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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터) 한국 천주교의 참회
입력시간 : 2019. 03.04. 00:00


100년전 그날, 천주교 교단은 민족의 열망에 동참하지 않았다. 한강물 다시 흐르고 백두산 높이 치솟게 하자는 염원도 외면했다. 빼앗긴 강토를 되찾고 겨레의 얼을 회복하려는 붉은 피 낭자한 만세의 현장에 천주교계의 지도자들은 없었다. 오히려 총칼을 앞세운 일제에의 협력을 권유하고 나섰다.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한국 천주교가 과거사를 참회하고 사과했다.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가 천주교의 입장을 내놓았다. 이른바 '천주교의 보속(補贖)'이다.

김 대주교는 지난달 20일 발표한 3·1운동 100주년 기념담화에서 "1백년전 독립운동에 많은 종교인들이 앞장선 사실을 우리는 기억한다"며 "그러나 그 역사의 현장에서 천주교회가 제구실을 다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한국 천주교회가 당시 시대의 징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민족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하고 저버린 잘못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성찰하며 반성한다"고 밝혔다.

알려진 것 처럼 3·1운동은 종교계가 주도했다.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던 민족대표 33인에 천도교(15명), 개신교(16명), 불교(2명)계 대표 등이 참여했지만 천주교 대표는 없었다. 김 대주교는 "조선 후기 약 1세기에 걸쳐 혹독한 박해를 겪고 신앙의 자유를 얻은 천주교계가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던 때였다"고 했다. 이어 "그런 까닭에 외국 선교사들로 이뤄진 한국 천주교 지도부는 일제의 강제병합에 다른 민족의 고통과 아픔에도 교회를 보존하고 신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정교분리 정책을 내세워 해방을 선포해야할 사명을 외면한 채 신자들의 독립운동 참여를 금지했다"고 했다. 나아가 "나중에는 신자들에게 일제의 침략전쟁에 참여할 것과 신사 참배를 권고하기 까지 했다"는 교계의 참담했던 입장을 밝혔다.

김 대주교는 또 당시 교회 지도자들의 부끄러운 침묵과 회한의 제재에도 개인의 양심과 정의에 따라 그리스도인의 이름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한 신도들을 기억한다는 말도 전했다. 이는 한국 천주교회의 지난 잘못을 덮으려는게 아니라 시대의 아픔과 좌절에도 쓰러지지 않고 빛과 소금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들을 본받고 따르기 위함이라는 뜻에서다.

한국 천주교회는 이같은 참회의 입장과 함께 과거를 반성하고 신앙의 선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후손이 되어 한반도에 참평화를 이루고, 아시아와 세계 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기도하며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다짐했다.

7,80년대 시민과 더불어 독재와 불의의 정권에 맞서 싸우길 주저하지 않았던 한국 천주교. 잔학한 일제의 통치를 외면한 채 외려 그들의 일에 협력하도록 권유했던 과거사를 공개적으로 참회하고 반성하는게 처음이라고 한다. 3·1운동 100주년에 즈음해 엄중한 의미로 다가온다.

김영태기자 kytmd8617@sr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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