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지음/북돋움/1만8천원
남북 화해모드가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 중심의 평양의 속살을 있는 그대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돈주(신흥 자본가)들의 호화 일상부터 랭천동 빈민층의 어두운 삶까지, 평양 시민이 애용하는 '치맥 배달' 서비스부터 통일 시대 창업 아이템까지, 최근 핫한 음식점 위치와 맥주 한 병 값까지 상상을 초월한 북한 사회의 모습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김일성종합대학 출신 '탈북 기자' 주성하 기자는 '평양 자본주의 백과전서'를 출간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현재 평양에 거주하는 주요 인사들과 긴밀하게 연락했고 최근까지 평양에 살다 온 탈북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현재 평양의 고급 식당에선 5~10달러의 팁이 관행이다. 물론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팁을 주면 '접대원 동무'들의 봉사성은 훨씬 올라간다. 고급 식당에 근무하는 여성들은 한국 같으면 연예계로 나갔을 만한 북한 최고의 미모를 가지고 있으며 재능도 뛰어나다. 과거와 다르게 평양의 고급 식당은 중국을 비롯한 외국의 고급 식당에 비해 급여와 대우가 훨씬 좋다. 따라서 접대원 동무의 수준도 훨씬 높다.
평양에선 '치맥 배달'도 가능하다. 웬만한 대동강맥줏집에서 마시는 맥주보다는 이런 배달 맥주 맛이 훨씬 더 좋다고 한다. 전문 배달로 먹고사는 '전문판매공'은 평판이 좋아야 계속 주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최고의 맥주를 사 나른다. 이들은 '경흥관' 등 유명한 맥줏집에서 뒷문으로 뽑아낸 맥주를 곧바로 밀봉해 냉동 보관했다가 배달한다. 배달된 대동강맥주는 1리터에 북한 돈으로 5천~6천원(한국 돈 700~800원)이다.
평양 아파트의 로열층은 어디일까? 엘리베이터가 없는 10층 이하 아파트는 2~3층, 엘리베이터가 있는 20층 이상 고층아파트는 7~12층이다. 층별 가격이 크게 달라, 돈을 벌어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이사 오면 평양 사람들은 '성공했다'고 말한다. 북한의 아파트 분양 시장은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 선분양가와 후분양가의 가격 차이는 대체로 2배 이상이다. 물론 후분양가가 높다. 모든 거래는 달러로, 한꺼번에 줘야 한다.
2018년 4월 한국 예술단의 평양 공연 '봄이 온다' 이후 윤도현이 부른 노래 '1178'이 평양에서 인기를 얻었다. "처음에 우리는 하나였어"라는 가사를 들으며, 통일은 자기들만 외치고 바라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북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졌다고 한다. 이선희의 노래 '아름다운 강산'을 듣고 "남조선 사람들의 자기 땅에 대한 자부심이 저 정도인데, 우리는 아직도 남쪽 사람들이 북한을 동경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고 전한다.
특히 평양은 지금 시장경제로 급격하게 진화하고 있다. TV 화면에 비친 것처럼 거리만 달라진 게 아니라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크게 변했고, 경제 활동 방식도 바뀌었다.
과거의 소련과 동유럽처럼 사회주의 붕괴 후 시장경제로 진화하는 것이 아니며, 현재의 중국과 베트남처럼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진화하는 것도 아니다. 북한은 사상 유례없는 봉쇄 속에서, 세계와 분리된 채 스스로 진화한다. 북한의 '시장경제화'는 '갈라파고스식 진화'라 할 수 있다. 비교할 만한 유사 사례가 없는 까닭에, 이 진화를 풀이하는 데 참고할 만한 도서도 없다.
저자는 "평양에서 꿈틀대는 엄청난 욕망이 어떤 배경과 힘으로 무엇을 만들어내고 있는지 알아야 북한의 앞날도 볼 수 있다"며 "보기 힘든 속살을 고스란히 드러낸 평양의 오늘날을 모습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옥경기자 uglykid7@hanmail.net
- 대장간에 남아 있는 우리의 모습 "누군가 기록해두지 않으면 영영 사라질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쌓여 이야기가 되고, 역사가 된다. 이 책의 귀함과 무게가 거기에 있다."한때 서울 을지로 7가는 대표 대장간 거리였다. 녹번동,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랬던 대장간들이 1970∼80년대 급격한 산업구조 개편과 도시개발을 거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었다.이제는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곳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대장간 셋이 붙어 있는 인천 도원동이 국내에 마지막 남은 대장간 거리라 할 수 있다.도원역 부근에 있는 인일철공소, 인천철공소, 인해대장간 중 맏형 격은 1938년생 최고령 대장장이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는 인일철공소다.책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장인 대장장이와 대장간의 모든 것을 담았다.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을 누빈다.역사 속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저자는 또 대장간이 우리말의 아주 오랜 곳간임에 틀림 없다고 말한다.이 책에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참전한 명나라군에 건넨 선물 중 휴대용 불붙이는 도구 부시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당시 이순신 장군이 부시를 일컬어 적었던 화금(火金)은 불을 일으키는 쇠라는 말이다. 부싯돌을 쳐서 불을 일으키는 쇳조각이 부시인데, 그 어원을 따져보면 불과 쇠가 합쳐져 이뤄진 말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우리 대장간과 대장장이의 세계를 현장에서 관찰하고 정리한 결과물이다. 대장간과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대장간의 인문학적 향기를 다양한 관점에서 드러내고자 애썼다"고 말하는 저자는 대장간 현장과 거기서 일하는 대장장이들, 나아가 대장간에서 만들어낸 연장들을 사용하는 우리 삶의 현장 속을 누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대장장이들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대장간이나 대장장이는 우리 문화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도 살핀다. 이 책은 우리나라 대장간 다섯 곳, 일본의 다네가시마 대장간 한 곳의 현장 모습을 보여준다. 인천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네 곳 등인데, 이제는 모두 70대 이상의 노인 혼자서 일한다. 젊은 누구도 대장간 일을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인 대장장이들이 일을 그만두면 그 대장간들은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저자는 아쉬워한다.뭐니 뭐니 해도 가장 고마운 건 이때껏 대장간 현장을 지켜내온 이 땅의 나이 드신 대장장이 장인들이다. 힘에 부칠 때마다 대장간 현장을 찾아 그분들의 망치질 소리를 들으며 힘을 얻고는 했다.대장장이와 도구, 그리고 쇠. 대장간의 3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장장이가 있어야 쇠를 달구고 두들겨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원자재인 철물이 없어도 대장간은 돌아가지 않는다. 기술을 가진 대장장이나 원재료인 쇠 말고도 화로, 모루, 망치, 집게 같은 필수 도구가 있어야 한다. 대장간 일은 쇠를 불에 달구는 작업이 우선이다. 화로에는 풀무가 따라붙는다. 바람이 없으면 화로에 불길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이다.대장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성냥이다. 충청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대장간을 승냥깐이라 한다. 이 승냥이라는 말이 성냥에서 나왔다.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 · 미술작품으로 만나는 북유럽의 진면목
- · 승리로 지켜낸 민족 생존과 평화
- · [새책안내] 상자 속 우주 外
- · 제2회 '문학들 올해의 작품상'에 심진숙 시인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