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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처럼 펼쳐지는 청춘의 날들
입력 : 2019년 08월 30일(금) 17:37


리뷰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10년 넘게 인연의 끈 이어가는 이야기
클래식한 분위기… 자칫 지루할 수도
중장년엔 향수를 청춘엔 연애세포를
추억의 명곡들이 레트로 감성 자극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붙잡지 못해 멀어지는 순간들이다. 세월의 결에 따라 살아가는 게 인생이다. 그래서일까, 나이가 들수록 풋풋했던 젊은시절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누군가를 사랑했던 일을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다. 영화 ‘은교’(2012) ‘4등’(2014) ‘침묵’(2017) 등을 연출한 정지우(51) 감독의 신작이다.

아날로그 감성이 마음을 적신다. 남녀간의 인연을 라디오와 결합시켰다. 1994년 첫 방송을 시작한 KBS 라디오 ‘유열의 음악앨범’이 사랑의 매개체다. 13년간 청취자들과 매일 아침을 함께한 ‘유열의 음악앨범’처럼 남녀가 10년 넘게 인연의 끈을 이어가는 이야기다.

미수(김고은)는 세상을 떠난 엄마가 남긴 제과점에서 일하고 있다. 1994년 ‘유열의 음악앨범’ 라디오 DJ가 바뀌던 날, 현우(정해인)를 우연히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현우 역시 미수를 좋아한다.

알 수 없는 이끌림 때문에 서로의 만남은 운명이라고 생각했지만, 행복했던 시간은 잠시였다. 현실의 벽에 계속 부딪히면서 인연도 어긋난다.

불현듯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는다. 현우는 군입대를 앞두고 미수를 만나고,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한다. 오늘날과 같이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이다. 이메일 주소만 나눈채 연락이 끊긴다. 또 다시 마주하지만 다시 헤어진다. 계속되는 엇갈림 속에서 서로를 향한 그리움, 애틋함이 커진다.

어느덧 보고싶다는 말조차 꺼낼 수 없을 정도로 아련해져있다. 라디오 프로그램 ‘유열의 음악앨범’과 함께 우연과 필연의 반복 속에서 살아간다. 두 사람은 어느덧 30대로 접어든다. 희로애락이 교차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다분히 클래식한 분위기의 영화다. 어찌보면 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남녀의 솔직한 마음이 담긴 유머스러운 대사가 간간이 웃음을 자아낸다.

연애 세포가 말라버린 청춘들은 물론이고, 연인들의 데이트 무비로 무난해보인다. 중장년층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영화가 아닐 수 없다. 복고의 향기가 진하다. 다만 말랑말랑한 연애이야기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게는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겠다. 큰 사건 없이 평범한 일상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연곡처럼 추억의 명곡들이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다. 유열(58)·신승훈(53)·이소라(50)·루시드 폴(44) 등 1990~2000년을 풍미한 감미로운 목소리를 만나볼 수 있다.

정 감독은 “하루하루 미친 듯이 달리다 보면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속도만 신경쓰고 있는 것은 아닐지 싶다. 곁눈질로 남의 속도를 보는데 잠깐 멈추고 한숨 돌리길 바란다. 나의 청춘은 언제였을까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