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전업주부

@조덕진 입력 2018.10.17. 00:00

이제야말로 '하찮은 집안 일'이 아니라 '가치있는 일'로 대접받을 수 있을까.

 나아가 전업주부에 대한 우리사회의 수준 낮은 편견도 좀 나아지려나.

 한국 통계청이 집안일의 금전적 가치를 수치로 내놨다. 정부 역사상 최초로 가사노동 가치를 측정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집안일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무급 가사노동 가치 평가'에 따르면 2014년 가계 구성원이 집안일로 창출한 가치는 361조 원으로 여성 1인당 가사노동 가치는 연간 1077만 원(남성 연간 347만 원)이다. 이는 통계청의 1인당 평균 가사노동 시간(하루 평균 2시간 15분)으로 계산한 것으로 가사노동에 전담하는 전업주부의 노동가치는 훨씬 올라갈 수 밖에 없다.

 GDP 비중이나 금전적 가치를 떠나 정부가 가사노동의 경제성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반갑다. 정부의 이번 발표가 가사노동을 전담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는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작은 기대가 앞선다. 여성의 사회진출은 평가하면서 여성이 전담하고 있는 가사노동에 대해서는 무가치한 것으로, 가사노동을 전업으로 하는 주부는 남성의 노동에 의존하는 존재로 평가절하해온 한국 사회의 최초의 자기고백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굳이 전업주부의 역할에 대한 가치평가를 이야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가사노동은 엄연히 한 사회의 중요한 경제영역이고 그동안 여성들이 '무가치하다'는 무시를 받으며 감내해왔다는 점을 사회가 인식해야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맞벌이 부부의 가사노동을 다른 사람이 대신할 경우 입주 가사도우미, 육아돌봄, 집안 환자 봉양 등을 전부 외부 노동에 의존할 경우 어지간해서는 경제적 부담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 저소득층의 경우 당장 먹고살기 위해 경제활동이 필요하지만 집안에 환자나 아이가 있는 경우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여성이 돈벌이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가사노동의 가치는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더 절실히 인식한다. 요즘 변하고있다고는 하지만 가사노동은 여성이 전담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에게 가사노동은 또 하나의 부담이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고 직장과 가정일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와 정책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소위 일가정양립을 위한 제도라는 것도 가사노동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 일하는 여성들의 노동의 무게만 더 높아질 뿐이다. 그럼에도 전업주부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여전히 밑바닥을 맴돈다.

 가사노동은 덤이나 하찮은 일이 아니라 중요한 경제영역이라는 현실을, 더구나 돈으로 살 수 없는 무형의 자산임을 세상이 받아들여야한다. 나아가 이를 전담하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하겠다.

  조덕진 아트플러스 편집장 moleu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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