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60년을 뜯어보면 숱한 고난과 수난을 동반하고 있다. 그것은 다만 대중에 숨겨지거나 스쳐 지나간 뒤 잊혀질 뿐이다.
드라마의 진면목은 인생의 그것처럼 영광의 순간보다 시련의 나날을 통해 다각적으로 단련된다. 갖가지 수난은 의외의 사건사고로 치부되지만 그 전후 맥락을 따져보면 우리 방송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나라도 우연은 없다.
모두 잘못된 우리 방송 제도와 환경, 뒤틀린 사회구조와 가치관이 낳은 부메랑이다. 하여 드라마 수난사는 곧 방송사며 사회사가 된다.
지난 1972년부터 TV드라마 편성업무를 담당해온 오명환 PD가 드라마 역사의 평가 차원에서 관련 기사와 증언들을 담은 '그래도 드라마는 만들어진다? TV 드라마 수난사 60년'을 내놨다.
그가 기록한 드라마 60년사 속엔 숱한 고난과 수난이 숨어 있다.
특히 작가는 전문적 체험과 섬세한 길잡이로 갈래길을 꼼꼼하게 안내하고 있다.
그는 "본서는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약 300여건의 사건사고를 사례별로 정리한 모음집이다.
방송 편성 현업 30년 그리고 시청자로서 20년간에 직간접으로 목격한 드라마 유고론(有故論)쯤 해당한다"라고 말한다.
드라마보다 훨씬 리얼한 뒷얘기로 재미있는 읽을거리는 물론 의미있는 미래의 메시지로 재구성된다. 그 자체가 천태만상의 인생사를 상징하면서 곧 우리의 현대 생활사며 사회사로 환치될 것이다.
수난을 하나씩 뜯어보면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괴물이며 종양 투성이다. 먼 얘기나 남 얘기도 아니다. 우리의 그림자처럼 따라가며 자화상처럼 닮아간다.
얼핏 해프닝 같지만 모두 필연이다. 당대의 제작 인프라와 시스템이 함께 버물린 소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세기 방송 변천사에 대한 성찰도 겸한다.
드라마는 사람처럼 멍도 들고 병도 든다. 급사(폐지), 시한부(조기종영), 만신창이(스토리 변경), 이식수술(인력교체), 송사(고소고발)도 당한다. 수난의 내역은 드라마가 부지불식 간에 저지른 죄에 대한 벌의 형태로 나타난다. 가장 뼈아픈 흔적은 정치적, 정책적 이유로 드라마가 돌연 폐지 또는 감축 당한 경우다.
드라마 수난은 오늘날도 계속된다. 그것은 결코 과거완료형이 아니며 21세기형으로 진화해 데자뷰 DNA를 전수한다.
김옥경기자 okkim@srb.co.kr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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