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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실리콘밸리에서 에너지밸리를 생각하다
입력 : 2019년 05월 29일(수) 00:00


이정희 한국전력 상임감사위원

1848년 미국 변방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사금이 발견됐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전 세계 젊은이들이 샌프란시스코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 유명한 ‘골드 러시’의 시작이다. 그때 샌프란시스코의 인구는 불과 1천여 명 남짓. 그러나 사람들의 탐욕에 비해 너무나도 적은 매장량 탓에 19세기 ‘골드 러시’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때만 해도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샌프란시스코가 실리콘밸리라는 이름으로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창업가들이라면 모두 한 번쯤 자리잡기를 꿈꾸는 황금의 땅 ‘엘도라도’로 부활하게 될 줄을.

실리콘밸리는 샌프란시스코만 남부의 길이 48km, 너비 16km의 띠 모양으로 전개된 세계 최고의 첨단기술 중심 클러스터이다. 이 지역에 실리콘 칩 제조 회사들이 많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데, 현재는 구글·애플·인텔·페이스북·테슬라 등 온갖 종류의 첨단기술 회사들이 이 곳에서 사업을 벌이면서 세계 IT산업을 견인하고 미국경제에 부와 힘을 실어주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경제력은 세계 6위인데 실리콘밸리의 GDP가 이 중 10% 정도를 차지할 정도다. 또 실리콘밸리 입주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미국증시의 30%에 달하며, 현재 실리콘밸리에 고용된 근로자만 160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실리콘밸리의 위상과 영향력은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필자는 지난해 11월 스탠퍼드대학, 미네르바 대학의 교수, 총장 등을 만나고 구글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들은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인으로 화창한 날씨, 창업과 투자가 자유롭고 실패를 해도 재기할 수 있는 환경, 19세기 골드 러시 당시 모여든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만들어 낸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문화 등을 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한결같이 바로 인근에 스탠퍼드 대학 등 세계 최고의 대학들이 있어 우수한 인재의 확보가 쉽다는 점을 핵심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졸업생들은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기업에 입사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회사를 발전시키고, 또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창업하며 실리콘밸리의 생태계와 지역경제를 더욱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구글·인스타그램·페이팔·야후 등 실리콘밸리의 대부분 IT기업들은 실제로 스탠퍼드 출신들이 창업했다.

한전은 2014년 12월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로 본사를 이전한 후 인근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에너지 특화 클러스터인 에너지밸리를 조성 중에 있다. 한전과 지자체가 에너지 신산업 위주의 기업과 연구소를 유치하여 미래 성장산업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낙후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제 발전과 일자리창출에 기여하자는 것이 에너지밸리의 조성 목표이다. 2020년까지 500개 기업을 유치하고 3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로드맵으로 하고 있다.

현재까지 360개 기업이 1조 4천억 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했고, 8천600여명의 근로자 고용이 예상된다. 이렇듯 짧은 기간에 에너지밸리는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아직 입주기업들에 대한 지원체계나 지속성장을 위한 추진체계가 미흡하고 대기업이나 외국기업의 관심도 저조하다. 에너지밸리를 광주·전남을 넘어 세계 최고수준의 혁신 에너지 클러스터로 성장시키기 위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앞서 실리콘밸리의 성공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우수한 인재들을 에너지밸리에 지속적으로 유입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한전이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특화 연구중심대학인 한전공대 설립은 에너지밸리 성공의 핵심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한전공대가 성공적으로 설립된다면 에너지밸리 입주기업들은 한전공대의 우수한 에너지 인재와 연구역량, 그리고 인프라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또한 한전공대 출신의 우수한 학생들은 스탠퍼드 졸업생들처럼 에너지밸리 기업에 입사하고 스타트업을 창업해 에너지밸리의 생태계와 광주·전남 지역경제를 더욱 활성화시킬게 분명하다.

에너지밸리는 이제 막 발걸음을 뗐을 뿐이다. 실리콘밸리도 오늘의 성공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 부디 에너지밸리가 실리콘밸리처럼 성공해 낙후된 광주·전남이 황금의 땅 ‘엘도라도’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