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칼럼- 황금돼지해, 향토기업 다시 비상하라

@박석호 입력 2019.01.10. 00:00

박석호 경제부장

상상 하나 = 2019년 12월 2일 광주 서구 모 식당.

연말을 맞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꽉 차 있다. 10여개의 테이블은 송년회를 즐기는 직장인들로 떠들썩 하다. 하지만 지난해와 다른 풍경이 있다. 10개 중 8개 테이블 위에 보해'잎새주'가 놓여 있다. 다들 "'잎새주' 한 병 더 주세요"라고 외친다. 한때 50% 이하로 떨어졌던 지역시장 점유율은 80%까지 회복한다.

상상 둘 =그해 12월말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잇따라 발표됐다. 지난해 법정관리 위기 등 최악의 상황을 맞았던 금호타이어는 국내외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최대 실적을 올리며 '제2의 비상'을 위한 첫 발을 내딛는다. 국내 경쟁업체를 누르며 타이어 업계 '글로벌 10위'에 안착한다.

필자의 기해년(己亥年) 소망을 담은 '유쾌한' 상상들이다.

당장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오기는 쉽지 않겠지만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들 기업에게는 2가지의 공통점이 있다. 50년 이상 광주·전남과 동고동락해 왔지만, 지난해 경영위기로 권고사직과 희망퇴직 등을 통해 수십명이 넘는 동료들을 내보내야 했던 향토기업들이다. 필자와 친분이 두터운 분도 지난해 말 회사를 떠났다. 몇일 전 통화에서 그는 "우리는 다른 지역에 비해 향토기업에 대한 애향심이 낮은 것 같다"며 "20년 넘게 일했던 직장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단 이들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기업들은 지난해 국내외 경기침체에 이어 소비 부진,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등으로 최악의 상황에 내몰렸다. '올해는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으로 벌써부터 아우성이다.

10여년 전 '향토기업을 애용하자'라는 기획물을 연재한 적이 있다. 그 당시 21세기 세계경쟁시대에 '왠 항토기업이냐'며 핀잔도 들었다. 일부는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스스로 도태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향토기업이 사라진 광주·전남을 상상해 보자. 외지기업들은 지역에 대한 애향심이 없다. 당연히 지역 인재를 뽑지 않고 매출은 서울로 다 보낸다.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사회환원 요구도 외면한다. 지역에서 번 돈은 빨대 처럼 위로 빨려간다. 우리는 이런 '아픈' 경험을 했다. 지역민 여러분! 광주은행이 수십억원의 지역사회 환원사업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어도 시중 은행들이 지역사회에 봉사와 환원을 했다는 소식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향토기업이 지역에서 매출과 고용, 사회환원 등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그 진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올해는 60년만에 황금돼지해이다. 10년전 연재 당시 한 향토기업인의 감사 전화가 지금도 뇌리에 남아 있다. 그는 "지역민이 없으면 향토기업도 없습니다. 하지만 향토기업이 없으면 지역도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돌이켜 보면 지역에서 펼쳐진 향토기업 애용 운동은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대부분 지자체 주도의 캠페인에 그치고 일회적이고 형식적이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지자체와 관공서, 사회단체, 언론이 함께 나서 향토기업 애용 운동을 하자고 제안해 본다. 지역기업의 제품을 지역사회가 우선 소비하고, 지역기업들도 지역사회를 위해 공헌하는 도시와 기업의 상생구조가 필요할 때다.

이를 위해 지자체와 공공기관 부터 향토기업 제품을 솔선수범해 애용하고 지역 전체로 확산시켜 보자. 지역의 작은 사랑과 관심 만으로도 향토기업들은 힘이 불끈 솟는다. 향토기업이 잘 되면 더 많은 지역 인재를 뽑고 지역사회 환원에도 적극 나서면서 지역 순환경제 구조가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수도권과 경상도의 큰 기업에 비해 열악하다. 돈이 없으니 영업력이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밀리고, 어쩔 수 없이 직원들을 내보내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기업의 1차적 부실의 책임은 해당 기업에게 있다. 경영자의 방만경영과 무능력, 노사 갈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가져줬으면 달라졌을 것이다. 황금돼지해인 올해 향토기업들이 황금빛 한해를 보내길 기대해 본다. 향토기업은 우리의 가족이자 소중한 자산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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