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명 서치라이트:비랑가나를 찾아서
샤힌 아크타르 지음·유숙열 옮김/이프북스/1만3천원
"3월 25일 무크티는 긴 공포의 밤으로 들어섰다. 그것은 어둡고 베훌라 (Behula, 힌두교 성전 시바 푸라나와 중세 벵갈의 서사 문학의 주인공으로 남편의 목숨을 구한다) 의 신방처럼 뚫을 수 없지만 뱀의 여신 마나사는 뜨거운 복수의 숨결로 밀랍 칠을 한 작은 구멍을 열었다. 그 순간 서로 다른 연령대의 두 여성은 바늘이 통과할 만한 작은 구멍으로 들어선다. 매리엄은 침대 아래에 의식을 잃고 누워 있다. 그녀는 폭발의 소음이 있었다는 것 말고는 그 밤에 대한 기억이 없다. 그러나 무크티는 매리엄이라고도 알려진 매리의 변신을 그려보고 싶어 한다. 이전의 그녀 정체성을 마멸시키고 비랑가나 (본래는 용감한 자, 라는 뜻이었으나 전후에 비하적으로 '화냥년'과 같은 뜻으로 쓰였다) 라는 새로운 이름표를 달게 한 28년 전의 전쟁이 무크티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본문 중에서)
비랑가나의 본래 뜻은 '용감한 전사'라는 의미다.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방글라데시 정치 지도자, 세이크 무집이 독립 후 연설에서 "당신들은 우리들의 어머니, 용감한 비랑가나입니다"라고 칭송의 의미로 이야기했으나 대중들에게는 '창녀'의 의미로 사용됐다. 우리나라에서 환향녀가 '고향으로 돌아온 여자'라는 원래 뜻과는 다르게 '화냥년=창녀'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독립전쟁이 끝난 후 국가적 차원에서 이 비랑가나들의 결혼과 재활을 위한 사업을 실시했으나 그 어느 것도 비랑가나 개개인들에게는 성공적인 결과를 안겨주지 않았다. 결국 비랑가나 개개인들은 자신들이 비랑가나였다는 사실을 철저히 숨기거나 혹은 비랑가나로 창녀가 되거나, 국가가 주도하는 재활사업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버티며 개인적으로 살아남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전범들에게 사죄와 위자료를 받는다는 것은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
'작전명 서치라이트:비랑가나를 찾아서'는 1980년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와 같이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전쟁에서 아시아 여성들의 아픔을 다룬 페미니즘 다큐소설이다.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비랑가나들은 그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쏟아낼 수 있는 회담, 같은 고통을 가진 사람들끼리 살아낼 수 있는 연대와 전범재판을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흥미에 맞게 부각되고 잊혀지는 일이 반복되며 결국은 잊혀지는 슬픈 운명을 보여준다.
이 다큐소설의 주인공은 매리엄이다. 매리엄은 1971년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당시 대학생으로 지식인 여성이었다. 그녀는 남동생을 고향에 보내고 혼자 다카에 남아 있다 적군인 파키스탄 군인에 붙잡혀 '비랑가나'가 된다.
이 소설은 철저하게 매리엄의 시각과 목소리로 방글라데시의 독립전쟁, 공산주의, 민주화 운동 그리고 산업화에 대해 이야기 한다. 전쟁의 시기에 남성들은 영웅이 되거나 전범이 되거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반면 굶어 죽을 걱정 없고 배운 만큼 배운 지식인을 포함한 얼마나 많은 다양한 여성들이 어떻게 '비랑가나'에서 '창녀'로 전락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한 승리한 남성들만이 영웅이 될 수 있는 전쟁이라는 무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상황에서 어떤 남성들은 어떻게 사라지고 또 몇몇은 어떻게 위장해 살아남는지, 살아남은 이들은 무엇을 잃은 채 살아냈는지 여성의 시각으로 담백하면서도 신랄하게 이야기한다. 김옥경기자 okkim@srb.co.kr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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