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칼럼- 수능 44일 앞 교육사다리

@김승용 입력 2018.10.02. 00:00
정화희 빛고을고등학교 수석교사

10월이다. 무지막지 더웠던 여름날도 밀려나고 이제 수확할 때이다. 그것은 학생들도 마찬가지 - 한 달여 후면 수학능력시험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3까지 모든 학생들의 시간표는 수학능력시험 시계에 맞추어져 있다. 나아가 학생들만이 아니라 학부모들의 생활까지도 그 날에 맞추어져 있다. 물론 지금 이러한 부모의 교육열정을 탓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현상과 문제는 등을 대고 맞닿아 있어서 그 단위의 현상만 보고서는 좋은 처방을 내릴 수가 없으니 말이다.

지난 8월 교육부의 2022년 입시개편안 발표는 사회적 논란을 초래했다. 특히 처음 예상했던 수능 절대평가 실시와 학생부 종합전형의 확대는 사라지고 수능위주 비율 30% 이상 확대 권고안을 발표했으니 수능이 더 중요해 졌음은 말할 여지가 없다. 그 배경에는 학종 전형에 대한 공정성 유무가 따라 붙는다. 더구나 최근에 발생한 일부 학교에서의 시험문제 유출로 인하여 학종 전형의 불공정성, 그리고 이 학종 맞춤형 컨설팅의 횡행으로 인한 사교육비 증가 비판들이 대두했다. 그렇다. 공정성을 따지게 되면 객관식으로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선다형 문항이 최고이다. 그러나 우리 교육계에서 그 동안의 고민은 천편일률적인 인재가 아니라 다양성과 창의성, 융합능력 등을 가진 인재양성의 부재이다. 그렇게 모두가 4차 산업혁명시대 새로운 인재상을 설파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도 대학입시에 있어서만큼은 공정성을 따진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이다.

그것은 왜일까? 생각건대 신분상승을 위한 교육사다리를 붙잡는데 어떠한 방식이 본인에게 유리한가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겠다. 계층 이동의 열망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특히 특목고 및 자사고 등에서는 내신 성적의 반영보다는 수능비중의 확대에 절대적 지지를 보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지역의 학생들에게는 평균적으로 어느 방식이 유리할 것인지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내신 성적 및 다양한 교육활동으로 대학을 진학할 수 있는 학종 전형은 그 동안 우리 교실의 모습을 조금은 더 여유 있고 협동적이며 생기 있는 모습으로 만든 것이 사실이다. 어떤 이들은 다양한 활동들이 불안하기도 하고 점수로 정량화되지 않는 모습들이 걱정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중에서 점수로 계량화할 수 없는 요소들이 오히려 삶을 더욱 역동적이고 의미 있게 만드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대학입시 때문에 그 동안 경직되고 경쟁적인 학습에 매몰되었던 우리의 아이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모습을 보인 것은 수시 전형 확대 이후의 일이다.

더구나 '세상 모든 아이들은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가치로 본다면 학습이 부족해도 관심 분야의 다양한 활동으로 진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은 의미가 있다. 지난 주 방탄소년단 BTS가 유엔 연설을 통해 자기 목소리를 알린 바 있다. 세계 유명인사 앞에서 연설한 행동보다는 그 내용과 메시지가 만인에게 감동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형기획사에 속하지 않았으면서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음악적 서사로 표현해 내는 당당함, 그렇게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지 않을까? 결과 중심의 정시 확대 전형보다는 학생들이 자신의 이야기로 스토리를 만들어갈 수 있는 경쟁력이 보다 타당하고 우리 지역의 아이들에게 성취동기가 더 큰 항목이라 믿는다.

그럼 불투명성과 불공정성은 어떻게 할 것인지 반문할 것이다. 수능 정시 확대로 인한 사교육비 증대는 명약관화(明若觀火)이다. 어릴 때부터 개인과 학교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공동체 정의의 선을 실현할 수 있는 학교 교육이 되어야 한다. 모두가 줄서지 않고 고개를 내밀어도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 환경이 되어야 한다. 교사 스스로도 '우리 선생님 최고'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쇄신하고 헌신하고 아이들을 더욱 사랑할 일이다. 나아가 전체가 불신당할 바에는 과감하게 그러한 교사들은 걸러내야 한다. 그렇게 공교육에 대한 불신은 교육 정책으로 제도적 장치들로 벗겨내야 할 일이지 피할 일은 아니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다 태울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 폐쇄적 엘리트주의를 오히려 발본색원(拔本塞源)해야 한다.

남은 수능 한 달여도 우리 지역의 수험생들이 더욱 정진하여 땀 흘린 성과를 거둘 수 있길 부모의 마음으로 응원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방탄소년단이 외쳤던 목소리를. 그렇게 우리 아이들이 모두 자기 삶의 당당한 주인공이 되기를 바란다. - '자신의 목소리를 내자'(Speak yourself)

슬퍼요
0
후속기사 원해요
0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교통정보, 미담 등 소소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mdilbo.com전화 062-606-7700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무등일보' '

댓글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