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스물두살 박기순'의 송구영신

@윤성석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18.12.31. 00:00

윤성석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해가 저물어가는 12월 25일에 산수동에 위치한 (사)들불열사기념사업회는 송경자저 '스물두살 박기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 날은 들불야학을 세운 전남대 국사교육과 박기순이 타계한지 40년이 지난 그날이다.

1978년도 광천동 들불야학의 연말행사를 위해 3일 밤낮을 샌 박기순은, 크리스마스에 화정동 산에 올라 야학당에 쓸 겨울 땔감을 구하느라 중노동을 마치고 주월동 집에 돌아와 잠이 든 후 영영 먼 길을 떠나버렸다. 잘 알려졌듯이 들불야학의 동지였던 박기순과 윤상원은 1982년 2월 20일에 영혼결혼식을 올렸다. 김종률 작곡가가 만든 넋풀이 곡 '임을 위한 행진곡'이 한국사회에 널리 퍼지면서 광주와 한국 민주화에 끼친 박기순의 행적과 사상에 대한 세인의 관심도 깊어갔다.

행사장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은 모두 한마음으로 '만일 기순이 지금 살아있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그려보았을 것이다. 필자도 똑 같은 생각에 빠졌다. 박기순은 천재이다. 망월동 묘비에 적힌 기순의 일기를 보라. "한국사회에서 대학은 필요악이다. 가난한 자들이 생산한 잉여가치로 덕을 입고 있는 모든 지식인은 불합리하게 혜택 받고 있는 모든 것들을 되돌려 주어야 한다. 유신말기에 20대 초반의 여대생이 사회변혁의 방향과 사상을 인도한 점도 놀라운데, 1978년도에는 아예 대학을 떠나 낮에는 노동자로 밤에는 들불야학의 강학으로 일하는 '노동자의 누나'의 삶을 직접 살았다. 박기순은 구도자이다.

2019년 황금돼지해를 맞아 박기순은 어떠한 메시지를 호남과 한국인들에게 말하고자 할까? 기순은 한국사회가 더욱 정의로운 사회로 발전하기를 촉구할 것이다. 지난 40년 동안에 한국은 국가주도 산업화모델은 신자유주의 경쟁체제로 그리고 권위주의 정치는 절차적 민주주의로 전환되고 있으나, 아직도 사회 곳곳에는 비합리적인 부조리가 철철 넘쳐나고 있다.

재작년의 촛불혁명에서 얻은 값진 경험에도 불구하고 한국 민주주의의 품질은 낮은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정당정치의 구태는 개혁되지 못했으며 이를 만회할 시민참여는 선별적이며 지속성이 부족하다. 사회경제적으로 재분배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미진한 상태에서 계급간의 갈등에 더하여 세대간(청년실업)과 지역 간 갈등이 첨가된 중층적 양극화 현상이 만연하다.

박기순은 평소 선생님과 주위 사람들한테 자기 의견을 똑부러지게 말한 당찬 기질을 타고 났기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큰 소리로 외칠 것이다. "약속한대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데 한 몸 바치시오"

박기순은 호남인들과 국민들에게 헌신하고 희생하는 삶의 중요성을 말할 것이다. 한국은 국제적으로 OECD와 G20에 속한 경제선진국으로 도약하였다. 1인당 GNP도 3만 불에 도달하였다. 그런데도 한국인들은 왜 행복하질 않을까? 한국사회는 그간 관치가 지배하던 사회적 관계가 희석되어가면서 점점 경쟁과 세계화 레토릭이 사회적 및 인간관계를 규정하는 규칙으로 정착되고 있다.

이에 천민자본주의, 배금주의, 중앙주의, 갑질문화 등 과거에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의식과 문화가 사회에 널리 배어 있다.

한국의 행복한 삶(Eudaimonism)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위보다는 아래를 내려다보는 세계관이 한국 문명에 자리 잡아야 되며, 사회적 및 국가적 목표는 개인적 이익을 우선한다는 박기순 표 공동체주의를 강조할 것이다.

또한 박기순은 작금의 국내외적 어려움을 뚫고 새로운 한국의 전진을 선도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행동을 말할 것이다. 박기순의 창의는 끈질긴 창의이다. 그녀는 사회변혁의 장벽이 생길 때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방법론을 찾는 창의적 리더였다. 내년에 한국의 국운이 걸릴 중대한 국내외적 상황이 서로 얽혀있다.

남북협력에 의거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유엔제재와 미중간의 G2대결이라는 허들을 넘어서야 한다. 경제적으로 재분배 논리와 정책이 녹아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박기순은 남북한 8천만 민족의 평화와 행복을 위한 창의적인 생각을 국내외에 설파할 것이다. 노동자의 권익만 고집할 것이라는 예측은 박기순을 잘 모르는 단견이다. 박기순은 노사가 공희 행복하고 남북한이 공희 평화로울 신선한 한반도 평화론을 외칠 것이다.

정의, 희생, 창의로 이루어진 박기순의 사상은 5·18정신이자 한국 민주주의 정신이다. 그런데 우리 생각과 큰 차이가 없네? 그렇다 우리가 바로 박기순이다. 스물두살 박기순은 2019년도에도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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