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문자 해촉

@무등일보 무등일보 입력 2018.11.16. 00:00

동양권에서 젓가락을 쓰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베트남, 몽골, 싱가포르 등이다. 젓가락 사용 비율은 한·중·일 세 나라가 85%를 차지한다.

어릴 때부터 젓가락을 쓰면 지능이 좋아지고 여러 가지 손재주가 발달한다고 한다. 한 때 젓가락을 쓰는 나라 경제가 급속히 발달하자 '젓가락 경제'라는 우스갯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확실히 젓가락 사용은 지능 발달과 손재주와 관계가 있어 보인다. 어려서부터 젓가락을 사용한 학생들이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손가락과 연결된 신경이 두뇌를 자극하기 때문이란다.

젓가락질은 손가락의 섬세한 활용이 필수적 요소다. 그 중에서도 한국은 쇠젓가락을 쓰는 유일한 나라다. 쇠젓가락으로 미끌 미끌한 콩자반 콩을 집어서 입에 넣는 기술은 외국인들이 함부로 따라 하기 힘든 솜씨다. 어릴적부터 키운 젓가락질의 섬세함이 신기에 가까운 기술로 발현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 젓가락 기술은 핸드폰 문자와 만나 유감없이 위용을 드러낸다.

실제 한국인은 언제 어디서든 자유자재로 문자 보내는 솜씨를 자랑한다. 모바일 문자 보내기 국제 대회서 우승은 한국인 독차지다. 어릴적부터 젓가락을 사용해 온 손가락 기술에다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까지 더해지니 국제 대회 문자보내기 대회 우승정도는 식은 죽 먹기다. 은광여고 하목민양은 1분에 408타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젓가락 문화 후손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 준 '문자 지존'이라 할만 하다. 참으로 장하다.

그러나 우수한 문자보내기 소질이 엉뚱한 곳에 쓰이기도 한다. 가끔은 껄끄러운 인간관계 정리용으로 변용된다. 심지어 제1야당 조강특위위원장도 그 쓰임에 자리가 날라갔으니 역시 문자 지존 나라답다. 당 지도부가 십고초려 끝에 자유한국당 조강특위위원장으로 모셨다는 전원책 변호사가 '문자 해촉'을 당한 이야기다. 전 위원장은 김병준 비상대책위 위원장과 당 쇄신 전권을 주니 마니로 티격 태격 하다 그만 '문자 해촉'이라는 해괴한 변을 당하고 말았다. 알아서 모셨다가 간단한 손짓으로 정리했으니 자유한국당 처지도 참 딱하다.

문자 해촉이 편리는 하지만 웬지 정이 없어 보인다. 비정규직을 그만 두게 할 때나 가끔 사용된 줄 알았던 문자 해촉이 공당의 높은 자리 사람에도 쓰일 줄은 몰랐다. 휴대폰 문자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덜컥 하는 사람이 많다. 전 위원장처럼 언제 간단한 문자로 파리 목숨이 될지 몰라서다.

"내일부터 안나와도 됩니다"는 문자를 받은 비정규직 신세를 누가 알겠는가. 젓가락 문화탓이려니 하지만 요샛말로 조금은 웃프다.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지금 웃을 때가 아니다. 언제든 문자 해촉이 가능한데 누가 누구를 나가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나윤수 컬럼니스트 nya804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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