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자신을 감춘 채 도움의 손길 내미는 기부천사들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19.01.02. 00:00

하루 하루 살이가 팍팍하고 삭막하지만 그래도 그들이 있어 한편으로 세상의 온기가 살아난다. 그들은 결코 자신들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그저 내미는 손길이 조금 더 어려운 이웃들에게 향했으면 하는 겸양의 뜻만 전달한다.

자신을 감춘 채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기부자들, 이른바 '얼굴없는 천사'들이다. '오른 손이 한 일을 왼 손이 모르게'하는 익명의 기부 천사들의 선행이 엄습했던 매서운 한파를 뚫고 새해의 온기를 북돋웠다.

광산구 삼도동에서 평생 쌀농사를 지어오고 있다는 한 주민은 지난해 말 삼도동 행정복지센터 주차장에 1톤 트럭 1대를 몰고왔다. 트럭에는 쌀 20여가마(400kg)가 실려 있었다.

사연을 묻는 복지센터 관계자에게 이 주민은 "많지 않은 양이지만 내가 지은 쌀을 불우이웃과 나누고 싶다"며 "이름은 밝히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벌써 6년째 연말이면 똑같은 선행을 이어오고 있는 터 였다. 삼도 복지센터는 기부자의 뜻대로 장애인 거주시설 4곳과 백선 바오로의 집, 바오로빌, 소화성가정, 후암원에 쌀을 전달했다.

광산구 월곡 1동 행정복지센터에도 훈훈한 마음이 전해졌다. 사전에 예고도 없이 1톤 트럭을 몰고온 운전자는 컵라면이 들어있는 상자 97개를 차곡차곡 내려놓았다. 복지센터측은 "누가 보냈느냐"고 물었지만 "기부자가 절대로 알리지 말고 그냥 주민들에게 고루 나눠주라더라"고만 전하고 총총히 떠났다. 전달된 라면은 모두 1천152개. 관내 홀몸 어르신과 한부모 가정, 아동 생활시설 등에 전달될 소중한 선물이었다.

그런가 하면 서구에서는 몸이 불편한 한 장애인이 자신의 연금을 아껴 기부를 해오고 있다. 금호 1동에 따르면 벌써 6년 가까이 지역에 거주하는 한 장애인이 연말이면 휠체어를 타고 주민센터를 찾아 적지않은 금액의 현금 봉투를 전달하고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금호 1동 사무소측은 이 남성이 노인연금과 장애인 수당을 아껴 기부한 것으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서구 양동에도 익명의 수호천사가 4년째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백미를 전달하고 있다. 2015년 50포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3차례에 걸쳐 600포대를 기부했다. 이 기부자는 경남 사천에 살고 있는데 어릴적 나고 자란 고향이 양동이란 것만 알려졌다.

자신을 알리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들이 있어 세상이 결코 삭막한 것만은 아니다. 이들의 따뜻한 마음 앞에서는 겨울 삭풍도 누그러진다. 조금 더 나은 이가 어려운 이들에게 내미는 손길은 분명 희망이고 한줄기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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