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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칼럼- 부끄러운 광주의 관문, 다 이유가 있다
입력 : 2019년 04월 04일(목) 00:00


구길용 뉴시스 광주전남취재본부장

부끄럽기 짝이 없다. 광주송정역, 광주의 관문이란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활기 넘치는 서울 용산역을 출발해 1시간 반 남짓이면 도착하는 광주송정역의 모습은 지극히 대조적이다. 황량하기 그지없다. 사람들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도시의 첫인상인데 대한민국 5대 도시 광주의 관문은 한마디로 낙제점이다.

지난 2015년 호남고속철도 개통이 가져온 교통혁명은 가히 위력적이었다. 하루 84편(평일 기준) 운행에, 광주송정역 이용객수만 1만7천700여명에 달한다. 개통 이전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반면에 항공은 광주~김포 정기노선이 폐지되거나 축소됐으며 고속버스는 수송분담률 50% 벽이 무너진지 이미 오래다. 개통 4년 만에 바야흐로 고속철도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호남고속철의 높아진 위상만큼 핵심 거점역인 광주송정역도 동반성장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퇴보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극심한 교통혼잡과 부족한 주차공간 때문에 모두들 아우성이다. 문화, 쇼핑시설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편의시설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덕지덕지 붙은 영세상가에 여인숙 간판까지, 여기가 어느 쇠락한 정차역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동대구역 복합환승센터처럼 전국의 주요 거점역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광주송정역만 몇 년째 제자리다. 왜 이지경인가. 그 속내를 보면 다 이유가 있다. 광주가 오랫동안 소외와 낙후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원인이기도 하다. 바로 허술한 행정과 무기력한 지역정치가 그 배경이다.

광주시는 지난 2010년 국토교통부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광주송정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을 핑크빛 청사진으로 소개했다. 역 일대 19만㎡ 부지에 환승·판매·업무·자동차시설과 7200㎡ 규모의 문화시설을 조성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지난 2013년에는 모 건설사 컨소시엄과 협약도 체결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시범사업 선정 7년6개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4년11개월 만인 지난해 사업종료 결정을 내렸다. 5년 가까이 지지부진해 오다가 결국은 사업백지화로 돌아선 것이다. 당초 광주시의 계획대로라면 광주송정역 일대가 ‘상전벽해(桑田碧海)’ 됐어야 하지만 모두들 아시다시피 지금의 모습 그대로다.

광주송정역 개발과 관련해 또 하나 빠트릴 수 없는 것이 이른바 KTX 광주역 진입 논란이다. 지난 2006년 확정된 ‘호남고속철도 건설 기본계획‘에는 정차역이 광주송정역으로 일원화됐다. 2009년 지자체 의견 수렴 과정에서도 같은 의견이 제출돼 정부가 이를 최종 확정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한 결정인데 뒤늦게 지역 정치권이 KTX 광주역 진입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몇 년 동안 지루한 공방이 이어졌다. 당시 강기정(북구 갑) 의원과 김동철(광산구 갑) 의원이 연신 티격태격했던 일화는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광주시장들도 가세했다. 민선 5기 강운태 시장은 KTX 광주역 진입 관련 국비예산 50억원을 확보하고 2개 실행방안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민선 6기 윤장현 시장은 취임 초기 KTX 광주역 진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가 2개월 만에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그 과정에서 정해진 것이 광주역~송정역 간 셔틀열차 운행인데, 이용객 수나 효율성 면에서 영 신통치 않다. 이런 시행착오와 허송세월을 거치는 사이에 광주송정역 일대는 지금의 낙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정하기 싫지만 이것이 광주의 현주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들어 광주송정역 개발과 관련해 훈풍이 불고 있다는 점이다. 송정역세권 재생사업에 이어 ‘관문역사 조성사업’도 첫 발을 내딛었다. ‘지역경제거점형 KTX 투자선도지구 개발사업’을 통해 광주송정역 일대를 호남의 교통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이전계획도 호재다.

매사가 마찬가지이지만 기회는 결코 기다려주지 않는다. 광주송정역을 호남의 랜드마크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관계기관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언제까지 초라한 역을 보며 부끄러워 할 수는 없다. 그것이 몇 년 허송세월을 거치면서 얻은 광주송정역의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