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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30주년]창간에 부쳐- 지나온 30년을 바탕으로 새로운 30년을 다짐한다
입력시간 : 2018. 10.10. 00:00


꽃은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 다투어 피어나지 않는다. 새도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하고자 지줄대지 않음은 새삼 말할 나위가 없다. 마찬가지로 노을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려고 어두워지는 하늘을 붉게 물들이지 않듯 중천(中天)에 뜬 휘영청 밝은 달이 칠흙같은 어둠을 흩어내기 위해 제 빛을 내는 것은 아닐 터다. 제 값어치로 홀로 우뚝한 말(言)의 길(路), 곧 '언로(言路)'는 인간의 본성에서 발로한 기본권 중의 기본권을 보장해주는 통로요 수단이라 할만 하다. 언로가 막히면 사람이 사람다움을 잃는 것이며, 언로를 통제하면 사람의 생래적 자유를 박탈하는 것과 다름없게 된다.

누군가는 그랬다. 기자(記者)는 사실(팩트·Fact)에 입각해 진실만을 보도하는 자(者)라고.

1988년 10월10일. 무등일보가 역사적인 창간호를 세상에 선보인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무등일보의 지난 30년 발자취는 힘있는 치자(治者), 혹은 부(富)와 귀(貴)를 틀어쥔 자의 눈치와 입맛을 살펴 빌붙지 않고 '옳음의 자'와 '참의 저울'을 죽비 삼아 달려온 나날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사실에 입각해 진실만을 보도하려는 그 연장선 상에서 악덕(惡德)을 바로 잡고 미풍(美風)을 진작시키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방지 최초의 조간(朝刊), 최초의 CTS 제작시스템과 가로쓰기. 무등일보는 창간 이후 참 많은 '최초'라는 타이틀을 기록의 저편에 갈무리해왔다. 무엇보다 경영과 편집의 분리부터 시작해 제작과 배포 등의 첨단화와 뉴스 공급 서비스를 선도한 지역의 대표 정론지였다.

무등일보는 광주·전남지역의 자유언론 1호다. 유신독재의 급작스러운 붕괴를 뒤이어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이 일삼았던 또 다른 압제에 맞서 싸워 회복한 민주의 세상에서 언론 자유의 고고성을 터 뜨렸다. 신군부가 79년 12·12쿠데타와 80년 5·18이라는 암수(暗手)를 써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선량한 시민들을 학살한 채 초유의 권력놀음에 들어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과정에 언론의 입을 틀어막아 재갈을 물려 진실 보도를 가로막고 정권 찬양과 홍보 도구를 강요하길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타의와 자의로 점철됐던 언론의 흑역사는 87년 6월 항쟁을 거치며 다시 깨달음의 길로 들어섰다. 헌정질서가 회복되고 신군부 체제하의 '언론기본법'이 폐지되면서 굴종과 강요에 짓눌려 왔던 내적 양심이 본연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긴 억압에 숨죽여야 했던 인간다움을 향한 갈망과 그로인한 정치권력의 변화가 '언론의 자유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는'세상을 회복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광주전남지역에서는 그러한 변화의 첫머리에 무등일보가 있었다. 무등일보가 처음 내건 사시(社是)는 '지역자존(地域自尊)', '인간화해(人間和解)', '균형발전(均衡發展)'이었다.

지역자존은 언론자유의 부활과 함께 중앙집중화된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이양시켜야 한다는 의미에서 '진정한 지방지'를 표방케 한 모토였다. 지역의 문제를 지역민에게 자세히 알려 지역민 스스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게 하는 조언자, 협력자가 됨으로써 지역민들의 호응을 얻는 바탕이 됐다. 이는 균형발전과 맞물려 광주와 전남이 국토의 서남부에 치우친 외진 곳이 아니라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주요 축을 담당하는 지역으로 우뚝서게 하는 무등일보의 존재 이유였다.

또한 인간화해는 신군부 세력에게 그토록 잔인하게 짓밟히고도 용서와 화해를 내세워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호남 사람 특유의 깊은 심지와 자존감을 담아내는 그릇이었다.

지방지 최초의 조간으로 출발해 불의와 부정에 맞서 일관된 싸움을 멈추지 않았던 무등일보는 지역민과 가장 가까이 머무르며 호흡하고 고통을 나누기를 다짐하며 '정다운 친구, 시민언론'으로 거듭났다. 폐간 뒤 속간, 그리고 IMF 이후 언론 지형의 급변이라는 지각변동 속에서도 따뜻함과 겸손함을 잃지 않고 언제든 시민의 편에 서있겠다는 마음으로 였다.

그렇게 30년 성상을 쌓아온 무등일보가 다시 새로운 30년, 50년, 100년을 열어갈 여정에 나서려 한다. 그 여정에 '정론직필 한길'을 고집하며 '새로운 길을 향한 도전'을 화두로 내 세웠다. 더불어 (광주전남)'지역발전에 대한 공헌'도 표방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사랑방미디어, 뉴시스 광주전남에이전시와 동행을 선포하며 선택한 또 다른 사시에 다름 아니다. 창간 이후 매번 앞선 언론을 지향해온 것 처럼 이번에는 지면과 통신, 모바일이 어우러진 온·오프라인 뉴스공급이라는 시스템 전환의 발판을 마련해 다시 지역 언론의 새 지평을 열어가겠다는 나름의 심정이다.

그 길에서 지난 발자취를 더듬어 30년전 그랬듯이 초심(初心)을 되새기고자 한다. 나름 언론의 소명의식에 충실하게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때로 부족하고, 때로 당당하지 못했던 점이 있었음을 시인하고 반성하면서다. 또한 치자와 부귀를 틀어쥔 자들에 맞서 싸워 왔다고 자부하지만 한편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무디어졌던 정신을 되돌아 보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독자와 시민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 그들의 마땅한 권리를 지켜주는 방편이 되고 명예와 자존감을 드높여주었어야 함에도 반드시 그 모두를 충족시키는데 게을렀음도 고백하는 바다.

그런 의미에서 지나온 30년을 되돌아 보고 새로운 30년을 다짐하며 독자와 시민 여러분께 우리의 각오를 다진다. 지난 세월의 공(功)과 과(過)를 허투루 외면하지 않고 탄탄한 자양분으로 삼아 더 나은 미래, 더 따뜻한 공동체를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겠다는 다짐이며, 각오다. 특히 초심을 다지고 그에 바탕해 진실과 평화, 민주주의를 향한 '말의 길'을 예와 다름없이 굳게 지켜 나가겠다는 다짐을 곁들인다. 그게 바로 짧지않은 세월, 과분한 사랑과 은혜를 베풀어준 독자와 시민 여러분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적지않은 내부의 시련과 외적 어려움을 겪은 무등일보를 묵묵히 지켜보며 성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음으로써 올곧게 다시 서게 해준 독자, 시민 모두에게 머리 숙여 깊은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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