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아름다운 기부

@도철 입력 2018.11.15. 00:00

"전차비를 아끼려고 트럭이 있는 청량리까지 매일 1시간을 걸었는데 밤늦어 통행금지로 잡히기도 했다. 또 밥 먹을 돈을 아끼려 점포 인근 식당일을 도와주고 얻어먹었다."

과일장사로 시작해 평생 모은 전 재산 400억원을 고려대에 기부한 김영석(91)씨와 양영애(83)씨 부부.

"평생 돈 쓰고 살아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할지 몰랐는데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쓸 수 있어 후련하고 뿌듯하다"

담양의 얼굴 없는 기부천사로 지내다 10여년 만에 선행이 밝혀진 김홍균(77) 씨도 마찬가지다.

30년 남짓 소방관으로 일한 뒤 퇴직한 그는 소방 관련 일을 하면서 적금을 붓고 고물이나 재활용품을 수거해 푼푼히 모은 돈을 몰래 기부해 왔다. 시대적 배경이 전혀 다르지만 우담 이회영 일가의 독립운동사를 보면 사회를 넘어 나라에 대한 기부로 더 큰 감동이 된다.

일제 강점기 시절 지금의 명동 등에 있던 부동산을 비롯해 전 재산 600억원 어치를 팔아 독립운동에 보태기로 6명 형제 모두가 동의한다. 그리고 가족과 친지는 물론 함께 살던 집사 등 모든 사람들이 중국으로 건너가 직접 독립운동을 벌인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신흥 무관학교다. 김좌진 장군 등과 함께 활약 했던 독립군 중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곳 출신으로 모두 3천500여 명의 졸업생을 둔 우리나라 최고의 독립운동 양성소였다.

어떤 표현을 해야 할지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반면 지금의 재벌들은 땅콩에 비행기를 회항시키고 회의시간에 물 컵 내던지더니 거꾸로 권력에 아부하기 위해서는 말까지 사다 바쳤다.

또 아버지 재산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형제들끼리 소송을 벌이는 등 꼴불견도 비일비재다.

사정은 연예인도 마찬가지다. 쉬는 시간 아껴가며 밥차 봉사하고 어린 아이들 뒷바라지에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쓰는 스타가 있는 반면에 음주운전 사고로 얼굴 붉히고 미투의 주인공이 되는 연예인들을 보면 안타까움이 크다.

최근 전 재산 8천100억원 기부를 발표한 홍콩 영화배우 주윤발은 이렇게 말했다. "돈은 내 것이 아니라 잠시 보관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 많은 활동을 하면서도 대중교통 이용하고 한달 용돈은 12만원을 쓴다고 하니 믿기지 않을 정도다. 기부 재단을 만든 빌 게이츠 부부는 이렇게 말한다. "많은 재산 갖게 된 것에 감사한다. 그러나 그만큼 내 재산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대한 책임감이 크다."

주식 부호 워렌 버핏도 빠지지 않는다.

"내가 보유한 주식 1%를 넘게 쓴다고 해도 내 삶의 질이 향상되거나 더 행복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재산의 99%를 사회에 돌려주면 다른 사람의 건강과 행복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워렌 버핏의 집에 들어 간 도둑이 돈 될 만한 것을 찾지 못한 채 빈손으로 나왔다는 일화가 부럽다. 도철 지역사회부 부장 douls183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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