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님과 바람'이라는 동화가 있다. 해와 바람이 지나가는 사람의 외투를 벗기는 내기를 하는 내용인데, 지금 생각하니 '지나가는 사람은 무슨 죄인가?' 싶다. 요즘 딱 우리가 그렇다. 한파와 미세먼지가 각축전을 벌이며, 며칠은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다가 또 며칠은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옇다. 둘이서 번갈아 가며 괴롭히는데, 한낱 사람이 어떻게 버티겠는가. 여기저기서 감기에 걸려 콜록대는 소리뿐이다.
얄궂은 날씨 탓일까. 면역력은 떨어지고, 옷 사이사이로 찬 바람이 든다. 몸에 헛헛한 기운이 들 땐 뜨끈한 국물이 필요하다. 거기에 맛과 영양까지 담으면 좋겠다. 또 영양식이지만 좀 저렴했으면 좋겠다. 이것저것 추려보니 남는 게 추어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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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말바우 시장에 자리한 '가마솥 추어탕'을 찾았다. 사실 이곳은 광주의 유명한 추어탕 식당들처럼 비장의 무기가 있거나 하는 곳은 아니다. 그저 노부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시장 한 쪽에 자리한 작은 식당이다. 아침 8시부터 열어서, 오후 7시 반이면 문을 닫는다.
'가마솥 추어탕'은 허름한 외관에 비해 내부는 밝고 깔끔하다. 좌식 바닥에서 올라오는 뜨끈한 열기에 1차 몸이 녹고, 따뜻하게 내어지는 물에 찬 속을 달래니 몸이 퍼진다.
-메뉴
메뉴는 추어탕/옹구 메기탕(예약) 단 두 가지다. 시장 내 위치한 식당답게 어르신들이 주로 오시는데, 낮밤이 무색하게 추어탕 한 그릇에 반주 한 잔씩 걸치고 가는 곳이기도 하다. 가마솥에 끓여낸 추어탕은 한 그릇에 6천원이다. 돌솥밥과 함께 8~9천원에 파는 곳이 많은데, 여긴 시장이라 그냥 공깃밥 하나에 추어탕 한 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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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
주문과 동시에 반찬이 뚝딱 차려진다. 추어탕에 넣을 부추, 고추, 파를 제외하면 김치, 조개젓, 콩나물 세 가지 뿐인 소박한 상이다. 하지만 적은 가짓수라도 할머님의 야무진 손맛이 들어간 반찬이라 손이 자꾸 간다.
특히 이 조개 젓갈은 식당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반찬이 아닌데, 시장 안에 있는 식당이라 신선한 조개들을 사와 뚝딱 무쳐서 내나 보다. 조갯살 하나 집어 밥 한 숟가락과 같이 먹어도 짜거나 비린맛 없이 감칠맛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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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탕
가마솥에서 끓여져 나온 추어탕이 보글보글 열기를 내뿜는다. 자리에 확 퍼지는 추어탕의 향과 열기에, 물꼬가 트듯 없던 입맛이 터진다. 한참을 끓으니 조금 식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추어탕 대신 조개 젓갈을 먹으며 입맛을 다신다. 밥 한 공기 뒤집어 한 번에 풍덩 입수시킨다. 국물이 잘 배도록 슥슥 눌러주면 밥알 하나하나 영양 가득한 추어탕 국물을 머금는다.
1층으로 밥을 깔았으면 그 위에 그 위에 부추와 파, 고추로 한껏 덮는다. 시장산 부추도 싱그러움을 자랑한다. 부추도 팔팔 끓는 추어탕에서 서서히 숨을 죽여간다.
그리하여 완성된 추어탕 한 그릇 위에서 숟가락은 바쁘게도 움직인다. 이곳의 추어탕은 굉장히 담백한데, 미꾸라지를 고아 낸 육수에 투박하게 짓이겨진 미꾸라지를 넣었다. 그래서 수저로 휙휙 둘러보면 미꾸라지 살도 발견할 수 있고, 미꾸라지 알도 찾을 수 있다.
되직하지 않고 무른 국물 맛이라, 목에 까끌까끌함 없이 잘 넘어간다. 추어탕 특유의 뼈가 씹히는 되직한 느낌을 좋아하지 않는 분이나 목감기가 심한 분들도 무리 없이 호로록 떠먹을 수 있다.
감기 때문에 입맛 없다고 손사레 치던 것이 무색하게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먹으니 속이 뜨끈하게 들어차는 게, 몸에 열기가 돌고 이질감이 들던 목 상태도 조금 낫다. '가서 씻고 바로 자고 싶다.'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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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다른 곳보다 이른 마감 시간이라 정작 손님들은 맘이 급한데도, 사장님댁 노부부는 여유롭다. 마감을 훌쩍 넘긴 시간이지만 염치없이 자판기에서 커피 한잔 뽑아 마시는 여유도 다 시장의 인심이고 정이다.
부쩍 추워진 날씨에 미세먼지까지 습격하니 더욱 기운이 필요한 때이다. '기해년 황금돼지해'라는데 시작부터 골골댈 수는 없다. 추어탕 한 그릇으로 소박하지만 영양은 꽉 찬 식사로 내 한 몸부터 챙기는 기운찬 한 해를 시작해보자. 김지애 사랑방미디어 jihio89@nate.com
- 때아닌 가을에 폭염주의보? 역대 가장 더운 9월 중순 무등일보 DB.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11년 만에 가을폭염이 관측됐다.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6일 광주와 담양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나주와 화순까지 확대됐다.폭염주의보 첫날인 16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평년 기온(26.9도)보다 4.4도 높았다.이튿날인 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높아져 평년 기온(27도)과 6.5도 차이가 났다.특히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아 9월 중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9월 중순의 최고기온 기록이던 33.7도(1998년 9월 19일·2008년 9월 18일·2008년 9월 19일)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광주지역에서 9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한가을 폭염'이 나타난 데 이어 2008년과 2011년에도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기상청은 한반도 주위의 고기압에 의해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래쪽에는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놓고 있다. 동해상에는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더운 공기를 유입시킨다.여기에 18일에는 햇살을 막아주던 구름까지 걷히면서 폭염지수를 더욱 높였다.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남해상에서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왔다"며 "태풍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폭염주의보는 폭염특보의 한 종류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도는 등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전까지는 기온을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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