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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의 市井漫談(시정만담)-일본과의 관계, 과거 아닌 미래를 말하라고?
입력 : 2019년 08월 28일(수) 18:04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일본 아베 정권의 작태는 그들의 과거사와 연계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야기한다. 이 땅을 강점했던 시기, 그들의 부조(父祖)가 자행했던 참혹한 일들에 대한 참회나 사과는 커녕 후예들이 거듭해서 후안무치한 도발을 일삼고 있는 때문이다.

이 나라 국권(國權)과 강토를 빼앗는 불법적인 한일합방으로 시작된 그들의 식민지배는 우리 역사와 정체성을 변질·오염시키는 단계를 넘어 아예 부정하는데 전력 투구했다. 조선인의 전면적인 정신, 사상 개조 작업은 핵심이었다. 특히 침략전쟁을 위한 각종 자원, 물자, 양곡 수탈 등 약탈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우리가 지금 문제삼는 그들의 탄광에서 일할 인력의 강제동원과 일본군의 성 노리개였던 위안부 피해 문제는 그 도드라진 사례다.



단지 한·일 과거사만의 문제 아니다

그들은 한·일 청구권 협정과 위안부 합의 등을 근거로 양국의 과거사가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한·일 청구권 협정은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했던 박정희 세력이 대부분의 국민도 모르게, 혹은 국민 의사와 무관하게 체결한 일방적이고 편향된 협정에 불과했다. 위안부 합의 역시 그 아버지의 DNA를 이어받은 딸이 국민의 뜻을 외면하고 강행한 또 다른 형태의 굴종적 수용일 뿐이다.

지금 일본 정부의 도발을 지휘하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와 그 각료들의 속내는 우리와 얽힌 불편한 과거사의 범주를 넘어선다. 그들에게 제국주의의 영광을 안겨주었던 빛나던 천황 시대로 회귀하고자 하는 탐욕과 연결된다는 점에서다.

그 근저에 ‘일본회의’가 있다. 1997년 ‘일본을 지키는 모임’과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가 통합·결성해 만든 극우단체가 바로 일본회의로 일본 우익의 설계자다.

아베를 비롯해 현 자민당 의원, 아베 내각의 주요 각료들은 일본회의의 핵심인사들이다.

영광스러웠던 제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는 이보다 더한 세력은 황국의 종교인 ‘신도(神道)’ 집단이다. 그 사상의 원류인 ‘생장의 집’ 교조 다니구치 마사하루는 “날 때부터 신(神)이 지도자로 정한 일본 황실이 세계를 통일해야 한다”는 망상적 논리로 일본 국민들을 세뇌시켰다. 그 종교 집단은 패전으로 전승국인 미국에 의해 부정됐지만 국가의 비호를 받으며 은밀하게 존재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의 근본은 에도 막부 말기 궁벽한 한촌(閑村)이었던 조슈번(현 야마구치 현)에서 시작됐다. 조슈번은 일본 우익의 침략적 DNA가 잉태된 곳이며 정한론(征韓論·한반도를 정벌함)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정한론을 외친 요시다 쇼인 등 조슈번 출신 몽상가들은 막부 통치를 뒤엎고 메이지(明治) 유신을 통해 군국(軍國)을 바탕으로 한 제국 확장에 앞장섰다. 그들에 의한 천황 중심의 체제변혁과 부국강병의 국가건설은 동아시아 각국을 도탄에 빠뜨린 태평양 전쟁으로 이어졌다.

아베의 뿌리는 조슈번에서 발원한다. 조부 아베 칸, 부친 아베 신타로,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고조부 오오시마 요시마사는 이곳 출신이다. 1894년 경복궁을 점령하고 청일전쟁의 도화선이 된 오오시마 요시마사,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 등 메이지 유신의 주역들 대부분 또한 마찬가지다.

아베는 평화헌법을 지키려 했던 비교적 온건한 그의 조부와 부친이 아닌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를 따라 극우의 길을 걸었다. ‘쇼와 시대의 요괴’로 불리는 기시는 군부 파시즘을 지지하고 일제가 만주에 세운 괴뢰정권인 만주국과 도조 히데키 내각의 요직을 역임해 태평양 전쟁 후 A급 전범으로 분류될 만큼 일본의 제국화 주창자였다. 또한 전후 두차례의 총리를 지내면서 자민당 장기집권 구도를 만든 우파 세력의 중심 인물이었다.



동아(東亞) 유린한 제국의 마수 경계해야

그런 아베 정권이 도발한 경제 전쟁은 단순함 이상의 우려를 품고 있다. 전후 강제된 평화헌법 조항(제9조·전력 보유금지, 국가 교전권 불인정 등 규정)을 뜯어고쳐 재무장하고 전쟁 가능국가로 변신, 천황 중심의 제국을 부활시키려는 오랜 신념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다. 아베 신념의 뿌리라 할 제국주의, 군부 파시즘 주창자들이 그들의 망상적 이상을 펼치기 위해 조선을 비롯해 아시아 각국에 안겨준 참담함은 옛 역사가 고스란히 증명하는 바다.

그들의 과거사가 엄존함에도 “과거가 아닌 미래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우리 안의 주장’은 궤변에 불과한 어불성설이며 기가 찰 노릇이다. 잊어야할 과거가 있다. 그러나 절대 잊어서는 안될 과거라면 상황이 다르다. 그들의 선조가 친일(親日) 행각을 일삼고 그들 또한 분단, 좌우 이념갈등을 조장해 악질적인 기득권을 누려온 우리 안의 이적세력들은 ‘식민지근대화론’ 등을 거론하며 일제(日帝) 찬양과 옹호를 넘어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우리의 정신을 부정한다. 그들의 과거를 일제의 과거사와 함께 뚜렷이 인식하고 기억하며 경계해야 할 이유다. 김영태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