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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5주기’ 유민아빠 김영오씨- “긴 세월 사람 무서웠는데…광주서 큰 위로 받았다”
2017년부터 광주 서구에 정착
무안에서 땅 일구려 귀농교육
“행동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아”
“촛불 꺼져…과거로 회귀 안돼”
입력시간 : 2019. 04.15. 00:00


‘유민아빠’ 김영오씨가 지난 12일 광주 남구에서 시민들에게 사회적 참사에 대한 관심과 동참을 호소했다.
“5·18의 아픔이 있어서일까요. 광주는 저를 가장 뜨겁게 반겨준 지역이었습니다. 지나는 차량이나 시민들 가방에 노란 리본도 참 많고. 힘든 일이 많았는데 이곳에서는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여기서 살고 싶은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통과가 지지부진하던 지난 2014년 7월 14일. 목숨을 건 46일간의 단식으로 세월호 투쟁의 상징이 된 ‘유민아빠’ 김영오(51)씨. 몇년간 세월호 투쟁의 중심에는 그가 있었다. 그러나 보수단체와 일베의 온갖 음해와 협박, 박근혜 정부의 사찰에 시달린 김씨는 지난 2017년 말부터 광주 서구 금호동에 터를 잡고 귀농을 준비 중이다.

그는 2019년 대한민국에서 촛불은 꺼졌다며 이대로라면 생명경시 풍조가 되풀이될 것이라며 시민들의 행동을 호소했다.

지난 12일 저녁 광주 남구 대한성공회 광주교회에서 마련한 ‘세월호 참사 5주기 어떻게 기억하며 무엇을 할 것인가?’강연회에서 김씨를 만날 수 있었다.

김씨는 “청중이 다섯 명 정도 될거라기에 흔쾌히 승낙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무서웠다. 가족같이 대화하고 싶었다”고 강연을 승낙한 이유를 전했다.

지난 2년간 언론은 물론 SNS에서도 모습을 감춘 김씨는 그간의 근황을 묻는 질문에 “사람이 무서웠다”고 말했다. 단식 과정에서 보여준 보수단체의 증오는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종북 빨갱이’, ‘보상금 수작’, ‘수백만원짜리 국궁’ 등 온갖 음해는 물론 ‘죽이겠다’는 협박성 문자도 다반사였다. 가위에 눌려 손가락 하나 까딱 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몇날 며칠을 살았고 대인기피증에 걸려 사람들을 보는 것이 무서웠다.

그런 김씨를 위로해 준 것이 광주였다. 김씨는 “재난과 참사의 피해자들이 오히려 그 지역 주민들에게 배척당했다. 안산 안전공원과 납골당이 혐오시설이라고 반대 시위도 있었다. 아픔을 더 안아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에서 산 지 1년이 좀 넘었는데 굉장히 마음이 편하다. 안산에서 팽목까지 행진할때도 광주 시민들이 제일 많이 반겨줬다. 5·18의 아픔이 있어서인지 따뜻했다. 지나는 차량이나 시민들의 가방에도 노란 리본이 참 많이 붙어 있었다. 노란 리본에서 가장 힘을 얻는다. 항시 기억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사람으로 인한 고통을 뒤로하고 김씨는 귀농을 준비중이다. 올해 10월까지 교육을 마치면 무안에서 땅을 일구고 싶다고 했다. 땅은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따금씩 금호동의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의 촛불집회에도 나가곤 한다. 지금도 일주일마다 촛불을 밝히는 광주 시민들의 모습은 큰 위로가 된다. 김씨의 가슴에는 세월호 리본과 더불어 5·18민주화운동 뱃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나비, 제주 4·3사건 기림 뱃지가 달렸다. 지난 5년간 같은 국가적 참사 피해자들끼리 공감한 시간을 잊지 않고 꼭 함께 하겠다는 의미다.

김씨는 “광주 시민들의 무언의 지지는 저에게 큰 힘이다”며 “이곳에서의 새로운 출발의 원동력도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그는 “1천700만까지 달했던 촛불이 지금은 꺼졌다. 서울선 보수단체 집회가 가득한데 우리 촛불은 보이지 않는다. 촛불이 꺼지면 결국 과거의 잘못은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며 ”세월호 특조위 2기는 수사권이 없다. 수사권 없이는 100% 진상규명은 불가능하다. 특조위 2기가 수사권을 갖는 것이 진실규명의 출발점인 만큼 시민들이 촛불로 함께 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서충섭기자 zorba85@srb.co.kr·김성희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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