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표변(豹變)하는 이들

@김영태 입력 2018.09.20. 00:00

표범은 식육목 고양이과의 포유류다. 몸 전체에 연한 황갈색에서 약간 희끗희끗한 바탕의 검은 점이 촘촘히 박혀있어 '돈점박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몸길이가 수컷의 경우 평균 140~160cm(큰 것 180cm), 암컷은 그보다 조금 작아 95~110cm 가량된다.

야행성 동물로 단독생활을 주로 하며 유연하고 민첩한 몸체에 뛰어오르는 힘이 셀 뿐 아니라 나무타기와 헤엄도 잘 친다. 재규어나 치타, 퓨마 , 설표(雪豹) 등은 표범과 비슷한 듯 다른 고양이과 동물이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2008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의해 심각한 위기종(CR:Critically Endangered)로 지정된 상태다. 한반도에서는 거의 멸종 단계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며 만주와 러시아 극동지방에 100여마리 이하의 개체가 서식하고 있는 정도다.

표범의 아종(亞種)은 24~27종에서 DNA 분석기법 도입 이후 9종류로 축약됐다. 한반도와 만주, 러시아 등 극동지방을 터전으로 한 '아무르 표범'을 비롯해 인도차이나 표범, 북중국 표범, 자바표범, 아프리카 표범 등으로 분류된다.

표범의 털갈이는 다소 이색적이다. 갓 태어나거나 어린 표범의 털은 윤기가 없고 부스스해 볼 품이 없다. 그러나 성체로 자라면서 멋드러진 털로 변한다. 그 무늬는 가을이 되면 뚜렷하고 아름다워진다. 표범의 겉무늬가 변하는 것을 '표변(豹變)'이라 한다.

주역(周易)의 64괘 중 49번째 괘명인 혁괘(革卦)에 이와 관련된 말이 나온다. '대인(大人)은 호랑이 처럼 개혁한다(호변·虎變). 또한 군자(君子)는 표범처럼 변하니(표변) 그 무늬가 촘촘하다'. '군자는 표범처럼 변하지만 소인은 외면만 고친다'고도 했다. 혁괘는 변혁, 특히 혁명에 관한 괘이다. 혁(革)은 짐승의 가죽을 가리킨다. 짐승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털갈이를 하기 때문에 '바뀌다'라는 의미가 파생됐다.

가을 표범의 털이 아름답듯 군자가 허물을 고쳐 올바로 행함이 아주 빠르고 뚜렷하며 선(善)으로 옮겨가는 행위가 빛난다고 해서 '표변'이다. 표변은 지난 허물을 고쳐 말과 행동이 뚜렷이 전(前)과 달리 착해지는 일, 마음과 행동이 분명히 달라지는 일, 갑자기 달라짐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괄목상대(刮目相對·눈을 비비고 다시 볼 정도로 달라진 상대)'에 준할만큼 눈에 띄게 변화된 양상을 표현하는데 쓰이는 용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나쁜 뜻으로 오용되고 있는 말이기도 하다. 즉 어떤 사람의 태도가 갑작스럽게 좋지 않은 방향으로 바뀌어 씁쓸함을 안겨줄 때 자주 쓰인다. 본래의 소신과 신념, 의리를 져버리고 이해와 타산, 탐욕을 향해 변절하는 이들이 적지않은 세상. 표범의 변화가 원래의 의도와 달리 부정되고 있다. 김영태논설주간kytmd86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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