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시평- 민립대학 조선대가 새로운 옷을 입어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

@김재형 조선대학교 법학과 교수 입력 2018.12.24. 00:00

김재형 조선대학교 민주평화연구원장

조선대학교는 2018년 8월 교육부 대학 기본역량진단에서 자율개선대학이 되지 못하고, 역량강화대학의 선정되는 것에 멈추었다. 이러한 사실은 당 대학이 공영형사립대학으로 전환하기를 원하고 있었음과 그 전년도 평가 전국 서열이 제34위이었다는 점에서 호남을 비롯한 전국 대학가에 엄청난 충격을 안기었고, 과연 그 평가지표가 객관적이었는지에 대한 비판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런데,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조선대가 우리나라 최초의 민립대학이라는 사실이 공영화 또는 공영형사립대학과 가진 연관성은 여전히 강조되어야 한다. 사실 조선대가 시립대학 등 공영화로 체질개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시작되었다. 1999년 7월경 김덕중 교육부 장관과 2011년 3월경 정병국 문화체육부 장관이 조선대학교의 시립화를 강조한 바 있고, 2010년 1월경 진보신당의 윤난실 광주시장 후보자와 학벌 없는 사회 광주모임도 조선대의 시립대학 전환을 촉구한 바 있다.

조선대학교의 입장에서 재정지원과 이사회 구성을 공영화해야 한다는 그 동안의 주장이 하필이면 이번 발표로 마치 재정위기에 처한 상황을 피하려고 한다는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민주화의 초석이 되었던 5·18민주화운동과 사실상 학내민주화의 최대 이슈인 1·8항쟁을 경험한 조선대학이 상대적으로 열악해진 경제여건 때문에 운영권을 내어놓겠다는 식으로 매도되는 것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결단코, 조선대학교는 소위 사학 운영자의 전횡이나 비민주적인 갑을관계가 없는 그야말로 행복한 학교이었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서 조선대학교는 그동안 입고 있는 옷에 문제가 있다. 조선대학교는 1946년 7만2천여 명의 '조선대학 설립동지회'에 의해 설립된 대학으로서 1946년에 대한민국이 시작되지 않은 시기에 설립되었고, 그 이름처럼 호남을 떠나 전국적으로 기금이 모아졌던 역사적인 학교이다. 다시 말해서 이 학교의 원래 주인은 대학의 설립과 운영의 주체를 담당했던 '조선대학 설립동지회'인 것이고, 그 규모를 기준으로 볼 때 가히 광주 또는 호남의 대학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대는 사립대학으로 분류되어 지금껏 운영되어 오고 있다. 몸에 맞지 않은 사립대학의 옷을 입고서 사립학교법에 따라 운영되고 있으니 근본적으로 혼란을 안고 살아온 셈이다. 사립학교에서 최고의 의사결정기구는 법인이사회이다. 이 법인이사회에는 설립주체와 관련한 분들이 이사로 선임되어 설립취지에 맞게 안정적으로 학교를 경영해나가야 한다.

조선대의 경우 민립대학의 설립과 관련이 없는 이사들이 계속적·반복적으로 임시이사 또는 정이사로 선임되면서 법인이사회가 불안정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위기의 요인이 축적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경영주체가 불분명하다보니 대학운영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과정에서 조선대학교는 금년 교육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자율개선대학에 진입하지 못하였고 이로 인해 지난 5개월 동안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이번 자율개선대학의 탈락의 어쩌면 진즉부터 예고되었다고 할 수 있다. 대학환경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데 대학은 단 한 번도 개혁다운 개혁을 하지 못하고 그저 방만하게만 운영되어 왔다. 그리고 구성원간에 무사안일주의는 만연한 채 유지되어 왔다. 그간 법인이사회에서는 이를 타파하고자 나름 애를 써왔지만 불분명한 경영주체로 인해 그 영향력은 미미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대의 발전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경영주체를 공영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국립대학이나 시립대학, 또는 요즘 거론되고 있는 공영형 사립대학의 어떠한 이름이 되었든 현 체제는 당장이라도 바꾸어져야만 한다. 그리고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을 국민들에게 공영형사립대학제도 실시를 100대 과제로 약속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공영형 사립대 추진을 위한 예산이 사실상 빠지면서 매우 실망스런 상태에 있다.

하지만, 이제 조선대의 경우 사립대학의 옷을 벗기고 민립대학의 성격에 맞는 공영화의 옷을 입힐 시기이다. 여러 번 주장했듯이 조선대가 공영화되었을 때의 효과는 비단 당 대학뿐만 아니라 호남지역전체에 어마한 기대효과를 가지고 올 것이 틀림없다. 예를 들어 지방명문대학의 탄생으로 수도권으로의 학령인구유출을 막을 뿐만 아니라 문화중심도시를 활성화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임은 물론 가장 민주적인 대학교로서 광주의 위상을 제고시키는 데에도 적지 않게 기여할 것이다.

조선대는 이제껏 수십년 동안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었기에 정말 이제는 그것을 벗고 원래 맞는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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