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민주주의 전개과정으로 본 지방분권, 그리고 지방분권개헌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18.12.12. 00:00

이민원 지방분권개헌 광주회의 상임의장

강도 높은 지방분권을 실시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과 비록 실패했지만 대통령의 지방분권개헌 시도 이후 지방분권은, 그리고 이에 따른 지방자치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반면 그와 비례해서 지방분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제는 잦아들만도 한 지방의원의 자질과 무능 시비, 지방자치단체장의 부패와 무능 시비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위세를 부리며 못된 정치인 행세부터 하는 지방의원, 지역을 농단하며 마치 제왕이 된 듯 준동하는 자치단체장들이 상당하여 지방분권에 대한 우려와 지방자치에 대한 불신이 널리 퍼져가고 있다.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에 대한 우려와 불신이 심화된다면 마침내는 지방분권 무용론이 세력을 얻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지방분권을 무너뜨리고 중앙집권을 고수하려는 세력의 대오는 강고하다. 그리고 교묘하고 교활하다. 그들은 중앙집권을 주장하면서도 언제나 지방의 발전을 위한다는 대의명분으로 포장한 언설을 늘어놓는다.

"지방분권은 오히려 지역 격차를 늘려 낙후한 지방에 불리하다", "지방분권은 지방토호만 배불린다" 이런 주장들은 얼핏 지역을 염려하는 말로 들리지만 결국은 중앙집권을 강화하자는 무서운 말이다. 여기에 지방자치를 담당하는 지방행정과 지방의회에 대한 불신이 더해지면 지방분권 무용론은 엄청난 힘을 얻게 될 것이다.

부작용을 이유로 지방분권을 포기해도 될까? 지방자치 도입 때부터 그 부작용은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었는데 왜 이제야 주목을 받는 것일까? 그 부작용에 대한 해법은 있을까? 중앙집권과 지방분권이 국가 체제에서 갖는 근본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중앙집권과 지방분권은 국가가 탄생하여 진화하는 과정에서 번갈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첫째, 국가형성 직전에는 지방분권이 필요하다. 국가가 형성되려면 먼저 여러 개의 지방이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국가는 그 지방들의 결합체다. 강한 지방이 먼저고 강한 국가는 나중이다. 둘째, 국가형성 직후에는 중앙집권이 필요하다. 국가형성이 완료된 이후 지방이 지나치게 강력하면 혼돈이 온다, 그러므로 중앙집권으로 국가 전체를 조화롭게 이끌어야 한다. 셋째, 중앙권력이 절대권력이 되면 국가는 부패와 비효율의 늪에 빠진다. 그러므로 지방분권으로 중앙권력을 약화시켜 국가 전체의 효율을 증대시켜야 한다. 넷째, 지방분권이 약간 진행되면 지방 권력은 중앙권력의 전횡과 부패를 흉내 내기 시작한다. 따라서 지방 권력을 통제하는 장치를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이 단계에서 지체하고 있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 진행단계의 한 모습이다. 민주주의는 단계별로 발전하고 있다는 말이다. 첫째는 도입단계다. 독재와 민주 사이에서 민주를 선택했다.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국가 체제의 운영원리로 채택하였다. 도입단계의 민주주의는 민주의 개념이 등장하는 데 의의가 있다. 둘째는 '어떤 민주주의냐'의 단계다. 그 '어떤 민주주의'로 지방자치를 선택했다. 민주주의란 생활정치에 의해 실천된다. 생활정치란 주민의 생활여건을 규정하는 정책, 법률 그리고 조례의 제개정 및 폐지를 주민 스스로 하는 것이다. 이 생활정치는 곧 자치활동이며 이 자치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지방분권이 필요하다. 셋째는 민주주의의 질적 향상단계다. 지방자치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 지자체의 능력을 향상시켜야 하는 단계다. 주민들이 우수한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선출하도록 노력하되, 불량한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퇴출하는 직접민주주의의 도입이 필요한 단계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이 단계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 시점에서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의 자질문제가 지방분권과 지방자치의 핵심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지방분권의 좌초는 곧 민주주의의 후퇴다. 지방분권을 막아내려는 집요한 흉계로부터 지방분권과 민주주의를 지키자. 불신의 대상으로서 지방분권 무용론까지 야기한 지방행정과 지방의회를 우회할 방안이 필요하다. 그 답은 직접민주주의다. 현재의 대의민주주의는 투표장 투표라는 원시적인 의견표시 수단밖에 없었던 시절의 고육지책이다. 주민의 의사표시 수단은 비약적으로 발달하였다. 이제는 행정과 의회 활동에서 모든 주민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다. 그러니 직접민주주의를 보장하는 헌법을 마련하자. 다음으로는 실질적인 협치를 위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을 구성하는 주요 구성체들의 대표자들이 함께 지역의 비전합의, 정책수립, 정책집행, 행정감시를 이루어낼 협치체제를 구성하고 여기에 실질적인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온전한 지방분권형 개헌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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