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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계엄군-주남마을 생존자 ‘39년 회한’ 풀다
광주 평화기행 워크숍서 한자리에
눈물 사죄에 “양심어린 증언” 당부
증언 군인 신분보호책 필요성 제기
입력시간 : 2019. 04.15. 00:00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주남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가던 시민을 학살했다고 고백한 계엄군과 그 당시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가 만나 아픔을 함께 나눴다. 39년만에 피해자를 마주한 계엄군은 눈물로 사죄했고 피해자는 더 많은 계엄군의 용기있는 양심선언을 당부했다.

지난 12일 광주 서구 치평동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는 5·18기념재단과 한베평화재단이 마련한 ‘제주와 광주, 베트남을 기억하다’는 주제의 ‘2019 광주 평화기행 워크숍’이 열렸다.

이날 워크숍에는 5·18 당시 주남마을 학살사건에서 유일하게 생존한 홍금숙(54·여)씨와 7공수여단 출신 A씨가 참석했다. 5·18 당시 7공수 33대대 중사였던 A씨는 사건 당시 주남마을 인근에 주둔하고 있었고, 직접 사격하지는 않았으나 죄책감에 시달리다 1989년 1월 국회 광주청문회에 참석해 양심고백을 한 인물이다.

이날 워크숍은 A씨의 요구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A씨는 1989년 양심고백 이후 다른 계엄군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등 배척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때문에 이날 워크숍 참여도 거절하려 했으나 최근 5·18 뉴스가 또다시 이슈가 되고 진상규명 분위기가 조성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증언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마음을 바꾸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A씨는 홍씨를 만나 당시 계엄군의 만행과 아직도 시신을 찾지 못한 5·18 행방불명자 유족들에 진심으로 사죄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에 홍씨는 A씨의 손을 토닥이며 위로하고 “양심을 가진 계엄군들이 더 나타나 피해자들을 위해 증언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이날 워크숍에서는 계엄군들간 지휘계통이 달라 시민군으로 오인해 계엄군들끼리 총격을 벌였고 이에 분노해 무고한 시민들에게 총부리를 돌렸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A씨는 또 계엄군들의 증언이 절실한 만큼 증언자 신분 보호도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베평화재단 관계자는 “홍씨는 거듭 안타까움을 전하며 참회의 눈물을 흘리던 A씨의 손을 잡아줬다”고 전했다. 홍씨도 5·18 이후 자신의 힘들었던 이야기를 전하며 진상규명을 위해 A씨 같은 용기 있는 계엄군들의 행동을 당부했다.

한편 1980년 5월23일 오후 2시 11공수여단 62대대 4지역대는 광주 동구 월남동 주남마을 앞길을 달리던 25인승 소형 버스에 사격을 가해 18명 중 15명을 숨지게 했다. 당시 여고생이었던 홍씨와 남성 2명은 최초 사격에서 부상을 입고 살아남았지만 공수부대는 홍씨를 제외한 남성 2명을 주남마을 뒷산으로 끌고가 사살한 뒤 암매장했다. 현재 이 총격사건 희생자 중 9명만 신원이 확인됐다. 8명의 시신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해 암매장 의혹이 제기됐다.

A씨의 증언을 계기로 주남마을 학살 등 총 4곳에서 계엄군이 민간인을 학살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A씨는 30년간 여러 고충을 겪어왔다.

한편 이날 워크숍에는 베트남전 참전 군인 출신, 제주 4·3 유족, 여순항쟁 유족 등 현대사의 아픔을 간직한 이들도 함께했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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