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전하다 文대통령 공약사업 채택 탄력
협상 배제에 노동계 불참·현대차 뒷짐
노·사·민·정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적정(반값) 임금의 일자리를 여러 명이 나누는 이른바 일자리 나눔을 통한 사회통합 모델, '광주형 일자리'.
연봉 1억 원을 받았던 1명의 일자리를 2~3명이 나누는 개념이다. 노동자에게는 일자리를, 기업에게는 생산성 향상 등의 효과가 기대되는 일자리 패러다임의 전환 모델이다.
민선 6기 윤장현 광주시장이 역점 프로젝트로 이끌었던 이 사업은 공전을 해오다 2016년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더욱이 올해 초 현대자동차가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광주시와 현대차의 완성차 공장 설립 협약 조인식까지 진행되며 속도를 내는 듯 했던 사업은 5개월 만에 좌초위기에 처했다.
그간 사업에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했던 노동계가 돌연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지역 노동계가 처음부터 광주형 일자리 실현에 불참했던 건 아니다.
2014년 처음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제시됐을 당시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를 교차로 내던 지역 노동계는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부터는 전폭 지지를 이어갔다.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꾸준히 동참해 왔고 민주노총은 사업 초반 회의적 입장에서 지난해 말에는 공식 행사에 참석까지 하며 사업을 지지했다.
그러나 올해 7월 민주노총 소속인 현대차 노조의 반대 성명에 이어 한국노총마저 반대하면서 광주시의 투자협상은 위기를 맞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지난해 6월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의미있는 협약식을 체결하며 탄력을 받았다. 사업의 콘트롤타워인 '더나은일자리위원회'가 출범 1년만에 성과를 냈다. 광주시와 지역경제단체, 시민사회단체, 한국노총 광주본부가 광주형 일자리 실현 동참 협약을 맺었다.
당시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은 "젊은이들이 미래가 있는 광주에서 살 수 있도록 기업을 유치하는 일에 동의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계의 양보도 필요하고 노사민정의 전체적인 타협을 통해서 도출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동참하게 됐다"고 밝힌바 있다.
지역 대기업 노조가 속해 있는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동참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광주형 일자리가 문재인 정부 정책과제로 채택되자 광주·전남 제조업 핵심 사업장 노동조합들도 공식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기아자동차와 금호타이어 등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7개 사업장 노동조합은 지난해 9월 10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형 일자리 성공을 위한 함께 날자, 광주야!' 행사에 참석했다.
현장에 참석했던 이기곤 기아자동차 광주지회 집행위원장은 "광주형 일자리가 제대로 자리매김해야 후배들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청년 일자리 해소를 위해서 동참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올 6월 현대차의 광주 투자가 본격화되자 한국노총 광주본부 등 지역 노동단체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자동차의 광주시 투자결정은 광주형 일자리 사업 성공과 함께 새로운 일자리 창출 모델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달여 만에 노동계 입장이 완전히 변했다. 먼저 민주노총이 광주형 일자리 논의에 참여를 거부했다. 박현완 민주노총 광주본부 사무처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와 시에서 추진하는 광주형 일자리에 대해서 재벌들에게만 특혜를 주는 '광주형 재벌특혜'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한국노총 마저 일자리위원회에서 탈퇴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더 이상 장밋빛이 아니라며 구색맞추기 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더나은일자리위원회 탈퇴로 광주형 일자리 불참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던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지난 9월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사업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들은 "광주시민을 비정규직보다 못한 일터로 몰아넣고 최저임금에 허덕이게 하려는 광주시의 투자협상과 관련된 논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간 광주형 일자리 실현에 앞장서 왔던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은 "오로지 대기업의 이익을 밀어주기 위한 광주시의 혈세 낭비와 지역청년들을 호도한 대가로 얻어질 치적쌓기가 난무하고 있다"며 불참을 공식화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협상 과정에 있는 사안을 마치 결정된 것처럼 언급하고 광주형일자리 불참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시는 곧바로 반박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계를 설득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지만 한 달 째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통합뉴스룸=주현정·김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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