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에세이- 가야만 하는 길이었고, 가지 않으면 아니 되는 길이었다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18.11.29. 00:00

이당금 푸른연극마을 대표

누군가가 등 떠밀지 않았지만 변명처럼 결국은 그 길의 여정에 몸을 실었다. 어쩌면 되돌아 올 수 없는 길일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의 끝이 어디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연극이 내 삶이 되었다. 극장이 내 살림집이 되었다. 함께했던 배우들은 식구였다.

반찬 없는 맨밥을 양푼에 담아 고추장 스슥 비벼 함께 밥을 먹었다. 형제자매 친동기간보다 더한 끈끈한 정으로 오랫동안 무대에서 함께 늙어갈 줄 알았다.

언제부턴가 '연극은 공동체다' 라는 말은 점점 사라져 가는 문장이 되어 가는 것 같아 겨울 찬바람처럼 코 끝이 시리고 서럽다. 한작품 한작품 공연을 만들때면 우리단체 소속의 배우들보다 프리랜서로 오디션으로 만난 배우들의 비율이 많아진다. 그래서인지 공연이 끝날 때마다 이별을 해야 한다. 익숙해질만도 한데 아직도 가슴 한켠이 서럽고 시리다. 어떻게든 광주문화를 이끌어 가기 위해서 동분서주 하지만, 공연예술계의 실정 앞에서는 감히 떠나는 이들의 손을 끝까지 잡지 못하고 만다. 그렇게라도 어디에서라도 자신들이 하고 싶은 배우일을 할 수만 있다면 마음속 응원으로나마 끝까지 오래동안 버텨내길 그리고 자신의 꿈대로, 자신이 원하는 길에서 맘껏 펼치며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떠나는 이들의 뒷모습을 볼때면, 25년전에 비하면 지금은 소득이 많이 높아 졌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계의 형편은 왜 나아지지 않은지? 유독 광주가 심각한가? 문화예술의 중심에 있는 서울은 어떠한가? 이런저런 형태의 강의를 쫓아다니면서 느낀바로는 대학로의 여건과 대학로 연극인들의 여건 그리고 연극계 전반에 드러난 난국이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소극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프로그래밍한 연극 '있다-잇다'에서 만나본 공연단체도 예의 그 상황에서 우린 모두 술잔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우리 단체에서 펼쳐보이는 소극장 활성화는 지역문화의 활성화, 연극의 활성화 그리고 배우의 활성화를 위한 자구책이며 방안이다. 우리는 단체중심으로 활동하는 팀을 선정하는 우선순위를 두었다. 그래서인지 2인극 열전은 젊은 패기를 지녔고, 오색마당에 참여하는 4개단체는 지역을 연고로 20년이 넘는 단체경력으로 작품 또한 진중하고 연극적이다. 오색마당 공연단체는 출연진이 10여명이 넘는 작품도 있는데 자체배우들이 소극장 무대에 선다. 대단한 일이 아닐수 없다. 동시대성의 예술인 연극 또한 동시대의 배우들과 폭넓게 작업을 하는게 어찌보면 순리이겠지만 다른 장르에 비해 배우들간의 긴 호흡을 주고 받아야 하는 쟝르이기에 아직은 아날로그적 관계를 추구하는건 어찌보면 당연한거 아니겠는가?

그러한 연유로 민간연극단체의 고민은 겨울찬바람에 살을 에이는듯 하다. 대한민국소극장열전도 배우간 지역간 네트워크로, 연극 '있다-잇다'도 연극과 관객을 잇는 중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다. 춥고 힘든 긴 겨울 이겨내려는 듯 작은 규모지만 큰 힘으로 올라가는 연극들이 있다. 긴 겨울 지나면 움트는 봄이 오듯이 광주연극활성화에 고민하고 행동하는 연극인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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