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옛 전남도청 복원과 유사 사례들

@김재형 조선대학교 법학과 교수 입력 2019.01.28. 00:00

김재형 조선대학교 민주평화연구원장

5월 항쟁 최후의 항전지였던 옛 전남도청 복원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아시아문화원에서 발주한 옛 전남도청 복원기본계획수립 용역이 사실상 마무리되어 최종보고만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복원기본계획이 수립되고 나면 이후 실시설계가 이루어지고 공사가 진행되겠지만 이 시점에서 이 복원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유사 사례들을 통해 살펴보면 향후 활용계획과 관련하여 의미가 클 것으로 여겨진다.

첫째, 민주화운동 기념공원 및 기념관들 중에는 지역 상징성을 나타내고 있는 곳들이 있다. 대구의 2·28기념 중앙공원, 대전의 3·5대전민주의거공원, 마산의 국립3·15민주묘지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지역성을 가진 민주화운동 기념시설은 지역 주민들에게 민주주의 수호의 자부심을 느끼게 해준다. 그런데 이러한 사적에 원형 훼손이 있을 경우 그 지역 주민들에게 심각한 정서적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옛 전남 도청은 5월 항쟁을 대변하는 광주시민의 지역 정서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옛 전남도청의 복원은 광주시민에게 정서적 안정은 물론 5월 항쟁에 대한 자부심을 보다 깊이 느끼게 해줄 것이다.

둘째, 민주·인권·평화개념은 보편적 정의(正義)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곳이 이천의 민주화운동 기념공원이다. 이곳은 정부가 민주화운동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2016년 6월 조성한 공원인데 민주화 운동의 객관적 사실을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전시공간과 콘텐츠를 제작 설치하여 민주화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옛 전남도청이 복원되어 다양한 전시공간과 콘텐츠가 제작 설치되면 민주 인권 평화를 위한 전국적인 체험학습장과 교육의 장으로서 그 기능을 발휘할 것이다. 5월 항쟁은 광주에서 발생하기는 하였지만 탈지역적 보편성을 띤 민주화운동이기 때문이다.

셋째, 평화의 소녀상을 통하여 민주·인권·평화 관련 시설물은 공간적 반응이 지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알리고 미래세대에 인권과 평화의 소중함을 전하고자 설치된 것이다. 비록 조그마한 조형물에 불과하지만 그 공간적 반응은 지대하다. 옛 전남도청이 복원되면 그 규모가 크지 않다 하더라도 그것의 상징성은 국내외적으로 매우 강력하게 작용할 것이다.

넷째, 민주화운동 관련 사적지 중에는 비극적이거나 영웅적인 사연이 있는 곳이 변형되었다가 그것을 복원하려는 강력한 힘으로 다시 복원된 곳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서대문형무소이다. 서대문형무소는 1992년 서대문 독립공원 조성 시 무분별한 철거와 조경시설 도입으로 인해 사적의 원형이 크게 훼손되어 국민적 요청에 따라 과거 서대문형무소의 원형으로 복원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민주·인권·평화 사적지는 훼손한 만큼 원형의 상태로 복귀하려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옛 전남도청 역시 민주평화교류원으로 리모델링되면서 원형이 크게 훼손되었다가 다시 원형으로 복귀하려는 강력한 힘이 작용된 사례이다.

다섯째, 민주화운동 사적지는 원형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정당성과 필요성을 당연히 가지고 있다는 교훈을 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남영동 대공분실이다. 이곳은 1987년 1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으로 세간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곳을 전 세계에 산재한 '홀로코스트 기념관'처럼 국가범죄와 인권유린의 흔적을 보존하는 곳으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옛 전남도청이 복원되면 이곳 역시 민주주의를 위해 많은 시민들이 산화한 곳으로서 현재와 미래 세대에게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한국의 '홀로코스트 기념관'이 될 것이다.

여섯째, 전형적인 다크 투어리즘의 적소로서 꼽히는 곳으로서 제주 4·3평화기념공원을 들 수 있다. 이 4·3평화기념공원은 4·3사건으로 인한 제주도 민간인 학살과 처절한 삶을 기억하고 추념하기 위한 기념공간이다. 옛 전남도청의 복원은 현재 광주 전남의 많은 5.18사적들과 함께 다크 투어리즘을 활성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본다.

옛 전남도청의 올바른 복원 방향은 최대한 원형에 가까운 상태로 재건축하는 것이고 나아가 이곳에 다양한 전시공간과 콘텐츠가 제작 설치되어 관람객들이 숭고한 민주정신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면밀하게 준비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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