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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전' 아카이빙의 의미- ‘오월작품’, 시대 관통하는 광주 오월 브랜드로
입력시간 : 2018. 11.17. 00:00


1998년 10회 오월전 '다시 이거리에 서면'전 금남로 풍경.
해마다 5월이면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의미와 가치를 키워가기 위한 여러 기념사업과 행사들이 열린다.

전시예술 에서도 5월에 관한 다양한 발언이 있어왔지만 이 부문에 관한 체계적인 자료조사나 정리를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산발적으로 흩어져있다.

광주민족미술협의회 광주지회(약칭 광주민미협)가 5월 한복판에서 펼쳐 온 현실주의 참여미술 정기전 '오월전'에 관한 아카이빙에 나섰다. '오월전'관련 당시 작품들과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조사·발굴·수집하여 공공자산으로 공유하기 위한 아카이브 구축작업이 처음으로 민간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민미협이 첫 사업으로 지난 10일 5·18역사기록관 세미나실에서 1단계 사업을 중간 정리하는 학술세미나를 가졌다. 이날 발제자로 참여한 조인호 광주비엔날레 전문위원으로부터 오월전의 의미와 향후 방향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5월 현장에서 시대와 함께 한 '오월전'

'오월전'은 광주전남미술인공동체(약칭 광미공) 결성 이듬해인 1989년에 창립전으로 첫 '오월전'을 시작한 이래 매년 주력사업으로 개최해온 5·18 기념전이다. 옛 도청 앞 남봉미술관에서 90년에 가진 첫 '오월전' 취지문에서 "지역 간 불균형이 빚은 갈등의 극복과 모든 민중운동사에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압제에의 항거정신, 항쟁기간을 통해 아름답게 되살아났던 공동체적 삶, 반외세 자주적 통일에의 열망, 역사변혁의 주체는 민중 자신이라는 각성 하에 이를 조형적으로 형상화 해내고 이 시대 모든 사람들에게 공유하고자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오월전'은 2010년 이전까지는 대부분 5·18 역사현장에서 펼쳐졌다. 91년 망월동 오월묘역을 시작으로 이듬해부터 2001년까지 금남로 거리전,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옛 전남도청 폐공간에서 주제전을 벌렸다. 특히, 91년 제3회전은 5·18의 희생이 묻혀 있는 망월동에서 '오월에 본 미국'이라는 주제로 회원들이 직접 간이전시대를 설치하고 100호 이상의 회화와 부조연작, 걸개그림 '오월전사' 등을 설치하여 5월의 생생한 현장을 펼쳐 보였다. 이듬해 네 번째는 금남로로 옮겨 '더 넓은 민중의 바다로'를 주제로 역시 100호 이상 화폭들과 오월판화 연작, 조각과 부조연작 등을 설치했다.

오월 현장전의 경험은 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 기간에 망월동 오월묘역에서 '안티비엔날레-95통일미술제'를 치러내는 동력이 되었다. 국내외 참여미술의 집결장이 된 이 대규모 행사추진으로 5·18과 시대현실을 읽어내는 시각, 전시의 실행력과 소통력 등에서 많은 학습의 기회가 되었다. 이는 96년 '오월전'에서 "보다 폭넓은 사고와 실험적 창작의 열기로 5월 미술의 새 장을 열고자 한다."는 심기일전의 자세로 나타나기도 했다.

2000년 새 밀레니엄을 맞아 회장 김진수는 "항쟁 20주년과 새 천년이 동시에 던져주는 이시대의 가치지향에 대해 정보산업사회가 꽃피울 탈모더니즘의 새 지형에 끊임없이 생명과 나눔과 공존의 미학을 심는 균형 잡힌 작가정신"을 내세우기도 하였다. 실제로 이 무렵 '오월전'의 작품들은 사회적 집단투쟁기의 선전선동 역할에서 점차 메시지를 간결하게 집약하면서 예술적 표현성을 높여가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오월미술의 결집체였던 광미공은 2002년 2월 해체를 단행하였다.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민주화운동의 결실들이 하나 둘 실현되어 가는 사회·문화 환경의 변화도 그렇고, "힘 있고 희망적인 미래의 미술운동을 가능케 하는 대안은 오랜 세월 굳어진 현재와 같은 조건과 흐름으로서는 불투명하다"는 내부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광주민미협이 이어 온 '오월전'

광주민예총 미술분과 시기이던 2006년에는 5·18시민군의 항쟁본부이자 최후 격전지였던 옛 전남도청 공간에서 '오월전'을 열었다. 전시를 '지점과 지향' '5월의 시계' 등 4개 소주제를 나누고, 광장에서는 쌍방-소통을 펼쳤으며, 망월묘역에도 만장 걸개그림들을 설치하였다. 10월에는 '오월전'의 주축회원들 중심으로 (사)민족미술인협회 광주지회를 창립(약칭 광주민미협)하고 옛 전남도청 본관에서 기념전을 열기도 하였다.

달라진 시대환경 속에서 민주 역사와 당대사회, 미술인의 현실 삶을 함께 고민하며 지역문화의 기폭제가 될 것을 천명한 광주민미협은 2007년 '역사의 부름에 답하다'에 이어 2008년 20회는 '다시 길을 나서며' 주제로 설치미술전과 오월 현장체험전, 환경 체험전 등을 다양하게 진행하며 의욕을 높였다.

2012년 '그림으로 만나는 오월의 시와 노래', 2013년 '崔최眠면-의도된 상황인식', 2014년 '갑오년 가보세 함께 가보세', 2015년 '신자유주의 세상에서 살아가기-甲갑乙을', 2016년 '오월유전자', 2017년 '비틀린 세상, 억눌린 일상-왜곡' 등을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에서 진행하였다. 이런 주제전은 보수정권기에 자행된 5·18민주화운동 지우기에 대한 경계심, 사회적 집단최면으로부터 각성 촉구, 갑을관계로 회자된 부당한 횡포들에 대한 비판과 시대풍자 작품들이 많았다.

올해 서른 번째 '오월전'은 적폐청산과 역사 바로 세우기, 남북상생 평화통일의 '바람의 길'과 관련한 시대이슈들을 담아내었다. 이와 함께 '오월전' 30회 특별전으로 민미협 전국 순회전인 '촛불이여 오월을 노래하라!' 광주전을 유스퀘어문화관에서 치르기도 하였다.



◆'오월전'으로 담아낸 광주의 시대정신

무엇보다 오월전을 보면 그 시대가 보인다고 할 만큼 주제의 시의성이 두드러진다. 그러면서도 초기에는 대개 정치·사회적 고발과 비판·풍자 등 단발성 발언들이 주류를 이루다가, 90년대 중반 이후 점차 시민 일상과 밀착되고 서정성과 표현형식에서 훨씬 다채로워지는 변화를 보였다.

90년대 전반까지는 여러 소재나 이슈들을 한 화폭에 분할 배치하는 모둠형의 서사적 구성이 많았다. 그러다가 점차 미술문화계의 다원성·독자성의 확장 속에서 소재나 표현효과의 변화를 통해 전달력을 높이려는 예들이 많아졌다.

'오월전'의 배경인 5·18 현장과 일반 갤러리일 때 전시의 힘은 확연히 달랐다. 일반 전시공간일 경우 야성의 미학이 거세될 수밖에 없다. '오월전'은 오월현장과 밀착될수록 그 힘을 더 발휘할 수 있다.

'오월전' 주축세대의 노화(?)다. 예전처럼 직접 옥외에 전시대를 설치하고 밤낮으로 현장을 지키기에는 힘에 부친다고 한다. 그렇다 해도 전시의 힘은 현장의 생동감이고, '오월'은 계속해서 살아있는 화두다. 청년의 시각과 활동력을 꾸준히 수혈할 수 있는 조직운영의 장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오월전'이 광주 오월의 주요 문화브랜드가 되었으면 한다. 기념사업이나 도시문화정책 차원에서 '오월전'을 5월 광주미술의 브랜드상품으로 만들어 '광주정신' 또는 '오월정신'을 확산시켜가는 매개와 교감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조인호 광주비엔날레 전문위원

조선대 미대와 홍익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전북대·조선대 등에서 강의를 했고 광주비엔날레 재단 특별전팀장·기획홍보팀장·전시팀장·전시부장·정책기획실장 등으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재단 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지역미술에 관한 자료조사와 연구, 미술계 활동이나 전시 등에 관한 글쓰기, 그런 자료들의 공유를 위해 온라인 위주로 광주미술문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남도미술의 숨결'(2001), '광주현대미술의 현장'(2012) 등이 있다.


조덕진        조덕진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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