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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칼럼- ‘베트남 아내 폭행’ 본질은 ‘가정폭력’이다
입력 : 2019년 07월 18일(목) 00:00


윤승한 사회부장

불편한 진실일수록 뒷말이 많은 법이다.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후폭풍은 거세다. 온라인에선 이미 ‘선-악’이란 이분법적 댓글설전이 한창이고, 물타기 논란도 고개를 들었다. 여지없이 국민청원 게시판도 관련 청원들로 뜨겁다. ‘베트남 아내 폭행 사건’ 얘기다.

가해자가 구속되면 관심은 수그러들기 마련이다. 통상적으론 그렇다. 이 사건도 그럴 듯 했다. 그러던 이 사건이 또다른 양상으로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가해 남편 전 부인의 카톡글이 공개되면서다.

충격이 컸던 사건인 만큼 뒷얘기들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전 부인의 카톡글도 그런 얘기들 중 하나다. 피해여성에 대한 비난글이다. 내용이 상당히 사실적이다. 이 글이 이 사건에 새로운 논쟁거리를 제공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글로 인해 이번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뜨거워지고 있는 설전들이 우려스러운 까닭이다.

이 사건의 본질은 가정폭력이다. 더욱이 외국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가정폭력이다. 외면해선 안된다.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영상 속 폭행 장면은 경악 그 자체다. 주먹질과 발길질 속에 한 여자의 남편이자 한 아이의 아빠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얻어맞는 엄마를 바라보며 옆에서 울부짖는 16개월 된 아이의 모습은 참담하기까지 하다. 온 나라가 분노에 휩싸였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건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추가 폭력의 실태였다. 상습적이었다. 심지어 아이에게까지 손을 댔다는 사실 앞에 사람들은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폭행의 변명은 고작 ‘말이 잘 안통해서’였다.

이 사건의 여파는 컸다.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됐다. 베트남의 여론이 들끓었다. “당장 이혼하고 베트남으로 돌아와라.” “한국인들이 모두 박항서 감독같은 건 아니다.” 폭행을 당하면서도 남편을 ‘오빠’로 부른 장면을 놓고는 “오빠는 아이돌인 줄 알았는데 저 영상이 오빠의 본 모습이냐”고 비꼬기도 했다.

불과 1년전만해도 ‘땡큐 코리아, 땡큐 박항서’라고 외쳤던 베트남인들이었다. 그랬던 그들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현지 교민들 사이에선 ‘적대감’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도 나왔다. 사건 발생 직후 민갑룡 경찰청장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한국을 방문한 베트남 공안부장관에게 유감 표명과 재발방지 노력을 약속했지만 상처받은 베트남인들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고, 결국 가해 남편은 구속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 와중에 불거진 게 바로 전 부인의 카톡글이다. ‘동영상 속 베트남 여성 또한 진실로 피해자가 아니다’로 시작되는 이 글은 피해 여성을 ‘가정파탄녀’ ‘불륜녀’로 묘사하면서 이번 사건을 또다른 방향으로 몰고 갔다. 근거없는 억측들이 하나 둘 고개를 들었다. ‘한국국적을 얻기 위해 계획적으로 유도한 게 아니냐.’ ‘의도적 촬영’에 대한 얘기들도 나돌았다. 관련보도 댓글에선 거친 설전들이 오갔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베트남 여성 폭행 사건의 피해자에게 한국 국적을 주지 말라’는 청원글까지 올라왔다.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이러는 사이 가정폭력이라는 본질은 슬그머니 뒷전으로 밀렸다.

사실 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결혼이주여성 중 가정폭력 경험자는 42%에 달했다. 이 가운데 31%는 도움조차 요청하지 않았다. 국제결혼의 어두운 단면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사용하는 말이 다르고 성장해온 환경이 다른 만큼 갈등이 없을 순 없다. 설령 그렇더라도 10명 중 4명의 이주여성들이 폭력을 경험했다는 사실은 피할 수 없는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고 진실이 감춰지는건 아니다. 베트남 아내 폭행 사건의 본질은 가정폭력이다. 한국인 남편은 가해자이고 베트남 아내와 16개월 된 아이는 명백한 피해자이다. 어떤 이유로도 이 사실이 뒷전으로 밀려선 안된다. 폭력은 폭력이다.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이 전제가 바로 가정폭력에 대한, 이주여성 가정폭력에 대한 대책의 출발점이다. 윤승한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