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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년 전통 '왕자관' 역사 속으로
입력 : 2019년 06월 19일(수) 00:00


화교출신 해방된 해 개업
고급중화요리 표방 성황
상권쇠락·경기침체 등 영향
지난 4월30일 최종 폐업
74년의 전통을 뒤로 한 채 지난 4월 30일 폐업한 왕자관 모습.
해방 이후 74년 현대사와 함께 한 광주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중화음식점 왕자관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8일 한국외식업중앙회 광주 동구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 4월30일 광주 동구 충장로 101-6에 위치한 중화음식점 왕자관이 최종 폐업했다. 해방이 되던 1945년 화교 출신 왕지의는 광주 도심 충장로에 고급중화요리 전문음식점을 표방하며 왕자관을 개업했다.

왕자관은 처음에는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단층 건물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고급스러운 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장사가 번창하자, 이후 주변 건물 2채까지 추가로 임대해 가게를 확장했다.

당시 왕자관은 전남도청 등 관공서와 금융권이 밀집해 있는 금남·충장로 일대에서 ‘귀한 손님을 모시는’ 고급식당으로 명성을 날렸다.

창업주 왕지의의 아들이 가업을 이어받아 운영하다가 1972년 한 차례 사장이 바뀐 뒤 1985년 지금의 자리에 신축한 5층 규모 건물로 옮겨 영업을 이어갔다. 이후 왕자관은 건물 2·3·4층(연면적 약 397㎡)에 좌석만 200여개인 대형 식당으로 발돋움했다. 귀빈을 모시거나 각종 소규모 연회를 치르는 장소로 유명했고 광주지역 대표 외식 명소로 자리잡았다.

지역 최초의 중화음식점이 일제강점기에 개업했다는 설이 유력하지만, 현존하는 상호 중 전남·북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중화음식점은 왕자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왕자관 사장의 아들이 가게를 담보로 불법대출을 저지르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가게 주인은 총 4차례 바뀌었다.

2005년 전남도청 이전 이후에는 충장로 일대 관공서·금융권이 서구 상무지구 등 다른 지역으로 자리를 옮기고, 극장 등의 상권이 급격히 쇠락하면서 영업이 어려워졌다.

지난 2013년부터 또다른 화교 출신 주방장 왕조국(58)씨가 가게를 인수, ‘왕자관’ 상호를 그대로 쓰며 명맥을 이었다.

상권 쇠락과 경쟁 심화, 고객층 변화에 따라 왕자관의 메뉴에도 변화가 생겼다. 값비싼 요리보다는 짜장면, 탕수육 등 저렴한 음식을 판매했고 배달서비스도 시작했다. 어릴 적 추억을 잊지 못하는 장년층 손님을 위해서는 중화요리의 값을 낮추고 양을 줄인 ‘정식’ 메뉴를 판매하기도 했다. 그러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사가 잘 되지 않았고 침체된 경기와 인건비 부담에 왕 사장은 최근 왕자관의 폐업 신고를 했다.

왕조국 씨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한때 식사시간만 되면 모든 좌석이 가득 차 손님을 받을 수 없을 만큼 장사가 잘 돼 직원도 7명까지 고용했었다”면서 “최근에는 간신히 인건비를 감당할 정도로 영업이 부진했다. 매출도 일정하지 않아 가게의 정상적 운영이 어려워 폐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 중화음식점의 전통을 잇지 못해 안타깝다”면서도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 ‘왕자관’ 명맥을 잇는다면 좋겠지만 충장로 상권이 침체돼 있어 인수할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고 전했다.

직장인 김모(56)씨는 “과거 광주에서 ‘중국음식은 왕자관’으로 통했고, 왕자관을 모르는 지역민이 없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됐었다”면서 “왕자관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니 소중한 추억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뉴시스=변재훈 기자 wisom2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