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18년도 끝자락에 들어섰다. '올해 가기 전엔 봐야지!'라던 기약 없던 약속도 더 이상은 미룰 수 없게 되었다. 오랜만의 만남을 위해 서울, 경기 등 각지에서 친구들이 내려왔다. 반가운 이들과 고향에서 함께 할만한 식사를 고민해본다.
지금 사는 곳은 각자 달라도, 광주 사람 어디 안 간다. 확실한 전라도 입맛 가진 친구들이 모이니, 그동안 그리웠던 고향 음식을 한 가지만 맛보기는 아쉽다. 기왕 오랜만에 모인 거, 전라도 밥상 푸짐하게 먹어보자며 상무지구로 향한다.
-외관
남도 계절음식 전문점인 '미식가'를 찾았다. 상무지구 한국국토정보공사 건너편의 복합상가 건물 2층에 위치해 있는데, 2층이어도 간판이 크게 걸려있으니 찾기에 무리는 없다. 주차는 랜드피아 앞 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주차권은 꼭 챙기도록 하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 도착했다. 입구에 '삼성카드 추천맛집'이라고 걸려 있는데, 역시 근처에 회사가 많아서인지 중장년분들이 많이 찾으시는듯하다.
-내부
내부는 간단한 식사를 위한 개방형 홀과 미닫이문으로 독립된 방들로 나누어져 있다. 단체 모임에 좋은 각 방들은 여수방, 고흥방, 장성방 등의 이름이 달려있다. 남도 구석구석 진미만을 탐하는 미식가다운 네이밍이다.
그중 '고흥방'으로 안내받아 들어가 앉으니 온돌바닥에서 열이 뜨끈하게 올라온다. 연말 느낌 물씬 난다. 방들은 벽으로 다 분리가 되어있고 미닫이문을 닫으니 완벽하게 독립된 공간이 된다. 한 팀당 한 방 배정으로 사업 식사나 상견례에도 좋을듯하다.
-원산지
철에 따라 나오는 식재료들도 대부분 국내산이다. 싱싱한 재료를 전남도에서 바로 공수해서 오니 음식 신선도는 걱정 없겠다.
-마
본격적인 상이 나오기 전, 마즙이 한 그릇씩 나온다. 산에서 나는 장어라는 별명이 있는 마는 위벽 보호와 위궤양 예방에 좋은 식재료다. 식사 시작 전에 가볍게 위를 달래주는 좋은 애피타이저다.
-일차상
음식이 하나씩 차려지는데, 다 나왔나 싶다가도 자꾸 음식이 추가된다. 상에 놓을 자리가 부족할 지경이다. 먼 길 오느라 배고픔을 외쳐대던 친구들의 젓가락도 들어오는 음식들의 속도를 따라가긴 어렵더라.
-광어회.꼬막
정갈한 국내산 광어회도 적당히 두툼해 식감이 좋다. 벌교산 꼬막도 제철을 맞아 통통하게 살이 찼다. 거기에 최소한의 양념이 배어있어 꼬막 본연의 맛을 살린다.
#그림1중앙#
-굴.굴전
딱 지금의 제철 식재료 대표는 굴일 것이다. 겨울을 맞아 더욱 통통하게 살이 오른 굴을 싱싱한 생굴로, 노릇 노릇한 굴전으로 내어준다. 다양한 제철 해산물 요리로 입맛이 서서히 깨어난다.
-과메기
그리고 별미인 과메기가 있다. 남도 사람들에게 사실 과메기는 익숙한 음식이 아니다. 하지만 한번 먹어본 사람들은 꾸준히 과메기를 찾을 정도로 맛깔진 음식이다. 특유의 쫄깃하고 담백한 식감이 일품인데, 마침 또 지금이 제철이다.
-갓김치
입맛 깨우는 복병으로 갓김치가 있더라. 맛이 딱 좋길래 여쭤보니 여수에서 공수해 온다고 한다. 역시 여수 갓김치라는 말이 그냥 붙은 것이 아니구나. 구운 김에 찰밥 올리고 갓김치만 하나 얹어서 먹어도 밥 세공기는 거뜬할 것 같다.
-이차상
비워지는 그릇부터 빠지면서 새로운 음식들이 추가되니, 식사에 끊김이 없어서 좋다. 지금까지 애피타이저를 즐겼다면, 이제 코스는 더욱 풍성한 메인 디쉬가 된다.
-홍어삼합
전라도 식탁에 빠지면 섭섭한 그 녀석. 바로 홍어다. 특유의 향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리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삭히지 않은 홍어는 맛이 없다. '미식가'의 홍어는 다른 음식의 풍미를 해치지 않을 정도만 삭혀져 나온다. 한 점 초장에 찍어 먹어도 알싸한 맛이 좋지만, 역시 삼합을 따라올 수는 없다.
-육낙탕탕이
생고기와 낙지를 버무린 육낙 탕탕이도 별미다. 고소한 참기름이 살짝만 둘러져 생고기와 낙지 본연의 맛을 또 해치지 않아 좋다. 낙지가 힘이 좋은 만큼 신선함도 믿을 수 있다.
시커먼 탕이 등장하는데, 정체 바로 백숙이다. 흑미를 넣고 고았기 때문에, 색이 시커멓다. 살코기에 흑미의 향과 건강까지 배어 있다. 일반 백숙보다 구수한 국물도 개운하다.
-전복버터구이
전복 버터구이와 새우 콘치즈구이, 소라 치즈 그라탕 같은 세련된 음식도 나온다. 한정식이라고 해서 전통적인 음식만 나올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보리굴비
식사의 화룡점정 같았던 보리굴비다. 쫀득하게 말린 보리굴비에 누룽지 한 수저면 그 맛이 일품이다. 녹차물에 밥을 말아 보리굴비 한 점 올려 먹는 것도 좋지만, 구수한 누룽지에도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조합이다.
'더 이상 못 먹겠다.'며 손사래를 친 사람도 보리굴비에 누룽지는 포기할 수 없어 다시 숟가락을 들게 되니 말이다.
-가격표
멀리서 온 친구들과 함께하는 저녁 시간, 날은 춥지만 식사 자리는 따뜻하다. 오래간만에 이루어진 고향에서의 만남에선 그간의 안부를 묻고, 세월이 또 지나감을 탄식하고, 다음 해에도 같이함을 기약한다.
연말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이자 제철 음식이 풍년인 계절이다. 친구, 가족들과 한자리에 모여 감상을 나누는 자리에 어떤 음식이 필요할까 고민된다면, 차라리 그 메뉴 다 즐겨 보는 것은 어떤가. 그 어떤 미식가들의 입맛도 사로잡을 남도 밥상을 선사하는 '미식家'에서 말이다. 김지애 사랑방미디어 jihio89@nate.com
- 때아닌 가을에 폭염주의보? 역대 가장 더운 9월 중순 무등일보 DB. 최근 광주·전남지역에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9월 최고 기온을 갈아치우는 등 11년 만에 가을폭염이 관측됐다.18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기상청은 지난 16일 광주와 담양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이튿날인 17일에는 폭염주의보가 나주와 화순까지 확대됐다.폭염주의보 첫날인 16일 광주 낮 최고기온은 31.3도로 평년 기온(26.9도)보다 4.4도 높았다.이튿날인 17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3.5까지 높아져 평년 기온(27도)과 6.5도 차이가 났다.특히 1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4.5도까지 치솟아 9월 중순 최고기온을 갱신했다. 이전까지 9월 중순의 최고기온 기록이던 33.7도(1998년 9월 19일·2008년 9월 18일·2008년 9월 19일)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광주지역에서 9월 중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관측 이래 네 번째다. 지난 1998년에 처음으로 '한가을 폭염'이 나타난 데 이어 2008년과 2011년에도 9월 중순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기상청은 한반도 주위의 고기압에 의해 따뜻한 기류가 유입되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본 아래쪽에는 여름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직까지 물러나지 않고 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우리나라로 불어놓고 있다. 동해상에는 또 다른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한반도 서쪽 지방에 더운 공기를 유입시킨다.여기에 18일에는 햇살을 막아주던 구름까지 걷히면서 폭염지수를 더욱 높였다.기상청 관계자는 "고기압이 따뜻한 공기를 불어넣는 동시에 남해상에서 태풍 '난마돌'이 북상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몰고왔다"며 "태풍이 지난 후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본격적인 가을 날씨가 이어질 예정이다"고 말했다.한편 폭염주의보는 폭염특보의 한 종류로 이틀 이상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를 웃도는 등 더위로 인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전까지는 기온을 기준으로 폭염특보를 발령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는 기온과 습도를 함께 고려하는 체감온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안혜림기자 wforest@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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