대의 설 선물로 전국적인 유명세가 더 커진 ‘담양 한과’는 청탁금지법 때문에 매출이 급감, 휘청이고 있다.

한 업체 대표는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 가던 유과와 한과를 찾는 손님들이 줄어든지 오래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청탁금지법 영향으로 대량 구입까지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선정태기자 wordflow@sr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