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 명절증후군

@박석호 입력 2018.09.27. 00:00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연휴가 끝났다.

명절은 모처럼 가족들과 만나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맛 있는 음식도 먹는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잠시 내려놓은 일상은 쉽게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명절때 받은 스트레스 후유증을 겪기도 한다. 명절 증후군으로, 명절 때 받은 스트레스로 피로와 두통, 소화장애, 피로감, 무기력증 등에 시달리는 현상을 말한다. 심하면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사례도 있다. 장시간의 귀향 과정, 가사 노동 등의 신체적 피로와 성 차별적 대우, 시댁과 친정의 차별 등으로 인한 정신적 피로가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과거 명절 증후군은 주부들의 전유물 처럼 여겨졌다.

주부들에게 시댁에 가는 것 자체만으로 스트레스일 것이다. 명절 때마다 시댁에 미리 가서 음식 준비하느라 진종일 뼈 빠지게 일하고, 명절날에도 새벽부터 하루 종일 일만 해야 하니 명절이 없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최근에는 명절 증후군을 겪는 대상이 확산되고 있다. 직장인들은 5일 동안 푹 쉰 뒤 기운을 내 열심히 일하겠다던 연휴 전 결심과 달리 직장에 나가면 무기력감을 느끼고 일하기도 싫다.

남편과 미취업자, 처녀·총각 등 미혼자는 물론이고 심지어 며느리 눈치를 보는 시어머니도 명절증후군을 겪는다. 특히 결혼 정년기를 넘긴 처녀·총각과 수년째 입사지원서만 쓰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은 친척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이다. "언제 결혼하냐?" "직장은 구했냐?" 등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상처로 다가온다. 부모들은 자식들과 손자·손녀들이 떠난 뒤 공허함과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명절을 건너 뛸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에는 명절 증후군을 줄여주는 다양한 음식들과 상품들도 나와 있다. 각종 매체에서는 '명절 증후군 없애는 팁'들이 쏟아지고 있다. '서로 칭찬하기', '스트레스 풀어주는 혈 자리 누르기', '선물하기', '차례 간소화', '명절 노동 분담' 등이다. 하지만 명절증후군을 겪는 이들에게는 공허한 메아리 처럼 들린다.

모두가 즐거운 명절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좀 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한다.

우선, 가족 모두가 명절 준비에 참여해 주부들의 일 부담을 줄여주고, 취업준비생 등 소외된 가족에 대한 따뜻한 위로와 배려도 필요하다. 명절증후군에 시달려 냉랭해진 아내에게 "추석 때 고생 많았어요"라고 따뜻한 한마디를 해 주고, 부모님에게는 "자주 내려갈게요"라는 안부 전화 한통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년 설 명절은 우리 모두에게 스트레스가 아닌 공동체의 행복과 유대감을 높여주는 명절이 됐으면 좋겠다. 명절은 온 가족이 함께 어울려 나누고 즐겨야 마땅하다.

박석호 경제부장 haitai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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